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경제 방침과 관련해 미국 측 6자회담 특사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대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이 최고 권력자로 등장한지도 2년 반이 지났습니다. 과연 현 시점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뜻대로 북한을 이끌어갈 수 있을 만큼 확고한 권력을 구축했다고 봅니까?
디트라니: 제가 볼 때 김정은이 최고 책임자입니다. 북한 정부 전반을 통제하는 사람은 김정은입니다. 김정은 외의 다른 인물이나 집단이 그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은 최고 권력자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고 봅니다. 다만 우려할 만한 일은 김정은이 다른 사람의 견해를 얼마나 수용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는 현안과 관련해 혜안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크게 기여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김정은이 자신에게 더 전문가적인 의견과 혜안을 제시할 수도 있는 사람의 말을 듣길 거부한다면 북한 지도부와 북한의 향배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기자: 바로 그런 부분에서 김정은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김정은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독선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까? 아니면 지금 말씀하신 대로 훌륭한 구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도 포용할 줄 아는 지도자인가요?
디트라니: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김정은이 장성택과 그 일당을 처형한 것은 그가 다른 사람들의 견해는 듣지 않고 있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봅니다. 김정은은 자기가 원하는 걸 자기 식대로 하고 싶어합니다. 그러기에 주변에 있는 측근들도 그에게 충성을 보여야 하고, 그의 견해를 수용해야 하지요.
기자: 김정은이 인정하든 안 하든 북한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핵실험과 여러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강력한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고, 그 때문에 경제는 더욱 고립돼 있는 상황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병진노선을 발표했지만 그가 핵 문제를 풀지 않는 한 이런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적은 것 같습니다. 과연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 부문에서 진전을 이룩할 수 있을까요?
디트라니: 제가 볼 때 김정은은 경제 개혁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핵개발과 동시에 경제 개발을 꾀하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라고 봅니다. 실제로 평양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징후를 보면 김정은의 지시로 주택 건설이 진행되고 김정은 자신도 농업부문의 개혁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죠. 하지만 김정은이 진정 경제개혁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즉 국제사회와 교류해야 하고, 외국 투자를 끌어 들어야 합니다. 과학이라든가 기술 분야 같은 데서 국제사회와 지금보다 좀 더 많은 교류를 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요. 제 생각으론 북한은 스스로 자초한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로 등장한 지난 2년 새 북한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다른 나라들이 북한과 상대하고 싶질 않습니다.
기자: 전통적인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중국도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북한 핵 실험이나 친중국계였던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북한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디트라니: 물론 중국과의 관계는 예외적입니다. 하지만 중국조차도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고 친중국계인 장성택을 처형한 데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게 중국이 원한 건 아니죠. 중국도 다른 나라들처럼 한반도 비핵화에 빠른 진전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만일 김정은이 진정 인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진지한 관심 있다면, 그가 정말 경제 개혁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 비핵화 분야에 진전을 이루기 위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제사회는 절대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핵을 가진 북한과는 정상적인 형태의 경제 교역을 하지 않으리라는 점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비핵화야 말로 북한에겐 핵심적인 사안입니다. 만일 김정은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갖고 있고 해결을 위해 움직인다면 상대도 호응할 겁니다. 북한과의 교류도 많아질 것이고, 외국인 투자도 많아질 겁니다. 또한 국제사회와 경제통합도 이뤄져서 북한 주민에게도 엄청난 혜택을 가져올 겁니다.
기자: 금방 핵 문제를 말씀하셨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너무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느라 치중하다 보니 인권 문제에 대해선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사실 미국 정부는 북한 핵 문제만큼이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디트라니: 북한인권문제가 핵 문제 때문에 뒤로 밀려난 적은 없습니다. 미국은 북한과 협상할 때 이런 사항은 분명 북한도 이해했습니다. 6자회담은 포괄적이고 검증가능한 북한 핵문제 해결을 논의한다. 하지만 관계정상화를 위해선 해당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겠지만 적어도 미국 입장에선 다음과 같은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즉 위조지페 등 불법활동이나 마약거래 등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인권문제에 관해선 투명성이 중요하고, 진전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오직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때에만 비로서 관계정상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측에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관계정상화를 위해선 단순히 비핵화 문제뿐 아니라 인권문제까지 한데 묶어 고려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기자: 사실 그런 부분을 과거 6자회담 미국 측 특사로 활동하실 때도 북한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는 뜻이죠?
디트라니: 북한도 미국과 양자 협상을 할 때는 진정 미국과 정상적인 국가 관계를 맺으려면 앞서 언급한 인권 문제와 불법거래 활동과 관련한 문제들이 반드시 확실히 투명한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권 문제와 불법 거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원칙은 행동 대 행동이었습니다. 우린 이런 문제들이 하루 만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여주고 문제 해결을 위한 일정과 해결을 위한 진전이 병행될 때 결국은 좀 더 정상적인 북미관계로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면 미국은 물론 남한, 일본 모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있어 결코 북한인권 문제를 경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김정은 정권의 미래는 북한의 경제회생에 달려 있다는 말이 많습니다. 만일 디트라니 대사께서 김정은이 신임하는 경제고문이라면 어떤 충고를 하겠습니까?
디트라니: 우선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즉 미국을 포함해 어느 나라도 북한이란 나라에 영토적 야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아무도 북한의 정권변화를 꾀하지 않는다고요. 또한 북한의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그런 변화를 아무도 원치 않으며, 북한이 국제사회와 통합하길 바란다고 말입니다. 나아가 모든 사람이 바라기는 북한이 도발과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 협상에 복귀해 2005년 9월19일 체결한 공동성명을 이행하라고 말입니다.
자: 그러니까 문제는 김정은이 정말 북한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비핵화와 관련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는 게 급선무란 말씀이군요?
디트라니: 제 개인적으로 김정은에게 이런 충고를 하고 싶습니다. "자, 여기 기회가 있습니다. 우선 구금돼 있는 미국계 시민 케네스 배를 석방해서 미국과 신뢰를 구축하십시오. 핵 협상에 복귀하겠다고 말하십시오.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고 말하십시오. 그러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북한에 경제지원과 안보지원을 제공할 것이고 궁극적으론 경수로도 제공받고 미국과 관계 정상화도 얻을 겁니다"라고요. 사실 오늘날 북한은 핵 실험 등으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그건 북한 주민은 물론 국제사회로서도 아주 불행한 일이 될 것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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