“북 관광산업, 정치체제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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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이 시간에도 북한의 관광산업과 관련한 이런 저런 문제점에 관해 살펴보겠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마식령을 건설하는 등 외화벌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광산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다양한 관광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지금처럼 관광명소도 제한돼 있고, 관광객들의 행동거지가 불편한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란코프: 북한의 여행사들은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좋은 소식입니다. 관광으로 돈을 많이 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북한이 필요한 만큼 어느 정도의 외화는 벌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국제 관광시장에서 북한의 위치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북한이 관광에서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은 세 가지 입니다. 하나는 중국 사람들에게 저렴한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특히 해외 관광 자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동북 3성의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북한을 공산주의의 과거가 그대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생각하는 소수의 서양사람들을 대상으로 관광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위험하고, 또한 비밀스러운 나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비싼 관광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마식령 스키장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됩니다. 외국인들은 스키를 타러 굳이 북한으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제 생각엔 북한의 여행사가 마식령 스키장 여행 상품을 개발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없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기자: 스위스를 비롯해 유럽에도 훌륭한 스키장이 많은 데 굳이 스키를 타러 북한 마식령으로 가는 서양인들은 없겠죠?

란코프: 사실상 서양사람들은 스키를 타러 북한에 가지 않을 겁니다. 중국 사람들은 스키에 대해 별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조금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아마도 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기자: 사실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특구라면 금강산 관광특구라고 할 수 있는데요. 1998녀부터 시작해 2008년까지 1백만명 이상의 남한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하지만 그 해 남한 관광객이 북측 병사에 피살되고, 북한이 이에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를 거부하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지 않았습니까? 금강산 관광문제 어떻게 봅니까?

란코프: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남한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관광 대상의 나라입니다. 특히 남한은 부유한 나라이기에 남한 주민들은 중국 사람들보다 돈을 더 많이 쓸 것입니다. 문제는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 관광개발이 아주 중요한 과제라는 것인데, 제 희망은 남북 양측이 가능한 한 빨리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관광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기자: 최근 북한이 밝힌 관광개발 청사진을 보면 원산-통천-금강산 지구로 등 크게 3개 지구로 구성된 대규모 관광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합니다. 핵심은 외국인 투자자 유치인데 과연 잘 되겠습니까?

란코프: 북한은 새로 생긴 관광 지구에 외국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기를 희망합니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 관광사업에 투자할 의지가 있는 나라가 중국과 남한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남한은 금강산을 비롯한 비무장 지대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이와 같은 투자는 현 단계에서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중국은 특히 라선과 백두산 근처에 돈을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외국자본의 투자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호텔이나 관광시설을 건설할 수는 있지만, 도로, 철도, 그리고 비행장 등의 기반시설은 북한 정부가 직접 투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관광산업을 개발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교수님이 보시기에 이런 산업이 제대로 되려면 북한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요? 다시 말해 북한 관광산업의 근본적인 문제, 혹은 한계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기본적인 한계는 북한의 경우 세계 선진국의 부유한 사람들이 보고 싶은 관광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애국 교육을 많이 받은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문화유산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혹은 이란이나 태국을 아무 때나 가볼 수 있는 외국인들 대부분은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할 것입니다. 북한은 그들에게 있어 문화유산이 많은 나라도 아니고, 자연적인 조건 또한 그리 좋은 나라가 아닙니다. 그들은 따뜻한 바다에서 수영하고 싶을 때, 지중해나 카리브 해, 또는 동남아로 갑니다. 그들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옛 궁전이나 종교시설을 보기 위해 중국이나 일본, 또는 지중해로 갈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사람들에게 듣기 싫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북한은 올바른 정책이나 경제를 계획하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자: 하지만 본질적으론 북한의 정치체제 때문에 관광산업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 아닙니까?

란코프: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북한관광 문제는 객관적인 상황보다 북한의 정치체제와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외국인들은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면서 지속적인 감시를 받는 상황을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물론 북한의 당국자들은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평양의 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것 또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가 본 북한은 관광산업을 어느 정도까지는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관광산업의 대상이 누가 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북한 정부는 돈 많은 유럽 사람들을 유치하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성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북한 관광산업의 근본적 문제점에 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