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오늘 순서에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부시(Richard Bush) 선임연구원으로부터 북한 김정은 정권의 통치 행태의 문제점에 관해 살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고 지도자로 등장한 지도 1년 반이 다 되갑니다. 우선 그의 지도력부터 평가해주시죠?
부시: 우선 말씀 드리고 싶은 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의 정책과 관련해 얼마나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느냐가 완전히 명확하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도 같은 의문을 가지면서도 해석은 제 각각입니다. 어떤 이들은 김 위원장의 권력이 확고하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그가 가족 구성원들과 긴밀히 협조해 국정을 이끌기 때문에 권력은 김 위원장이 아닌 김씨 가족에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걸 두고 '섭정' 정치라고 했는데 이 용어는 지금도 유용합니다. 아니면 권력의 다른 여러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김 씨 정권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어떤 게 맞는지 잘 모르겠고, 북한 상황이 그다지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명확한 점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북한의 정책들, 특히 지난해 3월 이후를 보면 그건 기본적으로 김정일의 정책들입니다. 여기엔 다른 형태의 도발이 포함돼 있고, 이를 '스마일 외교' 즉 미소 정책과 교대로 병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 여름 혹은 가을에 우리가 보게 될 북한의 정책은 스마일 외교가 아닐까 합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해 국제사회의 비난은 물론 제재를 자초했는데요. 그러더니 근래에는 미국과 남한에 대해 잇따른 대화를 제의하고 나섰는데요. 이것도 스마일 외교라고 볼 수 있나요?
부시: 글쎄요. 이런 스마일 외교는 일종의 평화공세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성공했고, 근래 핵실험도 성공했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핵실험이 플루토늄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농축우라늄에 근거한 것인지 잘 모릅니다. 아무튼 김정은 위원장과 측근, 나아가 북한 정권은 이런 성공적인 실험 덕분에 정치적 영향력과 심리적 파워를 갖게 됐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또 이처럼 성공을 거두면 실패했을 때보단 도발적인 언사를 하는 게 더 쉽습니다. 그래서 지난 5개월 간 우리가 본 것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전형적인 대응방식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북한의 도발적인 언사는 이런 훈련을 선제공격이라고 규정하는 데 따른 선전적인 반응일 뿐입니다.
기자: 북한이 그런 식의 선전공세를 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부시: 북한 정권은 국내 동원수단의 목적으로 한미군사훈련을 북침을 위한 연습이라고 선전합니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침략한다고 실제로 믿는다면 어떤 보복을 해야 할지 전전긍긍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미국이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잘 알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입장에선 반격 운운하는 것이 국내적 목적을 위해서도 정치적으로 유용합니다. 그러다가 미국이 침략을 하지 않으면 김정은 위원장은 주민들에게 "봐라, 우리가 강하게 나오니까 미국이 물러났다"는 식의 선전을 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건 일종의 경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린 지금까지 이런 경기를 자주 보아왔습니다. 이런 형태가 계속 반복돼온 것이죠. 전술적으론 다소 달라 보이지만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전략적으론 같아 보입니다.
기자: 결국 김정은이 추구한 전략을 보면 선친이 펼친 것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말씀이죠?
부시: 현 시점에서 김정은이 선친 김정일의 접근방식을 답습하는 게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닙니다. 부친이 사망한 지 아직 2년이 안 됐고, 그런 점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면서 어떤 혜택을 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겁니다. 어쩌면 이런 식의 노선을 계속 추구하는 게 그들의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 가서 북한정권이 김정일 노선을 재평가하고 다른 노선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물론 이런 가능성을 장담하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배제해선 안됩니다.
기자: 그런데 이런 일련의 도발이 과연 국정경험이 전무한 김정은 제1위원장 단독 지시로 이뤄졌다고 봅니까?
부시: 솔직히 잘 모릅니다. 김정은이 이런 식의 도발행동을 전에도 한 사실에 비춰 어는 정도는 고모부 장성택을 포함해 김 씨 일가 내 누군가의 조언을 받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있는 북한 정권의 다른 부문도 개입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군부는 여전히 핵 능력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있고, 선전선동부는 미국의 위협을 과장해서 주민들을 동원하는 데 관심이 있을 겁니다.
기자: 김정은 정권이 핵실험을 할 경우 유엔의 제재처럼 상당한 불이익을 알 텐데 왜 이런 도발행동을 멈추지 않을까요?
부시: 그들의 동기를 짐작하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힘을 공고하기 위해 그럴 수도 있고 남한의 새 대통령을 시험하기 위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미국에게서 새로운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잘은 모릅니다. 아니면 이런 모든 요인들이 복합돼 도발적인 행동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투명한 국가 제도를 갖고 있지 못하기에 우린 그저 추측을 할 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북한이 어떤 식의 도발을 한다 해도 예전처럼 득을 보진 못할 겁니다. 미국도 북한의 주장에 경청은 할 겁니다. 그래서 기존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면 모를까 말입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도 남한의 박근혜 정부도 북한의 위협 때문에 양보를 하거나 협상에 임하진 않을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미국도 북한이 행동을 바꿀 경우 협상에 다시 나설 수 있을까요?
부시: 북한과 같은 적대국과 협상하려고 할 때는 미국의 목표와 북한의 목표가 서로 겹쳐야 합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합의가 나오기 전 북한과 협상할 용의가 있었죠. 미국도 북한이 합의한 것을 놓고 깰지도 모른다는 낌새는 알고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결국 북한은 기존의 목표를 바꾸지 않았죠. 바로 이런 전례에 근거해 미국은 좀 더 확신을 가지고 북한의 진정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런 점에서 협상의 진정성을 보여줄 의무는 북한에게 달려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이 이미 경제개발과 함께 핵도 개발하겠다는 병진노선을 공언했는데요. 과연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부시: 북한은 분명 이런 병진노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에 대해 일종의 선택을 하라고 도전합니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만일 동북아시아에 안정을 바란다면 우리의 핵, 경제 개발 병진노선을 방해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동북아가 불안정해질 것이다"라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입장에선 선택을 해야 하는 쪽은 북한입니다. 그건 북한은 핵을 가진 나라가 되거나 아니면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관계를 가진 나라가 되든지 선택을 해야 하며 둘 다 가질 순 없다는 것이지요. 계속해서 핵을 개발한다면 고립과 제재에 직면할 것이지만 반대로 핵을 포기한다면 정상적인 관계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기자: 만일 귀하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외교 고문이라면 어떤 조언을 하겠습니까?
부시: 제가 아주 용기있는 사람이라면 김정은에게 이렇게 조언하겠습니다. "선친의 정책은 실패했습니다. 만일 선친의 정책을 계속 답습함으로써 긍정적인 평판을 얻고자 한다면 당신도 실패할 겁니다. 북한 주민과 통일을 위해서 선친이 추구하던 모든 정책을 재검토해서 새로운 노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핵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며 다른 방식으로 안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또한 진정하고 신뢰할만하며 진지하게 비핵화 의지를 밝힐 경우 당신이 원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그 경우 북한을 개방하고 경제를 개방해도 정권은 위태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조치들은 단계적으로 취할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지난 20여년 간의 정책은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라고 말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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