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최근 결렬된 남북당국회담 사태와 북한의 경제개혁 문제에 관해 북한 전문가인 스티븐 해거드(Stephan Haggard)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리기로 한 남북당국회담이 북한이 남측 수석대표의 격을 문제 삼는 바람에 열리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특히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회담을 제의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었는데요. 우선 당시 북한의 회담이 제의한 의도를 어떻게 봅니까?
스티븐 해거드: 제가 볼 때 세가지 의도가 있었다고 봅니다. 우선은 지난 7일 미국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죠. 북한은 아마도 시 주석이 한반도에서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할 수 있도록 해주려 한 것이죠. 그렇게 해서 부분적으론 중국에 진 빚을 되갚으려는 것 같습니다. 둘째로 북한이 남측 회담 제의를 수락한 데는 돈 문제가 중요한 동기가 됐다고 봅니다. 사실 회담이 열려도 북한이 내놓을 것은 별로 없습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의 재개 문제나 이산가족 재회 등에 관한 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전부였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은 북한엔 현금을 벌어주는 사업이니까요. 이산가족의 경우 남아있는 고령자들도 대부분 사망했지만, 그래도 북한이 남한에 줄 수 있는 건 이산가족 재회사업이 전부입니다. 결국 이 세가지가 회담 의제라면 박근혜 남한 대통령도 그 목적을 거두지 못할 겁니다.
기자: 방금 북한이 남한의 회담 제의에 응한 동기를 세 가지로 설명해주셨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북한의 딱한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돈 문제가 주된 동기가 아닐까요?
해거드: 확실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방인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 2087호, 그 가운데서도 대외무역제재 조항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또 북한과 중국 국경의 무역이 줄어들고, 북한 은행들 가운데 일부는 중국의 상대 창구로부터 신용 차관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그러니 분명 북한이 남측 회담에 응했을 때는 이런 돈 문제도 고려했을 겁니다. 아시겠지만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연간 9천만달러, 금강산 관광에서 1천5백만~3, 4천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북한이 회담에서 제시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들 스스로 폐쇄 책임이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다시 정상화하는 것이죠.
기자: 북한은 과거 중국이 개혁, 개방 당시 농업분야에서 처음 도입한 것과 같은 농업개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농업개혁이든 경제 전반의 개혁이든 결국은 돈, 외부세계의 투자가 필요한데요. 그런 점에서 북한이 이번 당국회담을 이용해 남측에서 경제지원을 얻어내려는 속셈은 없었을까요?
해거드: 글쎄요. 돈과 개혁은 같은 게 아닙니다. 사실 북한은 과거에도 국제사회에서 경제지원을 요청하면서도 막상 개혁엔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돈과 개혁이 반드시 서로 연계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경제 개혁을 시도하려고 하는 것은 완전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북한은 관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북한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작년부터 시범적 차원에서 경제 개혁을 시작했고, 또 이와 관련한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3월 하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하겠다는 새로운 노선을 채택했습니다. 북한은 현재 핵개발로 인해 유엔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고, 여기엔 북한 우방인 중국도 동참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이런 경제건설과 핵개발이란 두 개의 목표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까?
해거드: 문제는 북한이 말하는 경제개혁이 뭐냐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내세운 경제건설과 핵개발 병진 정책을 보면 실제로 북한이 얘기하는 건 경제개혁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시장경제 같은 것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습니다. 즉 경제개혁에 관심이 있다는 식의 기술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저 작업을 독려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더 발전시킨다는 식으로 기술돼 있죠. 그래서 드러난 것을 보면 아주 실망스럽습니다. 모든 게 북한이 뭘 말하느냐 보다는 실제로 뭘 하느냐가 진짜 중요한 문제이죠. 왜냐하면 북한은 당당히 "우린 경제개혁을 하는 중이다"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죠.
기자: 작년부터 북한에서 이런 저런 경제개혁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AP 북한이 생산촉진을 위해 협동농장과 공장•기업소의 관리자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새 조치를 발표했다고 지난 4월 보도했는데요. 보도를 보면 협동농장에서는 작업단위가 더 작은 규모로 조직되고 각 단위가 담당 농지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돼서 모든 수확을 국가에 바쳐야 했던 과거와 달리 작업단위가 남아도는 농산물을 보관해 판매하거나 물물교환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인데요. 이 같은 움직임을 어떻게 봅니까?
해거드: 지금까지 북한 개혁과 관련해 나오는 애기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분명 북한에서 농업 부문의 개혁을 위한 시범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건 작업 소조의 규모나 생산실적과 관계된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개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관해선 모호한 구석이 있습니다. 둘째는 임금 개혁인데요. 아직 이와 관련해 주목해볼 만한 게 있는데요. 그건 바로 국영기업소들이 이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차등지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작업 소조에 배치된 사람들이 시장중심의 경제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런 기관의 책임자들은 자신들이 버는 봉급 이외 가욋돈을 벌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몇 주 새 나온 얘기인데요. 일본과 한국 언론에 보도된 배급제에 관한 겁니다. 배급제에도 뭔가 개혁이 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개혁 움직임에 낙관도 비관도 않습니다. 하지만 뭔가 현재 북한에서 시범적 개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과거 7.1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군부와 노동당 강경파에 의해 물러났던 박봉주가 지난 4월 총리로 다시 복귀한 점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북한이 그만큼 경제개선에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해거드: 저도 박봉주를 총리로 복귀시킨 것은 뭔가 다른 방향으로 가려 하는 것 같은 신호로 해석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선회하느냐죠. 북한 정권은 지금 한 가지 고민에 빠져 있는데요. 그게 뭐냐 하면 북한이 최근 경제 건설과 핵개발이란 병진정책을 발표했는데요. 바로 이것 때문에 외부 세계의 사람들이 북한과 교류하는 게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북한과 교류하면 북한의 핵개발 능력을 뒷받침하게 되는 것이니 외부세계 사람들이 북한과의 무역 및 투자를 지지할 수 없는 것이지요. 물론 중국은 예외이지만 말입니다. 이게 바로 북한 정권의 고민인데요. 만일 북한이 앞으로도 핵 능력을 계속 유지한다면 외부 세계가 대북무역, 투자를 하기란 아주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기자: 앞서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최근 농업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협동농장과 공장, 기업관리소의 관리자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개선 조치를 발표했는데요. 북한이 정말 농업부문에서 개혁을 하려는 징후로 봅니까?
해거드: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관련 보도를 유심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분명 시범적 차원의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조치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느냐 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지요. 이를테면 협동농장을 관리하는 위원회가 있지 않습니까? 위원들은 정부가 임명합니다. 그들은 농민이 아니라 행정가이지요. 그런 만큼 이들은 농민들이 아닌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잉여농산물을 관리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니 각 조합의 힘이 셀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조합마다 차이는 있겠지요. 어떤 조합은 다른 조합보다 더 광범위한 개혁 조치에 동참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모르는 것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런 개혁조치가 성공할지 여부 말입니다. 이런 조치가 지방에선 흔히 부패해지거든요. 그래서 제가 보기엔 우리가 구체적인 숫자라든가 하는 사실을 파악하기 전에는 이런 개혁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진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북한은 이와 관련해 외부의 충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의 경제개혁 문제와 관련해 캘리포니아대 스티븐 해거드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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