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견 용납않는 독선적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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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6자회담 미국 측 특사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대사로부터 북한 김정일 제1비서의 통치 행태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의 국정운영을 떠맡은 지 올해로 3년 째입니다. 사실 그가 2012년 선친 김정일의 뒤를 이어 북한 최고 지도자로 떠올랐을 때만 해도 외부세계에선 좀 기대도 있었습니다. 나이도 젊고 해외 생활도 해본 그가 선친과 달리 북한을 뭔가 새로운 길로 이끌 것이란 기대였는데요. 하지만 김정은은 2012년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고 최근엔 4차 핵실험 징후까지 보이는 등 선친과 달라진 게 거의 없는데요. 혹시 그가 강경파의 영향을 받아서 그럴까요?

디트라니: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김정일의 뒤를 이어 받은 김정은이 경제 개혁이라든가 국제사회에 편입 등을 통해서 뭔가 다른 길, 다른 접근 방도를 취할 것이란 기대감이 처음엔 상당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상당한 실망감을 맛보았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지난 2년 긴장이 격화시킨 일이 많았습니다. 장성택에 대한 처형도 한 예입니다. 그런 만큼 국제사회에서 김정일의 지도력에 실망도 컸죠. 왜 그럴까요? 김정은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그가 새 지도자이고 따라서 자기가 권력을 장악한 만큼 자신의 지도력과 비전에 도전하는 사람은 제거될 것이란 신호를 보여주고 싶어 그랬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장성택을 처형한 것도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말입니다. 제 견해는 이렇습니다. 즉 김정은은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면서 국정 책임자는 자신임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죠. 그는 지난 2년 간 분명히 그런 신호를 보냈습니다.

기자: 김정은은 취임 첫 해인 2012년 많은 군부 지도자들을 교체했습니다. 그 중엔 군부 실력자이던 리용호 인민군 차수도 포함돼 있는데요. 김정은의 군부 인사교체를 어떻게 봅니까?

디트라니: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은 취임 후 이용호 장군을 비롯해 군부 강경파들을 교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대신 최룡해 등 측근 세력을 포진시켰죠. 제가 보기에 최초 그가 취한 군부 인사 교체는 군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고 봅니다. 나중엔 좀 더 보수적인 군부 지도자들이 재입성하긴 했어도 말입니다. 지금 군부에 대한 김정은의 관계는 취임 초기에 비해 훨씬 친밀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부문은 역시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당 조직부장으로 있던 황병서가 최근 대장 계급을 달고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대신 최룡해는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났는데요. 사실 북한 내부에는 이런 식으로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설 때 과연 이들의 세계관이며 비전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런 표현을 쓰는 걸 꺼리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처한 상대적 고립을 감안할 때 우린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변화에 둔감합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추측이 남발하고 해당 인사의 직책이나 승진 등을 놓고 해석합니다. 북한에서 군부는 여전히 영향력이 많고, 김정은은 군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군부에 대해서도 김정은은 취임 초기 강경파 인사들을 교체한 것입니다.

기자: 하지만 김정은이 교체한 인사들을 보면 그들의 능력 보다는 충성도가 우선이지 않습니까? 이런 식의 인사가 혹시 김정은의 강점이라기보다는 취약성을 드러내는 건 아닐까요?

디트라니: 글쎄요. 그게 김정은의 취약성을 보여준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김정은은 장성택과 그 일당을 숙청함으로써 어떤 반대 의견도, 어떤 다른 견해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 나아가 최고 지도자는 자신이며 자기와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들은 북한 정부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봅니다. 물론 훌륭한 지도자란 다른 견해도 용납하고 고위 보좌관들과 여러 현안에 관해 솔직히 논의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김정은에게 그런 자질이 결여됐다는 건 그의 취약점이라고 할 순 있을 겁니다. 따라서 그것이 경제개혁이건 혹은 국제사회 편입이건 비핵화 문제건 김정은이 다른 견해를 듣고 싶지도 않고 반대의견을 용납할 수 없다면 그건 분명 그의 취약점이죠.

기자: 사실 김정은 취임 이후 국제사회가 눈여겨보았던 게 경제 부문에서 어떤 개혁 혹은 개선조치를 취할 것이냐 하는 점인데요. 그런 점에서 김정은이 장성택 계열로 분류되던 박봉주 총리를 그대로 유임시킨 건 북한 경제개혁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일이 아닐까요?

디트라니: 그런 식으로 판단하는 건 좀 시기 상조입니다. 제가 보기엔 박봉주가 그다지 개혁적인 인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박봉주는 경제 부문에 치중하면서 총리직을 수행할 뿐입니다. 개인적 견해론 그를 총리직에 유임시켰다고 해서 반드시 긍정적 조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장성택을 제거한 것은 여전히 큰 의문입니다. 장성택처럼 최고위직에 있던 인물을 그런 식으로 제거했다는 건 아주 우려스런 일이죠.

기자: 김정은은 지난해 6월 이른바 경제개선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증거는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경제 개혁에 관심이 있다고 봅니까?

디트라니: 제가 볼 때 김정은은 경제 자체엔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평양을 보면 뭔가 경제 조치가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지방을 보면 별로 입니다. 과연 '개혁'이란 말이 정확한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김정은은 경제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즉 상황을 개선하고 북한에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뭔가 가능한 투자조치를 취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북한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런 일도 무척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적어도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나마 북한에 대한 계속적인 경제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나라는 중국입니다. 경제는 분명 김정은에게 중요한 과업이지만 여기엔 책임이 따릅니다.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 관계를 갖지 못하고, 외국과도 교역하지 않으며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어떻게 경제 개혁을 하고 경제를 발전시킵니까?

기자: 북한에 김정은 시대가 열리면서 종전에 볼 수 없던 변화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에선 손전화라고도 부르는 휴대폰 사용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인데요. 현재 2백만명이 넘게 손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휴대전화 보급이 장기적으로 북한 사회는 물론 주민들의 의식에도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요?

디트라니: 제가 볼 때도 휴대폰 확대는 훌륭한 조치라고 봅니다.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로 결국은 북한 내 사용자 간에 통신을 좀 더 원활할 겁니다. 이들이 가진 전화가 외부세계와 연결되는지 여부는 모르지만 적어도 중국 동북 지역과는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휴대전화가 확대돼 북한 사회에 더 많은 통신 교류가 이뤄지고 상호접촉이 많아질수록 북한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가망도 큽니다.

기자: 사실 휴대전화 확대 사실을 보면 김정은이 적어도 휴대전화 분야만큼은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 것 같은데요. 하지만 고모부인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한 것을 보면 김정은은 성격상 잔인한 면도 있다고 봅니다. 지난 2년 간 김정은의 행태를 지켜보시면서 혹시 김정은의 성격과 관련해 느끼신 점은 없나요?

디트라니: 우선 김정은은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봅니다. 이런 불예측성이 김정은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점입니다. 김정은은 또 자신이 최고 지도자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아주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고, 다른 관점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공개 대화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반대 의견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독선적인 지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