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은 근래 변화의 기류를 보이고 있는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와 중국의 대북접근 문제점에 관해 미국 국무부에서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스탠퍼드대 부설 아태문제연구소 한국학 부소장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요즘 들어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과거와 좀 달라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지난 5월22일엔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그간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 특히 핵 문제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봅니까?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일 때문에 중국을 다뤄보고 관찰한 경험에 근거로 말씀 드리면 저는 중국이 언젠가 한반도와 북한에 대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견해에 회의적인 생각을 품게 됐습니다. 통상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 실험을 한 뒤 중국은 북한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북한 정권에 분노를 표시하고 방문 교류도 줄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북한이 지난 2010년 남한에 두 차례 군사도발을 했을 때 중국은 중립적이거나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행동을 보면 북한이 아주 나쁜 행동을 저질렀을 때 중국은 대부분 분노를 표시해왔습니다. 제가 보고 들은 것에 의하면 중국은 지금 북한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분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언론보도로도 알 수 있고 제가 중국 관리가 미국 관리들에게 말한 것을 들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미국 내 일부에서도 중국이 북한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뀌고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기대감이 맞기를 바랍니다.
기자: 최근 중국은행은 북한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 중단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런 거래 중단은 중국 지도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을까요?
스트라우브: 저는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분명 중국은 북한의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에서 현상유지를 바라고 싶은 여러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중국은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하거나 다른 나라가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해 북한에 혼란이 발생하거나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전 때 3만5천명의 미군이 사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이 한국과 깊은 유대를 맺고 있듯이 중국의 늙은 세대도 한국전 때 북한을 위해 희생한 만큼 북한에 각별한 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또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고,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특정한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아도 양국의 지도자들끼리 맺은 유대로 인해 이해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기자: 사실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당시 중국 외교부, 상무부 고위 인사들과의 연쇄 면담에서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자산 동결, 금융거래 중지 등에 중국 당국이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대북제재와 관련한 미국 측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아니면 여전히 힘든 겁니까?
스트라우브: 오늘날 중국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의도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국인과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에 갖고 있는 이런 전략적 불신이 중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특히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줍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 드리면 중국인과 지도자들 대다수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막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아주 의심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그건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지만, 중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바로 그런 중국의 인식이 북한 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생각에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기자: 최근 시진핑 총서기가 해외정상 10명을 포함해 43개국 2천5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어느 일방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지역과 세계에 혼란을 초래해선 안 된다"면서 북한을 겨냥한 듯한 경고성 발언을 했는데요. 그 의미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스트라우브: 사실 중국 전문가들 가운데도 시진핑 총서기의 발언이 부분적으론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겨냥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다른 공식 성명을 보면 과거 유사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모든 당사국에게 적절한 행동을 촉구한 당부와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6자회담 초기 때 지금은 외교부장이지만 당시 중국 대표단장이던 왕이가 북한과 미국 대표단 모두에 마치 학교 선생님처럼 손가락질을 해대며 '훈계'하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총서기의 그런 발언이 나왔다고 해서 중국의 근본적인 태도가 바뀌었다곤 보지 않습니다. 저도 이 문제에 관한 저의 선입견이나 편견이 틀리길 바랍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기자: 중국은 북한의 작년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087호 채택에 적극 참여한 데 이어 이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지시문을 산하 기관에 내려 보냈고, 북한이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중국은 훨씬 강력한 내용을 담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2094호 채택에 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과거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은 하면서도 막상 제재를 100% 실행하는 데는 별로 협조적이지 못했는데요. 왜 그럴까요?
스트라우브: 제가 볼 때 중국은 종종 더 많은 압력을 가하라는 상황에 처해도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제재를 가한다거나 대북 제재에 완전히 동참하고 싶지 않습니다. 첫째로 중국은 북한의 국내 안정이 불확실해진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중국은 국제사회의 어느 특정국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걸 싫어하고, 불편해 합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제재를 가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중국은 믿습니다. 세 번째 중국이 북한에 제재를 가하길 꺼려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을 살펴보면 중국은 종종 북한의 국내 안정에 관해 무척 우려해 혹시나 혼란이나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해왔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중국은 외부의 압력으로 북한에 혼란이 오거나 북한 체제가 붕괴하느니 차라리 핵을 가진 북한을 더 선호할 수도 있겠네요?
스트라우브: 맞습니다. 중국은 북한이 핵 능력을 갖는 걸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정권의 혼란과 붕괴로 인해 이어질 불확실성과 위험을 더 위험하게 생각합니다.
기자: 중국이 한편으론 핵실험 등을 감행한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서도 북한과의 경제관계는 오히려 깊어지는 현상도 눈에 띄는 데요. 오히려 이런 게 북한의 나쁜 행동을 권장하진 않을까요?
스트라우브: 마커스 놀란드 저서를 보면 북중 두 나라 경제관계는 북한 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2006년 북한이 처음으로 핵 실험을 한 뒤 북한과 중국의 경제 교류는 극적으로 증가했고 계속 증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나쁜 행동을 하고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이런 일은 중국이 의도하지 않고도 북한의 핵 개발을 장려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지요. 사실 북한에 대해 상당한 무역 교류를 하고 지원을 하는 나라는 오늘날 중국이 유일합니다. 게다가 개성공단마저 중단된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을 돕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기자: 그럼 중국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 북한의 핵 포기를 가장 잘 설득할 수 있을까요?
스트라우브: 북한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이나 북한의 태도를 감안하면 마술 같은 해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시도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에 보내는 경고다.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핵개발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북한이 핵 국가로 인정받을 수도 없으리라는 점, 나아가 중국은 북한의 행동에 아주 불쾌하다는 점을 경고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기존의 대북제재를 더 강력히 실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중국 정부가 북한에 투자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민간 부문에 대해 더는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세 가지 중요한 방법을 통해 중국은 북한을 윽박지르거나 혼란을 조성하지 않으면서도 핵개발은 갈 곳이 없다는 명백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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