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도 오바마 행정부 1기에서 백악관 대테러,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새모어 박사와 함께 북한 핵문제에 관해 짚어 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미국은 그간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과 핵 협상을 여러 차례 벌여왔고, 그런 가운데 2005년 9월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담보한 중요한 협정을 끌어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나중에 보면 북한이 이런 협정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결국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해도 신뢰성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게리 새모어: 그렇습니다. 북한과 핵 협상 경험이 있는 클린턴 행정부를 비롯해 부시 행정부, 나아가 지금의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제가 깨달은 사실은 이미 체결한 협정을 북한이 지킬 것이란 점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자제하는 대가로 미국이 종전처럼 식량이나 석유, 기타 물질적 혜택을 제공하고 싶은 의향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끌어내기 위해 핵 개발을 협상용으로 활용하겠다는 행동을 보인다면 이는 자멸적인 것입니다. 현재 미국 정부에는 '북한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이나 협정을 하는 마당에 굳이 북한에 지원을 해주고 협상을 벌일 필요가 있는가?'하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기자: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주시겠습니까?
새모어: 이를테면 전임 부시 행정부가 2005년 북한과 핵 합의를 했을 당시 북한에 대한 지원 가운데는 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2월 북한과 핵 합의를 했을 당시엔 그 대가로 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어린이용 분말가루와 여성과 어린이에게 필요한 영양 비스켓이 전부였죠. 이걸 봐도 북한의 핵개발을 자제하는 대가로 미국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지원이 꾸준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린 똑 같은 현상을 남한이 북한을 대하는 데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햇볕정책 초기 당시 남한 정부는 정상회담 대가로 현금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더는 그런 기미가 없죠. 왜냐하면 이제 그런 돈을 줘봐야 아무런 대가가 없다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신뢰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나 남한은 궁극적으론 북한과의 협상 탁자로 복귀하는 데는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에 복귀해도 우리의 기대감이나 우리가 북한에 제시할 준비가 돼 있는 지원은 아주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기자: 그만큼 북한이 미국의 신뢰를 잃었다는 말인가요?
새모어: 제가 볼 때 북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의 신뢰를 저버렸습니다. 제가 볼 때 북한 정부가 미국과 다시 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맺은 모든 핵 합의를 북한이 일관되게 속이거나 어긴 전례 때문이다. 아무도 북한의 비핵화 공약이나 진정성을 믿지 못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미국 정부나 의회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새모어: 북한은 아주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핵 협상과 관련해 한가지 커다란 의문점 가운데 하나가 북한의 농축우라늄 계획의 범위인데요. 북한은 과거 자기들이 갖고 있는 유일한 농축 시설은 영변의 작은 시설이라고 주장해왔죠.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북한이 만일 우라늄 농축 활동과 관련한 모든 시설을 포함해 완전하고도 진정한 핵 신고를 하겠다고 나온다면 미국에 신뢰감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렇게 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본다. 그럴 경우 북한은 비핵화를 확약한 2005년 9.19 공동성명 정신으로 되돌아가는 것인데 북한이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이 이처럼 신뢰를 저버린 상황에서 앞으로 6자회담 안에서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경우 어떤 걸 북한에 요구하겠습니까?
새모어: 제가 북한에 대해 주고자 하는 충고는 이것입니다. 즉 협상의 목적은 비핵화라는 점을 북한도 인정하고 자신들을 핵무기 국가라고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철회하라는 것이죠. 그 다음엔 말보다는 행동을 요구하겠는데요. 다시 말해 북한은 핵이든 미사일이든 실험을 미국과 협상을 하기 앞서 혹은 어떤 합의를 이루기 앞서 이런 실험을 종결돼야 한다는 점을 최소한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중지야 말로 협상을 재개하기 앞서 미국이 제기해야 하는 기본적인 선결 조건인 것이죠. 사실 지난해 2월 북미 합의가 깨진 것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인데요.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이 핵 혹은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면 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 북한은 근래 끈질기게 핵 보유국 인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절대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인정할 수 없죠?
새모어: 그렇습니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핵 국가로 간주한다면 한국과 일본에 핵확산방지조약을 탈퇴해 핵 개발로 가도록 하는 상당한 압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핵무기가 더는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봅니다. 따라서 미국은 국가안보적 이해 측면에서도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런 목표를 위해 미국이 힘쓰는 가운데 하나는 북한이 미국을 장거리 미사일로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일본을 위협해 이들이 독자적인 핵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자: 그런 점에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핵무기 감축 요구에도 절대 응하지 않겠군요?
새모어: 그렇습니다. 미국은 대북 협상은 한반도 비핵화임을 계속 고집할 것입니다. 결코 북한이 요구하는 핵무기 감축 혹은 전세계 비핵화 협상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 관해선 북한도 이견이 없으리라 봅니다. 북한이 비핵화 회담에 응하겠다고 할 때도 진정성은 없겠지만 적어도 비핵화가 협상의 기본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사실은 북한도 인정할 것이다.
기자: 그렇군요. 북한은 미국과 더는 비핵화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충분한 보상을 제공받으면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것으로 봅니까?
새모어: 북한은 박근혜 새 남한 정부 및 집권 2기를 맞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어떤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까 알아보고 싶어합니다. 또한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척 하면서 그 대가로 쌀이나 석유, 식량, 현금 같은 것들을 얻어낼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고 싶어한다. 그 경우 미국이나 한국이 직면할 도전은 그런 원조를 제공해도 북한에게서 뭘 받아낼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즉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북한이 얼마나 제한을 가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하지만 북한에게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 유예를 얻어낼 수 있다면 미국과 한국에겐 득이 될 것입니다.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능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또는 북한이 핵융합 물질을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중단하면 그것 역시 미국과 한국에겐 득이 됩니다. 북한의 핵무기 제조능력을 제한하기 때문이지요.
기자: 만일 북한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미국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새모어: 사실 지난해 2월 북미 합의가 바로 북한의 그런 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첫 조치였다. 그런 합의가 나온 뒤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었죠. 또 이를 통해 북한의 능력을 더욱 제한하려는 것이었죠. 이런 과정이 끝없이 계속될 겁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평화협정을 논의하고 싶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제가 볼 때 평화협정을 논의하기 위한 요건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먼저 아주 엄격한 제한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제한조치가 시행되는 동안 평화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데 솔직히 말해 이런 협상을 타결 짓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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