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최근 김정은이 북한 군부의 1인자인 최룡해 군총정치국장을 전격 경질하고 그 자리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있던 황병서를 기용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 행보과 관련해 오랫동안 북한 지도부 연구를 해온 전문가인 켄 고스(Ken Gause) 미 해군분석연구소(CNA) 연구국장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말 장성택이 숙청된 이후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이 군총정치국장으로 2인자 자리를 굳히던 최룡해 아닙니까? 그런 최룡해를 김정은이 이처럼 전격 교체한 배경이 뭘까요?
고스: 실은 이 같은 인사가 놀라운 건 아닙니다. 김정은은 작년 5월부터 특히 군정치국과 군부 내 핵심 인사에 대한 교체를 시작해서 이번에 군부 핵심 실세 3자리 가운데 하나인 총정치국장을 교체한 상태입니다. 기본적으로 김정은이 지금 하는 일은 선친 김정일이 자신의 주변에 배치한 인사들을 떼어내는 작업입니다. 즉 총정치국과 군부부터 우선 대상자들을 교체하고 대신 충성스런 사람들로 채워놓는 것이죠. 최근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황병서는 2008년부터 김정은과 인연을 맺은 인물입니다. 제가 볼 때 이처럼 군 인사가 잦은 이유는 김정은이 기본적으로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 공고화 작업과 관련해 막바지 3단계에 진입했음을 말해줍니다.
기자: 얼마 전 쓰신 논문을 보면 김정은이 1단계에선 권력세습에 따른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고, 2단계에선 충성파로 자신의 권력 기반을 확립하고, 마지막 3단계론 김정은이 섭정구조를 제거해 독자적인 권력을 완수하는 것으로 관측했는데요. 지금이 그 3단계란 말씀이죠?
고스: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 3단계에 관해 언급했는데요. 김정은은 작년 12월 장성택을 숙청한 뒤 급속히 3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3단계에서 김정은이 할 일은 자신을 보좌하던 섭정 구조를 제거한 대신 충성파로 채우는 것입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착수하는 것이죠. 물론 김정은은 이 단계까진 오직 않았습니다. 김정은은 당과 다른 기관의 고위 인사들을 대거 교체하는 데 아주 신중한 모습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대상자를 선별적으로 교체했고, 그런 뒤엔 충직하고 군부와 보안성의 핵심적인 기능을 잘 아는 사람들로 대체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통해 김정은은 정권 내 자신의 안전과 권력을 담보하려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앞으로 1~2년 내 당 정치국과 비서국 핵심 요직들도 대거 교체하되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인사들은 제외할 겁니다.
기자: 금방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 공고화 과정에서 지금은 3단계로 자신을 보좌해온 섭정 구조를 제거하는 단계라고 하셨는데요. 현재 그 작업이 성공했다고 봅니까?
고스: 제가 볼 때 김정은이 완전히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앞으로 1~2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아직은 권력 공고화와 관련해 작업을 완수한 건 아닙니다. 정권을 완전히 선도하기 위해선 김정은이 세 가지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우선은 인사 교체를 한 데서 볼 수 있듯이 국정을 잘 수행해야 하고, 핵심적인 무기 체제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일도 있습니다. 그는 이미 성공적인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했고, 머지 않아 다시 한 번 핵실험을 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내부 교체작업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북한이 신경 쓰는 건 도발을 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이런 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고 도발에 나서면 그건 아마도 북한이 내부 단속작업을 끝냈다는 신호일 겁니다. 북한의 마지막 도발 후 지금까지 어떤 도발도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 걸 봐선 지금도 이런 내부 단속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제가 볼 때 지금 김정은이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자신의 주위에 충성스런 세대를 키우고 있다고 봅니다. 이들이 지금까진 북한 지도부의 2선, 3선 대열에 있다가 합류하는 것이죠. 김정은은 이들을 발탁해서 선친 김정일과 김일성 시대와 유착한 1세대, 2세대 원로 인사들을 서서히 교체하는 겁니다.
기자: 지금 최룡해 대신 황병서가 김정은의 오른팔로 떠올랐는데요. 황병서는 어떤 인물인가요?
고스: 이번에 군총정치국장에 오른 황병서는 여러 면에서 아주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황병서는 당조직부 제1부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군부의 요직들을 관할한 사람입니다. 그는 군부 내 모든 핵심 인사들을 꿰뚫고 있어 이들의 취약점은 물론이고 누가 추문에 연루돼 있는지 훤히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군 핵심인사들이 아주 두려워하는 인물이지요. 군부 인사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매우 조심할 겁니다. 어느 장군이고 김정은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스런 일 외엔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김정은이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는 황병서를 군총정치국장에 앉혔기 때문입니다. 황병서는 김정은이 향후 자신에 충성스런 인물로 군부 인사를 단행할 때 아주 유용한 역할을 할 겁니다. 이런 작업이 이뤄진 뒤에야 김정은은 군부가 설령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를 조치와 정책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이번에 김정은이 최룡해를 밀어내고 황병서를 발탁한 게 독자적인 결정이었을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조언을 받았느냐 하는 점도 관심사 아닙니까?
고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볼 때 김정은은 자신이 원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섭정구조를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됐을 겁니다. 장성택과 관련된 문제와 장의 숙청으로 인한 정권 내 제2의 권력에 미칠 파장, 나아가 생존 시 장성택이 제2의 권력 중심으로 있으면서도 전혀 돌보지 않은 고모 김경희의 건강 문제 때문이지요. 만일 당시 실기했더라면 장성택은 제거하기가 아주 어려웠을 것이고, 건재 시 중심 권력자로 나섰을 겁니다. 제가 볼 때 지금 김정은은 노동당 비서국 사람들에게 상당히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복누나인 김설송은 아마도 그의 핵심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김설송은 정권 내 권력의 속성이나 조작 능력, 정권 내 관계 구축 등과 관련해 김경희가 맡았던 책임들을 넘겨 받았습니다. 따라서 북한 최고 권력에서 어떤 불안정한 일이 생긴다면 그건 군부의 쿠테타 기도 때문이 아니라 김 씨 일가 내부의 알력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김정은은 1세대, 2세대 원로 인사들을 퇴진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일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들은 김 씨 일가에서 대안을 찾아내 그를 중심으로 지지세력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는데요. 김설송이 바로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김정은과 이복누이인 김설송 간의 권력 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요. 따라서 김정은이 향후 1~2년 내에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느냐 하는 관건도 김설송이 적절한 시점에 2선으로 물러나느냐 여부와 연계돼 있습니다. 만일 김설송이 물러나지 않고 저항하면 최고 권력 내부에 불안정이 찾아올 수 있을 겁니다.
기자: 흥미로운 지적인데요. 현재 비서국에서 김설송의 정확한 지위는 무엇입니까?
고스: 탈북자들의 증언 외에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제가 볼 때 그녀는 당 비서국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비서국은 김정은의 일일 일정을 챙기고 신변을 보호하며, 언젠가는 김설송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여동생 김여정에게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비서국은 노동당은 물론 정권의 제반 요소와 연계돼 있습니다. 비서국은 당의 문건이나 김정은의 지시를 내려 보내고 김정은에게 올라오는 정보를 통제합니다. 비서국은 당 조직지도부와 아주 유착돼 있죠. 한 마디로 비서국은 당 속의 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김정은의 최측근 인사들로서 북한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김정은의 개인 고문입니다. 이들은 김정은의 현지 지도에 반드시 등장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인물도 아닙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북한 정권에서 진짜 힘있는 사람들입니다. 정권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정보를 간직하고 있고,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기 때문이지요. 바로 그 정점에 김설송이 있는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 공고화 작업에 관해 켄 고스 미 해군분석연구소 연구국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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