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의 태도에서 교훈 못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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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은 근래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미 외교협회(CFR) 의 한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6월 하순 중국을 국빈 방문해 극진한 대접과 함께 북한 핵 문제에 관해 공동보조를 이끌어내는 등 굵직한 성과를 얻어냈는데요. 남한과 중국과의 관계가 그만큼 돈독하다는 증거 아닙니까?

스나이더: 우선 중국과 남한 모두 양국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점은 분명합니다. 양국 정상은 서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마치 개인적으로 상대를 처음 만날 때 훌륭한 인상을 남기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부른 데서 나타나듯 두 사람은 양국관계를 위해 과거 만났던 인연을 되살리려는 듯한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두 정상은 개인적 친분뿐 아니라 상당히 여러 분야에 걸쳐 협조관계를 구축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아직 중국을 한 번도 국빈 방문하지 못한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는데요.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4개월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했지만 김위원장은 최고 권력을 이어받은 지 벌써 1년 반이 지나도록 중국 방문을 하지 못했지 않습니까?

스나이더: 중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북한과 등거리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남북한을 놓고 볼 때 중국이 남한 쪽에 훨씬 기울어 있었다고 봅니다. 중국의 초점은 현재 한반도 안정에 있습니다. 이런 측면은 중국이 앞으로 남한과 더욱 긴밀해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에 대해선 지금과 같은 도발적인 행동은 용납될 수 없을 것이란 메시지도 보내고 있습니다.

기자: 사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한 것 같고, 뒤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을 급거 방문해 핵문제 등 현안에 관해 북측 입장을 설명했지만 중국을 제대로 설득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중국은 지금 어떤 생각일까요?

스나이더: 중국은 지금 북한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겁니다. 중국은 과거 남한을 대접해준 것과 똑 같은 수준으로 북한을 대접했습니다. 과거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하면 극진한 대접을 했죠.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김정은의 특사로 갔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최근 중국을 방문했지만 중국은 이들을 망설이고 회의적인 태도로 대했습니다. 공식적으론 중국은 그들에 예의를 갖췄지만 비공식적으론 무시한 셈이죠.

기자: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이 지경까지 온 이유를 무엇이라고 봅니까? 아무래도 북한 측에 원인이 있겠지요?

스나이더: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또 올해 2월 핵실험을 한 게 중국에겐 골치거리를 안겼습니다. 유엔 차원의 제제가 가해졌을 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 일본 세 나라의 공조는 더욱 두터워졌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한반도 영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임으로써 중국을 당혹시켰습니다. 중국도 미국이 이런 무력시위를 했을 때 달가워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비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차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태의 근본원인이 북한의 도발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중국은 알았던 것이죠. 중국은 바로 이런 일이 자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고 한반도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다고 보는 겁니다. 또 이런 불안정을 야기한 데는 북한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게 중국의 인식입니다.

기자: 사실 1992년 중국이 남한과 수교를 하기 전까지도 두 나라 관계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라는 뜻을 가진 순망치한의 관계로 비유할 정도로 아주 긴밀했는데요. 이제 이런 관계는 물 건너 갔다고 봐야죠?

스나이더: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상호 불편한 상태입니다. 물론 두 나라가 그간 누려온 전통적인 관계에 비추어 지금의 관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주된 차이점은 이겁니다. 즉 2010년, 2011년, 2012년 내리 3년 간 북한이 도발행위를 벌였을 때 중국은 북한의 불안정과 권력교체 상황을 감안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당시는 김정일 위원장의 마지막 치세 기간이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김정은은 권력을 이어받았고, 안보적 위험부담도 줄어들었습니다. 북한 정권이 안정된 만큼 중국도 이제는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은 안정적이긴 해도 아직 공고하진 못한 북한 지도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자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 혹시 지금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위기라고 볼 수 있을까요?

스나이더: 위기라기 보다는 상호 불편한 관계라고 봅니다. 물론 어느 시점엔 위기로 번질 수도 있지만 현 단계에선 중국은 분명 북한에 여러 수단을 통해 자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한 것은 분명 중국과의 관계에 해를 끼쳤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한 뒤 중국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진 게 분명합니다. 당시 북한은 중국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지원을 해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 대해 중국은 지원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국제사회, 특히 중국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아야 한다는 데 대해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고 봅니다. 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중국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을 때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긴 했어도 나름대로 얻은 것도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은 1차와 2차 핵실험은 물론 3차 핵실험까지도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습니다. 중국은 이런 도발행위에 맞서 유엔이 가한 일련의 제재에 동참했고 특히 3차 때는 전례없이 강경한 유엔제재에 동참했습니다. 만일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데요?

스나이더: 4차 핵실험을 한다면 결과적으로 중국도 큰 비용을 치루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은 더더욱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겁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선다면 중국의 보다 크고 직접적인 제재를 받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문제는 이런 달라진 중국의 태도를 북한 지도부가 제대로 깨닫고 교훈을 얻었느냐 하는 점인데요. 어떻게 봅니까?

스나이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아직 교훈을 얻지 못했고, 앞으로 이 같은 교훈을 터득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 지도부는 중국과 미국이 보기에 잘못된 방향에 접어들었습니다. 북한은 지금과 같은 노선을 계속 취할 겁니다. 만일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도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에 이를 막고자 하거나 아니면 그 책임을 북한에 전가할 겁니다. 중국은 현재와 같은 접근 방식으로 북한의 행동을 자제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은 아직 교훈을 얻지 못했지만 중국의 행동을 존중할 걸로 봅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조건적인 지지에서 어느 정도는 국제압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미 외교협회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으로부터 근래 불편해진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