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할수록 북중 관계 더 악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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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워싱턴 D.C.에 있는 유수한 민간연구기관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부시(Richard Bush) 선임연구원으로부터 근래 냉랭한 관계로 돌아선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에 관해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전통적으로 가까웠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요즘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북한이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난 2월 핵실험과 작년 12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면서 냉랭한 기류가 거센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봅니까?

부시: 제가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의 태도가 어떠한지에 관해 반드시 정확한 보고를 접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김정은을 찾아가 "지금 중국이 우리한테 아주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라고 진언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나쁜 소식을 전한다면 그 사람의 신상에 좋을 리가 없죠. 북한에선 최고 지도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의 태도를 모른다면 이것도 위험한 것이긴 하지만, 이게 바로 북한 체제의 맹점이기도 합니다.

기자: 최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작년 4월 최고 권력을 장악한 뒤에도 아직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관심사는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새 지도부가 북한에 대해 종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 하는 점인데요. 어떻게 봅니까?

부시: '근본적으로 다른'이란 말은 쓰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정책이 중국을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인식이 커가고 있습니다. 즉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벌이면 미국과 남한은 이에 맞서 억제력을 강화할 필요를 느끼지요. 또 이런 한미의 조치가 종종 중국의 국가안보를 약화시킵니다. 또한 북한이 이런 식의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자제를 촉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중국 지도부는 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 그렇군요. 중국은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겨냥한 유엔 제재에 동참해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두 나라 교역관계는 여전히 증대하고 있는 점 또한 사실인데요. 중국의 이런 모순적인 행태를 어떻게 봅니까?

부시: 제재의 진짜 시험은 제제를 채택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겁니다. 중국은 제제를 택하면서도 실제론 실천하지 않는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예전보다 실천을 잘 하는 편입니다. 그 다음 문제는 중앙정부가 제재에 동참해도 지방정부가 참여하지 않는 경우이죠. 여기엔 지방정부의 이해관계도 있고 부패 문제도 있습니다. 또 중국 최고 지도부가 제재에 동의하고도 막상 실제론 동참하지 않는 바람에 핵 비확산 문제에 곤란을 겪은 적도 있습니다. 아직까진 중국이 종전에 비해 실행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이런 중국의 태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중국의 하급 기관들이 지금은 동참하고 있지만 나중엔 태도를 바꿀지도 모릅니다.

기자: 중국의 상업은행이 얼마 전 북한 조선외환은행과 거래를 중단해 충격을 던졌는데요. 이런 조치가 중국 지도부의 승인 없이는 나올 수 없지 않을까요?

부시: 그에 관한 중국의 정확한 작동 원리를 알 길은 없지만 그 같은 조치는 적어도 현시점에서 유엔 제재를 진지하게 실천하겠다는 또 다른 증거입니다. 중국은행도 북한과 거래를 중단해야 이익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거래를 중단하지 않으면 이번엔 미국 금융기관이 중국은행과 거래를 중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 북한과 계속 거래를 한다면 중국은행의 대외거래는 위험에 처할 것입니다. 물론 중국 정부의 지시가 없어도 그랬겠느냐 하는 질문도 나올 법하지만 중국은행도 미리 중앙정부 쪽에 알아봤을 겁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중국이 국경지역에 대한 관세를 강화한 점이죠. 이런 모든 활동이 수출이나 사치품 등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원을 제한하려는 조치입니다. 이런 조치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좋은 징조는 분명합니다.

기자: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 지도부가 앞으론 북한에 고통을 느낄 만한 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까?

부시: 그렇게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 중국은 북한의 태도에 좌절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장거리 로켓 실험과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절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대북조치가 얼마나 오래 갈지 혹은 얼마나 광범위할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최소한 일시적으론 북-중 관계에 뭔가 변화가 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중국은 북한을 결코 핵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왜 북한이 핵 개발 노선을 바꾸도록 더 강력한 압력을 가하지 않습니까?

부시: 북한이 만일 지금 혹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핵무기라고 본다면 이걸 말릴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을 포함해 아무 나라도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 맞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기자: 그럼 북한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제재로 인해 완전 고립을 각오하더라도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을 걸로 봅니까?

부시: 아직은 잘 모릅니다. 제가 보기에 아직까지 북한은 제재에 따른 극심한 고통은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경제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게다가 경제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주요 참가국들이 공조체제를 이뤄야 합니다. 최소한 지난 봄까지 상황을 보면 중국이 미국 및 한국과 대북제재와 관련해 반드시 공조를 이룬 것만은 아닙니다. 만일 북한이 나중에라도 근본적인 핵 정책을 바꾸기로 한다면 과연 성공을 거둘지 지켜봐야겠지만 빠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금물입니다.

기자: 그럼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위한 압력 수단으론 어떤 것이 있을까요?

부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은 1단계 조처로 불쾌감을 표시할 수 있을 것이고, 2단계론 북한 정권으로 가는 자원을 줄이는 겁니다. 3단계론 북한 정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인데 그 어느 것도 중국이 이를 공개적으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안 해도 북한은 중국의 조치를 알아차릴 겁니다. 정말 중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북한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하고 자금지원이나 식량지원을 중단하면 됩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진 않을 겁니다. 중국은 미묘하고도 점진적이며 조용한 압력을 가할 것이고 이런 압력이 먹힐 수도 안 먹힐 수도 있습니다. 압력이 먹히지 않으면 모두가 그에 따른 결과에 직면해야 할 겁니다.

기자: 북한이 경제난이나 안보적 이유로 인해 붕괴하는 걸 중국도 방치하진 않겠죠?

부시: 사실 지난 3년 북한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지탱하기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지금 중국은 이를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북한이 최근 한 행동을 보면 중국의 이해에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중 간에 상호 정책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돌발 사태가 벌어진다면 중국은 아마도 도와야겠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기자: 현재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 관련해 가장 큰 골치거리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부시: 제가 볼 때 가장 큰 걱정은 북한이 큰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중국과 미국을 개입시키는 그런 전쟁이죠. 그건 악몽입니다. 처음엔 연평도 공격처럼 아주 작은 분쟁으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남한도 북한의 도발에 종전보다 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것인데요. 그 경우 상황이 격화될 겁니다. 바로 그 점을 중국은 알고 있고, 우려하는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