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돈주들의 전성시대”

북한 하나전자가 평양에 개장한 고급 레스토랑·사우나 시설.
북한 하나전자가 평양에 개장한 고급 레스토랑·사우나 시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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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들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근래 북한에서 신흥부유층이라고 할 수 있는 '돈주'들이 경제활동의 모든 분야에서 중추역할을 해서 큰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도대체 돈주는 언제부터 생겨났고, 이들은 누구입니까?

란코프: 돈주는 1990년대 초부터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특히 2000년을 전후로 힘이 센 사회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물론 김일성 시대 국가사회주의의 중앙계획경제가 잘 가동되고 있었을 당시에 돈주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어떤 사람들은 소규모 장사를 하거나 해외에서 나온 송금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생활을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민반과 조직생활을 비롯한 정부의 감시정책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위험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와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배급만 타서는 살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역시 장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사는 시장경제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승리하는 사람들과 실패하는 사람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돈주들은 1990년대 활발해진 시장경제 속에서 돈을 잘 벌어 부자들이 된 사람입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국가 및 간부들과 많이 결탁하였습니다. 그래도 그들이 번 돈은 주로 그들의 능력 덕분에 이루어졌습니다.

기자: 현재 북한에 돈주들의 숫자가 얼마나 된다고 보며, 이들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란코프: 해당 질문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모르고, 고급 보위원들도 모르고, 저 또한 모릅니다. 그래도 가설을 세워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돈주라는 사람들의 개인 재산은 미국 돈으로 환산해 보았을 때, 적게는 수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 만 달러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북한에서 약 수만 명 정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람들이 7만 명인지, 혹은 10만 명인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기자: 지금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서 수만달러에서 수백만 달러를 가진 돈주가 수만 명에 달한다는 것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체제를 감안하면 상당히 놀라운 일 아닙니까?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금 장사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돈을 잘 버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종의 양극화 현상입니다.

기자: 북한에선 개인이 불법으로 돈을 축적하는 게 금지돼 있는데요. 그런데 이처럼 돈주들이 북한에서 성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란코프: 북한의 법 제도는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누구나 매일 하는 일 중에서도 불법으로 여겨지는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는 현재 누구나 공장을 다니고 국가가 준 배급을 통해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사실상 없습니다.

기자: 국가배급을 통해 살아가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는 말씀이네요?

란코프: 물론이에요. 그들은 시장으로 가서 돈을 내고 쌀, 강냉이를 삽니다. 이건 불법행위입니다. 여행 또한 비슷합니다. 북한에서 현재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민위원회 제2부에서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기자: 인민위원회 제2부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인민위원회 직원들은 다 경찰입니다. 사실상 이러한 여행증이 없어도 장사나 다른 이유로 인해 타 지역으로 간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돈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최근 20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김일성 시대의 북한과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하지만 정치 안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북한의 지도계층은 이러한 변화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시대착오적인 법을 취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들은 사실상 무시되고 있습니다. 돈주 또한 비슷합니다. 그들이 하는 행위는 거의 다 불법이지만 북한의 당국자들은 그들을 통제 단속할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만약 돈주들이 하루 아침에 없어진다면 얼마 전에야 비로소 좋아지기 시작한 북한의 경제는 무너질 것입니다. 돈주를 비롯한 개인의 경제활동 덕분에 북한의 국가기업소가 가동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한의 간부들도 돈주들에게서 뇌물을 많이 받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돈주들을 법대로 단속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무시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돈주가 없이는 북한 경제가 굴러갈 수 없다는 결론인데요. 돈주는 지방보다는 아무래도 평양에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평양 돈주들이 가장 규모가 크겠죠?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국가의 힘은 예전보다 줄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 무섭습니다. 제가 벌써 여러 번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의 돈주들은 당 간부들과 결탁하지 않고서는 사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규모가 큰 사업을 하려는 돈주는 무조건적으로 하급이나 중급간부들이 아닌 고급 간부들과 결탁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 돈주들은 사업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위협까지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에서 힘이 많은 간부들은 압도적으로 평양에 집중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일 성공적인 돈주들 또한 평양에 집중되는 경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