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근래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가 예전같이 않으면서 두 나라 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흔히 북한과 중국 과의 관계를 순망치한, 즉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친밀한 관계로 비유를 하곤 했는데요. 이제 이런 순망치한의 북중관계는 시대가 변하면서 옛말이 된 것 같습니다. 요즘 중국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란코프: 중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입니다. 약 14억명이나 되는 중국 사람들의 의견은 제각각 다릅니다. 하지만 제가 관찰한 바로는 적어도 북한에 관해선 이렇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 대부분은 북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경제 상황이 너무나도 어려운, 못 사는 나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오래 전부터 중국의 원조를 많이 받았는데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고마움조차 표현하지 않아 북한에 대한 실망과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에게 북한은 모택동 시대의 중국, 즉 1960~70년대의 중국을 연상시킨다고 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중국 사람들은 어느 정도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시 대약진이나 문화혁명 등 잘못된 정책을 체험했기 때문에 북한이 왜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체제를 아직도 유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만난 중국사람들은 북한을 비이성적인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이가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동정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있습니다. 그들의 어린 시절인 1950년대에 중국 언론은 한국 전쟁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좋은 기사를 많이 썼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북한을 방문할 때 심정적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북한에 관광을 가 본 사람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결국 오늘날 중국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태도를 종합해보면 무관심 혹은 불편함, 그리고 조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중국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관계를 맺어온 중국 정부의 태도는 어떤가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중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이중적입니다. 한 편으로 중국정부는 미국과의 대립으로 한반도에서 북한과 같은 완충지대를 필요로 합니다. 북한은 당연히 이러한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측은 북한의 국내 안정이 어느 정도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중국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너무나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세계적인 핵확산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핵무기 보유국가로서 자국의 특권적인 위치를 지키고 싶어 하기 때문에 핵확산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을 위해 국제사회의 안정을 바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안정유지에 장애물이 되는 핵확산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중국은 북한의 안정을 바라는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모순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 압력은 북한의 내부 정치에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 지금 북한 핵문제를 언급하셨는데요. 중국은 전통적으로 핵 개발을 해온 북한에 대해 그다지 뼈아픈 압력은 가한 적이 없는데요.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 좀 달라지는 느낌인가요 어떻습니까?
란코프: 말씀하신 대로 중국은 몇 년 전 까지도 북한의 현상유지가 비핵화보다 더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북한에 많은 압력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을 때부터 중국의 태도는 많이 변화하였습니다. 제가 2~3년 전 중국의 학자들과 만났을 때, 그들에게서 이제부터 비핵화가 현상유지만큼 중요하게 생각될 것이라는 주장을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중국학자들의 이러한 주장을 거의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이러한 주장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중국은 북한에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변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기자: 방금 중국이 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이런저런 압력을 많이 가했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최근 연변을 방문했을 때 그런 분위기를 느꼈습니까?
란코프: 제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중∙북 협력, 그리고 대북 투자 상황입니다. 중국은 2013년 초까지 북한에 자원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돈으로 북한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압록강 하류에서 중국의 단둥시와 북한의 신의주시를 잇는 다리를 건설하기도 하고, 전력난이 심한 라선특구가 중국으로부터 전기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송전선 등을 건설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2013년 북한에서 제3차 핵실험이 벌어지고 장성택 처형된 이후 중국의 태도는 급변하였습니다. 그 때부터 중국은 거의 완공된 건설사업까지 모두 동결하였습니다.
지금 중국 중앙정부의 태도는 중앙정부의 예산으로 대북지원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동북3성의 지방정부는 대북투자를 해도 되지만, 중앙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였습니다. 물론 중국의 민간자본은 그대로 북한과의 협력을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이 시간에선 순망치한의 관계가 옛말이 돼버린 북한과 중국 간 관계 문제에 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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