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미 해군분석연구소 북한 지도부 연구 전문가인 켄 고스(Ken Gause) 연구국장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논문에서 김정은이 향후 2년 안에 정권 공고화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과연 그 때가면 그가 김일성 혹은 김정일처럼 권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까요?
고스: 글쎄요. 김정은이 아직 이뤄내지 못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경제부문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게 그겁니다. 만일 김정은이 경제 발전방안을 찾아내지 못하면 앞으로 3년에서 5년 안에 모든 게 틀어지기 시작할 겁니다. 만일 김정은이 이 기간에 국제적 지원을 끌어들이지 못하거나 남한의 부강한 경제와 연계되지 않을 경우 경제발전은 무척 힘든 과제가 될 겁니다. 특히 북한이 궁극적인 경제발전은 물론 북한이 주창하는 강성대국을 위해 남한 경제와 연계하는 것이 아주 긴요한 일입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제제 등의 이유로 경제발전을 해낼 수 없다면 권력을 완전히 공고화하는 건 무척 힘들 겁니다. 왜냐하면 권력을 공고화하는 일은 부분적으론 정권의 정당성을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그러기 위해선 정권을 안겨준 인민의 복리를 잘 챙겨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이 이런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권력 공고화도 무척 힘든 일이 되겠죠.
기자: 사실 김정은은 혈연적으로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후계자라는 사실 외에 북한 인민들에게 아직은 별로 보여준 게 없지 않습니까? 고스: 말씀하신 대로 나이가 젊은 김정은은 조부 김일성처럼 혁명투쟁에 따른 정통성도 없고, 선친 김정일처럼 권력과 체제를 자기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정통성도 없습니다. 바로 이런 취약성 때문에 김정은은 국방 체제라든가 경제 분야 등 핵심적인 분야에서 뭔가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데요. 실은 북한에서 국방과 경제발전은 서로 모순적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보면 김정은에겐 장성택을 비롯해 반대파를 숙청하는 작업이 경제 발전과 같은 일보단 훨씬 쉬웠겠네요?
고스: 맞습니다. 그만큼 김정은이 경제적으론 아주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이 100%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제가 볼 때 앞으로 2년이 김정은에겐 중대한 시기가 될 겁니다. 그가 경제 발전에 성공한 지도자로 부각할지 아니면 완전히 실패해 정권의 허수아비로 전락해 여러 핵심 권력인사들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 다닐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 인사들이 장성택이 숙청된 뒤 꼼짝 못하고 있지만 김정은이 흔들거리면 다시 전면에 나서 서로 경쟁을 벌일 것입니다. 그 경우 김정은이 아직 권력을 완전히 공고화하지 못했다면 이들에 의해 조종당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김정은은 과거 김일성 혹은 김정일 시절 권력에 유착했던 인사들을 급속히 떼어놓거나 퇴진시키고 있는 겁니다. 대신 김정은은 이들이 차지했던 기관의 요직에 자신에게 충성스런 인물들로 채우고 있는 것이죠. 김정은은 바로 이들을 통해 권력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을 더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기자: 김정은이 앞으로 권력을 공고화하는 과정에 누군가의 조언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요. 현재 측근에서 김정은에게 조언을 하는 사람은 누굴까요?
고스: 제가 볼 때는 막후에서 움직이는 사람으로 이복누이인 김설송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은은 예전처럼 섭정 인맥이 아닌 당 비서국의 조언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만일 김경희가 여전히 건강하다면 김정은과 직통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볼 때 권력을 어떻게 운용하고 조작하느냐 하는 능력과 관련해 김정은은 아직 누군가의 지도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김설송 외에도 언론에 등장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김정은에게 조언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과거 인민군 4군단장과 무력부장을 지낸 김격식도 막후에서 김정은의 군사 고문으로 활동할지 모릅니다. 최근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최룡해 당비서도 섭정 인맥이 아닌 개인 고문으로 김정은을 도울지도 모릅니다. 섭정은 김정은의 운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이지만 고문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문관들은 조언을 할 뿐이며 조언을 택할지 여부는 결국 김정은의 몫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과연 누굴 의존하느냐 그게 핵심적인 궁금증이죠.
기자: 그렇군요. 김정은이 향후 2년 내 권력 공고화 작업을 완전히 다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은 없을까요?
고스: 명백한 저항 세력은 없을 겁니다. 지금 북한은 김정은 뒤에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북한 군부는 지금까지 상당한 인사교체로 평정이 된 상태고, 그렇다면 과연 어디서 거센 저항세력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한 마디로 쿠테타가 통하지 않고, 주민을 끌어 모아 저항 세력으로 만드는 것도 아주 힘듭니다. 게다가 지금 같은 북한 체제는 맨 위의 김 씨 일가를 통해 정통성이 부여되고 있고, 따라서 김 씨 일가 없이 나라를 운영하기도 아주 어려울 겁니다.
기자: 문제는 김정은이 자신에게 충성스런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더라도 과연 이들이 경제 문제 등에 개혁적인 의지를 갖고 있느냐 하는 점 아닌가요?
고스: 제가 볼 때 김정은이 예를 들어 경제 부문에 반드시 개혁의지가 있는 사람만을 자리에 앉히고 싶진 않을 겁니다. 그러기 보다는 경제를 지금보다 잘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을 앉히겠죠. 박봉주 총리는 개혁가는 아닙니다. 그는 주어진 경제 체제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기술관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는 국제적 지원을 끌어내고 북한 경제를 남한 경제의 여려 부문과 연계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봉주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나 경제특구를 위해 진력하는 까닭도 바깥세계, 특히 남한에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것인데요. 박봉주가 이런 작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면 정권에 외화를 가져다 줄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경제 개혁을 할 수 있을까요? 반드시 그렇진 않을 겁니다. 오히려 그는 정권의 순항을 위해 외화를 더 많이 벌어들인다고 봐야죠.
기자: 지금 김정은의 주변 인사들을 보면 단순히 충성파에 불과한가요 아니면 북한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인가요?
고스: 제가 볼 때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김정은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정은은 이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결정을 아주 즉흥적이면서도 빨리 내리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는 '만일 이런 이런 일을 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올 겁이다'하는 조언을 경청하는 듯 합니다. 이를테면 외교 분야의 경우 강석주 당비서와 같은 사람의 조언을 잘 듣습니다. 근래 김정은이 도발을 벌이지 않는 것도 이들의 조언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요. 이를테면 '중국과의 관계는 물론 아주 위태위태한 미국 및 남한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권력을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도발적 행동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라는 식의 조언 말입니다. 반면에 김정은은 핵실험 등을 통해 핵 능력을 구축해야 하기에 추가 핵실험은 여전히 가능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도 권력공고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김정은이 추구하고 있는 핵과 경제개발의 병진전략은 그의 입지를 아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기자: 김정은이 북한의 집권자로 나선 지도 3년이 다 되갑니다. 지금까지 그의 국정 행태를 보면서 혹시 느끼신 점은 무엇입니까?
고스: 글쎄요. 제가 보기에 김정은은 30대 지도자가 보여줄 것 같은 그런 사람입니다. 김정은은 사람을 윽박질러 자기를 지지하도록 하거나 자기의 견해에 동의하도록 하는 한편 측근들의 조언도 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정을 빨리 내리는 습관은 있지만 충분히 숙고하지 않기 때문에 측근들의 조언을 필요로 합니다. 문제는 김정은이 이런 측근들의 조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느냐 하는 점인데요. 그 점을 평가하긴 어렵지만, 그가 아직은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그는 아직까진 북한을 전쟁으로 내몰지는 않았습니다. 또 우방인 중국과 완전히 절연할 정도로 일을 벌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 유엔 제재 등으로 인해 경제 부문 등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들이 많아 김정은이 어떤 정책을 취하기도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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