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초코파이 무서워하는 까닭”

개성공단의 대표 간식으로 북한 근로자에게 인기를 끌었던 '초코파이'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북한판 초코파이인 '경단설기'가 차지한 것으로 지난달 8일 알려졌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에서 '노보물자'(노동자를 보호하는 보너스의 의미)는 100% 북한 제품을 써달라고 요구했다"며 "올해 3~4월부터 북한 제품이 본격적으로 납품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의 대표 간식으로 북한 근로자에게 인기를 끌었던 '초코파이'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북한판 초코파이인 '경단설기'가 차지한 것으로 지난달 8일 알려졌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에서 '노보물자'(노동자를 보호하는 보너스의 의미)는 100% 북한 제품을 써달라고 요구했다"며 "올해 3~4월부터 북한 제품이 본격적으로 납품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최근 보도를 보면 북한이 평양기초식료품공장에서 남한의 초코파이를 모방한 경단설기' 등 간식을 대량생산해 개성공단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은 왜 갑작스레 남한의 초코파이를 북한 노동자들이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의 국내안정유지 입장에서 초코파이만큼 위험한 것은 많지 않습니다. 북한 정권이 현상유지를 위해 제일 필요한 조건은 쇄국정치, 자국고립 정책입니다. 이게 있어야 현상유지가 가능합니다. 북한 지도자들은 북한 주민들이 이웃인 남한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알게 된다면 국내 안정을 유지하기가 많이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상유지는 무슨 의미인가요? 쇄국정치와 직결돼 있습니다. 따라서 초코파이가 북한에서 어떻게 알려지든, 어떻게 유통되든 사실상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장마당에서 유통되던 친구, 가족들과 가정에서 먹을 경우에도, 아니 그냥 개성공단 공장에서 먹을 경우에도 그들이 볼 수 있는 게 무엇입니까? 바로 초코파이, 맛있는 초코파이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장마당에서 팔든 가정에서 먹든 아님 공장에서 먹든 남한 식품 초코파이를 통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상품에 대한 동경을 막자, 사상 전파를 막자 이게 주된 목적이란 말이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이것은 제일 중요한 문제인데요. 북한 사람들은 외국생활에 대해 많이 배운다면 북한 지배계층은 국내안정유지, 자신의 특권과 권력을 유지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기자: 앞서 국내안정 차원에서 남한산 초코파이를 막았다고 하셨는데요. 세계 여러 나라를 보면 잘 사는 나라도 있고, 잘 못 사는 나라도 있고, 잘 못사는 나라라고 해서 주민들이 그 때문에 동요나 혁명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 정권은 왜 초코파이와 같은 남한산 물품이 널리 확산되면 국내안정이 불안해진다고 생각할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은 너무나도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건 문제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 사이에 해외 여러 나라의 지식이 퍼지는 걸 무섭게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주체사상이고, 다른 이유는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선 주체사상부터 살펴봅시다. 주체사상이라는 것은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사상입니다. 제가 보았을 때, 주체사상은 아무런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사이비 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따져본다면 주체사상은 확실히 유물론적인 사상입니다. 주체사상에 따라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강성대국 건설입니다. 종교사상을 믿는 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종교사상은 모두 하나님을 믿고,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하기에 잘 사느냐, 혹은 못 사느냐에 대한 문제는 큰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럴 수 없습니다. 북한 지도자들의 주장은 주체사상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경제를 빨리 성장시키고 국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주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나라가 주변국가보다 너무 못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체제에 대한 실망을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세력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처럼 경제력, 군사력, 국력을 강조하는 나라는 많지 않나요? 왜 북한은 유독 이웃나라 남한에 대한 지식이 주민들에게 확산되는 걸 경계하는 걸까요?

란코프: 그 대답은 앞서 질문한 내용의 두 번째 대답과 관련이 있습니다. 즉 남북 간의 분단상황입니다. 1945년 해방 무렵 남한은 낙후된 농업지역이었으며, 북한은 비교적 발전된 공업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50년동안 남한은 세계역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하였고, 선진국인 일본이나 프랑스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1940년대 당시 아시아 기준으로 비교적 잘 살던 북한은 사실상 망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체제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가질 것입니다. 남한은 같은 민족이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남한의 눈부신 경제적 성공은 북한 지배계층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은 통일이 되면 남한 주민들이 즐기고 있는 생활 수준을 자신들도 하루 아침에 똑같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기자: 하지만 그런 생각은 착각이겠죠?

란코프: 맞아요. 이것은 물론 착각입니다. 왜냐하면 남북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그 차이가 너무나도 커서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착각은 너무나도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체제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야 하는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제일 위험한 것입니다.

기자: 그런데 과거와 달리 요즘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남한이 잘 산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요? 그들은 북한이 남한에 비해 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봐야죠?

란코프: 이것은 대답하기에 어려운 질문입니다. 북한은 지역에 따라, 사회계층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특권계층이 많은 평양은 물론 남한이 잘 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춰보면 수 많은 평양 사람들은 남한의 생활수준을 사실 보다 더 과장되게 평가하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그 때문에 평양의 외화벌이 일꾼, 돈주, 그리고 고급 보위원이나 노동당의 일꾼들은 남조선의 생활 수준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신의주나 무산과 같은 국경도시도 비슷합니다. 중국과 교류 때문에 이러한 지역 사람들도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 사람이나 국경지역의 주민들은 북한의 전체 인구 중 소수에 불과합니다. 강원도의 시골 사람들은 물론 남한에 거지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남한이 오늘날 얼마나 잘 사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있어 잘 사는 나라는 누구나 매일 쌀밥을 먹는 나라인줄만 알지, 남한에선 주민들이 집집마다 자가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원도의 시골 아줌마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초코파이 문제는 다음 시간에 한 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