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오바마 행정부 1기에서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및 테러 담당 조정관을 지내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에 관여한 게리 새모어(Gary Samore) 박사로부터 북한의 핵개발과 그에 따른 문제점에 관해 들어봅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현재 하버드대학 케네디 행정대학원 부설 벨포어 과학국제문제연구소 연구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전임 김정일 정권과 다름없이 줄곧 호전적인 행동을 보여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을 선친 김정일과 비교할 때 어떻게 평가합니까?
게리 새모어: 아직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을 둘러싼 커다란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이것입니다. 즉 선친 김정일이 도발과 긴장을 벌인 뒤엔 다시 외교 무대로 복귀하는 식의 전철을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대로 답습할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남한을 겨냥해 긴장을 더 격화시켜 군사공격까지도 감행할지 여부입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복합 요인 때문에 그런 행동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제약 요인 가운데는 중국의 압력, 그리고 미국과 남한의 위협 등도 포함됩니다. 제 추측으론 한미 군사합동훈련이 끝나는 대로 북한이 협상 탁자로 복귀할 의사를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때 가면 양측의 협상 재개의 조건과 선제 조건이 무엇이냐 하는 쪽으로 관심사가 옮겨갈 겁니다. 제가 볼 때는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북한은 자기들 조건을 내걸고, 미국과 한국, 일본도 나름의 선제조건을 내걸게 될 것입니다. 그 경우 문제는 양측이 과연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필요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겠느냐 여부가 될 것입니다.
기자: 지금 미국의 당면 최대 외교현안이 바로 북한의 핵개발 문제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이유로 핵개발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 이유를 무엇이라고 봅니까?
개리 새모어: 두려움 때문입니다. 북한은 모든 이웃 국가를 두려워한다고 봅니다. 즉 한국과 일본, 미국, 심지어 중국까지도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주로 외부의 압력과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핵을 개발했다고 봅니다. 물론 부수적으로 북한은 주변국으로부터 외국의 원조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술책으로 핵 프로그램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핵개발의 주된 목적은 억제력에 있다고 봅니다. 억제력은 단순히 미국을 겨냥한 것뿐 만은 아닙니다. 북한은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한국도 일본도요. 또한 북한이 군사력을 사용해 한반도의 갈등과 불안정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있습니다. 즉 북한은 자기들을 그냥 놔두고, 특별대우를 해달라며 중국을 협박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핵개발을 외교 및 국방정책의 중요한 요소로 삼아왔습니다.
기자: 문제는 북한이 그런 목적으로 가지고 핵개발을 한 대가로 과연 무엇을 얻었느냐 하는 점인데요.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실험은 물론 3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미국은 물론 유엔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새모어: 북한은 핵 개발 때문에 오히려 아주 많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오늘날 북한은 아주 가난하기 그지없고, 고립돼 있고 후진적인 독재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한 대가가 바로 그것이죠. 그게 김일성이든 혹은 김정일 시대였든 간에 북한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습니다. 즉 핵개발의 길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면서 미국 및 여타 세계 나라와 더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인가 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북한은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 것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미국을 포함해 6자회담 참여국은 북한과 여러 차례 핵 협상을 하면서 나름의 협정도 이끌어 냈습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결과는 북한은 과거에 비해 더 강력한 핵 능력을 보유한 상태인데요. 그런 점에서 기존의 핵 협정이나 핵 협상은 실패로 봐야 합니까?
게리 새모어: 지금까지 핵 협상이나 제재, 압력 혹은 북미 관계진전 제안 등으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막지 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전적인 실패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데 북한에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 일본과 정치, 경제적 관계를 개선해 성공적인 나라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신 북한은 실패한 국가가 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오늘날 남한과 북한을 비교해 보십시오. 얼마나 차이가 큽니까? 북한이 그처럼 가난하고 후진적이며 비참한 나라가 된 까닭은 경제발전과 번영보다 '선군'이란 기치를 내걸며 핵개발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 지도부도 핵개발을 안 해도 더 나은 길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았을 텐데 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봅니까?
게리 새모어: 훌륭한 질문입니다. 제가 볼 때 북한이 그런 악수를 둔 데는 지도자 개인의 성품 때문일 수도 있고, 북한 체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북한 체제는 외부 세계에 대해 병적이고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린 북한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왜 북한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확실하진 않습니다. 다만 한가지 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은 1990년대 절체절명의 선택을 맞이했지만 그릇된 선택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지만 그 외 다른 것은 갖지 못했습니다. 제가 볼 때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 선택은 북한의 종말을 의미할 것입니다. 물론 북한의 종말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핵개발로 나가기로 한 북한의 전략적 선택은 북한 정부의 붕괴로 귀착될 것입니다.
기자: 새모어 박사님은 오바마 행정부 1기 때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냈는데요. 당시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큰 골치거리는 무엇이었습니까?
게리 새모어: 당시 미국의 가장 큰 골치거리는 북한에 압력을 넣거나 설득을 해서 핵 과 미사일 활동을 포기하거나 상당히 제한하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서 말씀을 드렸듯이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도록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하는 건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선택이었죠. 그 경우 한반도에 광범위한 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큰데다 인적 손실과 경제적 피해 측면에서 엄청난 대가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북 제재는 중국이 북한 정권의 안정을 불안할 수 있는 경제적 압력을 취하는 데 완전히 협조할 의향이 없어 아주 어렵거나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게다가 북한이 거짓말하고 속이기 때문에 외교는 압력수단으론 아주 제한적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는 데 아주 제한적인 능력 밖에 없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미국이 이처럼 뾰족한 압박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북한과 핵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들까요?
게리 새모어: 개인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유일한 해결책은 북한 정부가 교체될 때다. 즉 현 북한 정권의 종말이 왔을 때다. 물론 그런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런 날은 올 것입니다. 적어도 단기적으론 그렇습니다.
기자: 앞서 지적하셨듯이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고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금처럼 국제적인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고, 경제개발은 엄두도 못 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 점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북한의 앞날을 위해 무엇을 권고하고 싶습니까?
새모어: 북한이 꿩도 먹고 알도 먹는 방식은 절대 통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절대 미국과 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두 가지 목표는 절대 양립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즉 경제 및 정치적 혜택을 포함, 미국과 국제 기관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핵무기를 제한하고, 궁극적으론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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