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게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도 북한의 외국인 체포 문제와 관련해 살펴보겠는데요. 앞서 북한은 외국인을 체포한 뒤 이들을 인질로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실제로 2010년엔 6월 유나 리, 로라 링 미국인 여기자 2명이 비자없이 북한 국경을 넘었다 체포돼 각각 노동교화형 12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그해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틀 전 석방하기도 했는데요. 또 그해 1월 북한의 기아와 인권실태를 고발할 목적으로 중국을 거쳐 불법으로 북한에 들어갔다 체포된 미국인 곰즈 씨도 8년 노동 교화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풀려났는데요. 이걸 보면 분명 북한은 이들을 인질로 여기면서 석방 대가로 거물급 미국 정치인의 방북을 원하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노동교화형 선고를 받은 사람이면 일단 인질이 됩니다.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 북한에서 지금까지 여러 번 반복해온 절차는, 이들을 석방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해당국 고위급 대표단이 방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정치인들은 미국 국민을 구조하려 북한으로 갔습니다. 지금도 비슷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이 이러한 인질 놀음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이와 같은 특별 방문을 이용하여 북한 정부는 미국 주요 정치인들과 접촉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북한과 회담을 거부할 때 이와 같은 인질 외교가 중요합니다.
둘째 이유는 내부 선전입니다. 북한은 이와 같은 방문을 보도할 때마다 이를 마치 미국의 항복처럼 보도합니다. '미제가 무릎을 꿇고 사과를 받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미국 측도 이런 북한의 속셈을 잘 알고 있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미국 국민들은 북한 언론의 보도를 알지도 못하고, 알더라도 웃기는 거짓 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북한에 간 미국 정치인은 국내에서 인기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을 구조하려 멀고 위험한 독재국가까지 간 사람으로서 자신에 대해서 선전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하지만 미국인과 달리 한국인은 석방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중국에서 탈북인을 돌보던 한국인 김정욱 선교사는 2013년 10월 북한 측 고위인사의 권유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간첩혐의로 체포돼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데요. 미국인과 달리 북한은 이런 한국인에겐 전혀 석방의사가 없는 것 같은데요. 왜 그럴까요?
란코프: 이러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체포된 미국 사람들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하는 외교 수단이지만, 남한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별 협상 가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가 보기에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그 때문에 한국의 영향 확산을 가로막는 것은 미국의 영향을 가로막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과제입니다. 물론 북한은 남한과 관계 개선을 할 의지가 있을 때 그 사람들을 석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이 이런 식으로 무고한 외국인을 간첩혐의 혹은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체포하고 징역형을 선고하는 행위는 국제적인 사법 규범에도 전혀 맞지 않지 않습니까?
란코프: 엄밀하게 말하면 이러한 행위는 논리적으론 국제적인 사법 규범에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간첩이나 음모자들을 체포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에서 체포된 외국인들은 물론 국가전복음모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선교 활동을 했습니다. 이것은 국가전복 음모와 거리가 멉니다.
선교활동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완벽하게 합법적인 활동입니다. 문제는 제가 벌써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의 경우 종교는 주체사상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으로 보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 당국자들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종교활동을 가로막아야 하고, 선교사들에게 국가전복 음모와 같은 딱지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 체제유지의 논리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을 방문하면 신변불안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도 각별히 조심해야 겠지요?
란코프: 사실상 중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들이 북한을 많이 방문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들이 북한에서 황당한 이유로 아무 때나 체포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 이러한 외국인의 공포심이 아무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3년 동안 상황이 어느 정도 바뀌었습니다. 요즘에 북한 정부는 대북지원 사업을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비교적 자주 체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거의 없었던 일입니다. 당시에 외국 사람이면 북한에서 주체사상이나 체제에 공개적으로 도전하지 않는다면 아무 위험이 없었습니다.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체포 사건에 대한 보도는 세계에서 널리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북한으로 가는 것을 너무 위험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면 과장된 공포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공포의 근거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정책은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객 숫자를 많이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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