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한제품 유입 막을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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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지난 시간에 북한 당국이 남한산 초코파이 과자 대신에 북한산 과자를 공급해서 남한 상품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동경심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사실 북한은 현재 외부세계의 지식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고립정책, 쇄국정치를 펼치는 한편 국제 라디오 방송, 그리고 영상물에 대한 통제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유독 남한산 초코파이를 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지요?

란코프: 아마도 북한 사람들 대부분이 잘 모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세계에서 북한만큼 쇄국정책을 강하게 실시하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수십 년 전부터 라디오 수신기의 주파수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책은 구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의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기자: 사실 북한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쿠바까지도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맺고 적극 대외개방을 하지 않습니까?

란코프: 쿠바는 지금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이 거의 없지만 라디오 수신기는 많이 있습니다. 북한은 그렇지 않아요. 외국의 출판물, 간행물에 대한 검열도 아주 심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도 구 소련이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보다 북한에서 훨씬 더 엄격합니다. 저는 구소련 사람입니다. 제가 자란 1970년대의 소련에서 외국의 잡지나 신문은 돈만 있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잡지든 영국잡지든.

기자: 책방에 가면 이런 미국 신문이나 영국 잡지들을 자유롭게 살 수 있었나요?

란코프: 물론입니다. 아무런 사상이 없으면 됩니다. 물론 자본주의 나라 신문이나 잡지는 소련에 대한 비판이 없으면 됩니다. 다른 사회주의국가의 신문이라면 자유롭게 팔리고, 자본주의 신문은 소련이나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만 없다면 판매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신문의 가격은 비쌌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별로 부유하지 못한 집안에서 자랐기에 영국의 신문은 매주 한 두 번 정도 밖에 살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1970suseoafk 1980년대초 영국에서 나온 잡지를 샀습니다. 일반 거리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주민들이 미국의 뉴욕타임스, 혹은 남한의 한겨레나 동아일보 등의 신문을 산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할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문이나 방송은 교육수준이 높고 해외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코파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초코파이의 맛은 교육을 많이 받고 세상물정을 아는 특정 계층이 아닌 일반 북한 인민에게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기자: 남한산 초코파이 때문에 북한정권이 저래 안절부절하지 못하는데요. 북한에도 이런저런 맛있는 과자가 많을 텐데요. 왜 하필 남한산 초코파이를 두려워할까요?

답: 쉽게 말해 초코파이는 맛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경제를 비교했을 때, 자본주의 경제가 앞서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과학기술의 발전입니다. 사회주의 진영의 역사를 보면 이들 국가들은 기초과학에 대한 교육을 잘 하지만, 첨단기술에 대한 부분은 거의 다 해외에서 들여왔습니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군사기술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본주의 국가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 국가든 사회주의 국가든 말입니다.

두 번 째 문제는 일상용품에 대한 것입니다. 가전제품이나 식품, 혹은 신발이나 옷 등은 자본주의에서는 품질이 좋습니다. 제가 러시아사람으로서 공산주의 시대의 맛도 보았고, 자본주의 시대의 맛도 보았습니다. 둘 다 경험했습니다. 사회주의는 단점뿐만 아니라 장점 또한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소비를 비롯한 일상생활 영역에 있어 자본주의는 비교할 수 없이 좋습니다.

1960~70년대에 들어와 소련이나 다른 동유럽 국가의 모든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수입품은 품질이 좋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들에게 수입품은 질이 좋다는 것은 상식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1970년대에 들어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시장경제를 통해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들이 이러한 내용을 배운 방법은 해외에서 수입된 물건을 사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1970년대였기 때문에 당시 초코파이라는 것은 아직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입된 초콜렛, 운동화, 그리고 가전제품 등의 품질을 보면 시장경제 국가들의 생활수준과 기술수준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구 소련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비재의 수입은 공산주의 체제의 기반을 많이 흔들었습니다. 그들은 1970년대 석유 고유가 때문에 돈이 생겼습니다. 이 돈으로 옷, 구도, 가전제품을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교훈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초코파이와 같은 매력적인 수입품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과거 구소련에서 소비재를 수입해서 체제에 불안을 준 사실을 북한 당국이 잘 알기 때문에 남한산 초코파이에 대해서도 차단하려 한다는 말씀인데요. 다른 남한 수입품도 그럴까요?

란코프: 남한에서 나오는 소비품은 거의 예외 없이 북한의 수입품보다 품질이 좋기에 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성공단을 다니는 북한의 노동자들은 이와 같은 제품을 많이 볼 수 있기에 마음 속으론 북한체제에 대한 의심을 갖고 있을 겁니다.

기자: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이 초코파이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을, 특히 남한에서 나온 소비품의 수입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란코프: 사실 현상유지의 입장에서 보면 남한산 수입품을 모두 막는 게 제일 합리적인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북한의 지배계층은 이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현재 남한은 세계적으로 고급 일상용품을 생산하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북한이 노력을 하든, 그렇지 않던 이와 같은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