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대화의사, 진정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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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이 최근 최룡해 인민군 차수가 중국을 특사자격으로 방문한 데 에 이번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중국에 파견해 전략대화를 갖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 관해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남한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핵 협상을 사실상 총괄 지휘해온 김계관 제1부상이 6월19일 중국을 전격 방문해 핵 문제 등과 관련해 협의를 가졌습니다. 특히 현재 중단상태에 있는 6자회담에 대해서도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우선 김 부상이 갑작스레 중국을 방문하게 된 배경을 뭐라고 봅니까?

안드레이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 지도부가 지금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북한 지도부는 회담을 재개하길 희망합니다. 미국과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대화를 재개하는 게 정말 필요하다고 북한 지도부는 생각합니다. 북한이 지난 3~4개월 동안 협박외교를 많이 했을 때 당시 북한 지도부의 진짜 목적은 나중에 회담을 재개할 때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그처럼 압력을 가한 이유는 나중에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의 희망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진정성이 없는 북한과 대화하는 데 별 관심이 없고, 남한은 어느 정도 관심은 있지만 예전에 비해 훨씬 강경한 태도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희망은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미국과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회담에 참가하도록 해서 나중에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는 것입니다. 둘째론 요즘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벼랑끝 외교, 북한의 모험주의에 대해 많이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지금 중국에 보여주고 싶은 것은 북한 지도부가 동북아시아의 긴장된 상황을 완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입니다.

기자: 김 부상은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자회담을 포함해 어떠한 형식의 각종 회담에 참가해 담판을 통해 평화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6자회담의 재개 의사를 밝혔는데요. 그 의도를 어떻게 봅니까?

란코프: 6자회담에 대한 얘기는 바로 중국 측이 듣고 싶은 얘기입니다. 중국 지도부는 6자회담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6자회담은 맨 처음 중국이 내놓은 제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6자회담을 제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나라도 중국입니다. 6자회담이 완전히 끝장난다면 중국의 국제적 위신이 크게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아주 중요한 외교과제로 보고 있어 북한의 회담 재개의사는 중국이 바라는 것입니다.

기자: 김 부상은 이번 방문에서 6자회담 재개 의사와 함께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혔는데요. 뭔 이유가 있을까요?

란코프: 약 한 달 전에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6자회담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런 선언을 하자마자 로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은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너무 시끄럽게 말입니다. 남한과 미국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남한과 미국의 기본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북한이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자 남한과 미국도 6자회담을 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최룡해 방문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북한이 많이 했기 때문에 최룡해는 아무런 외교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기자: 이번에 김계관 부상이 핵 협상 재개의사를 밝혔지만 현실은 다르지 않습니까?

란코프: 김계관 부상은 핵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너무도 정확성이 없는 말입니다. 핵 문제 해결은 무엇일까요? 북한이 사실상 핵 개발국가로 인정을 받는다면 이것도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핵 문제 해결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핵 보유국들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북한은 또 나중에 핵 보유 강대국들이 모두 비핵화를 하면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김 부상의 발언을 보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 이후 불거진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로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비핵화를 할 의지는 전혀 없습니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비핵화는 합리적인 정책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북한 지도부는 이런 태도를 공개적으론 표시하진 않습니다.

기자: 북한은 얼마 전 경제 개발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 추진해 나가겠다는 병진노선을 발표함으로써 비핵화할 의지가 없다는 뜻을 천명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김계관 발언은 모순이 아닐까요?

란코프: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얘기는 무슨 의미일까요? 그건 비핵화를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사실상 핵 국가로 인정을 받을 경우에도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저런 방법이 가능합니다. 지난 번에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하자마자 북한 언론은 경제 개발과 핵 개발이란 병진노선을 대대적으로 떠들었기 때문에 북한의 희망과 달리 미국과 남한은 북한과의 회담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이런 얘기를 시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 그러니까 이번에 김계관 부상이 핵 대화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론 진정성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란코프: 맞습니다. 그의 발언은 미국과 남한은 회담에 참가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남한과 미국이 이런 회담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설령 북한이 별 의미가 없는 얘기를 한다고 해도 국제사회는 북한과 회담을 해야 하고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아무리 핵 협상 의사를 밝혀도 중요한 점은 진정성이 아닌가 하는데요. 한국에선 이를 위해 북한이 핵 포기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럴 수 있다고 봅니까?

란코프: 할 수 없습니다. 이미 말씀 드린 대로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없을 겁니다. 물론 북한이 압력에 굴복해 비핵화 선언을 할 수는 있지만 이런 선언은 진정성이 있을 수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북한 입장에선 핵무기는 아주 중요한, 아주 귀중한 외교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중요한 외교 수단을 북한이 포기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남한 국민대 란코프 교수님과 함께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 그 배경을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