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1771 발효시 북 정권 자금줄 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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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최근 미국 연방하원을 통과한 '대북제재 이행법안'(HR 1771)에 관해 미국 터프츠(Tufts) 대학 국제대학원(Fletcher Shool of Law and Diplomacy)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이 교수는 지난해 3월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자금줄을 차단하는 법안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해 화제가 됐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미국 연방하원이 북한 정권에 대해 강력한 금융제재 효과를 지닌 법안을 7월28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앞으로 연방상원 통과를 거쳐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률로서 효력을 갖게 되는데요. 우선 이번 법안 통과의 의미를 짚어주실까요?

이성윤: 이번 법안은 지금껏 존재하는 미국의 대북한 제재법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강력한 법안입니다. 유엔안보리에서 나온 대북제재법도 여러 개가 있습니다. 2006년부터 5개가 유엔대북제재 결의로 나왔습니다. 물론 유엔 대북제재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런 제재를 집행할 수 있는 단체나 국가는 미국 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미국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금융제도인데요. 미국이 세계의 금융제도를 거의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닙니다. 미국이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관이나 인물, 특히 제3국에 있는 기관이나 인물을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제도에서 퇴출시키고 못 들어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힘입니다. 그래서 미국만이 김정권에 대한 압박, 김정은의 자금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이 2006년에도 북한에 이런 제재를 한 적이 있지만 2007년부터는 북한의 불법 돈줄을 죄는 법안이나 제재를 집행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다시 강력한 대북 정책을 펼치면서 핵 문제, 인권문제, 대량살상무기 확산문제 등 여러 심각한 사안에 대해 대북협상의 지렛대를 훨씬 더 확실하게 구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이번 법안을 검토해보시면서 특히 눈에 띄는 조항을 짚어주실까요?

이성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이번 대북제재법안의 핵심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 단체 또는 개인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이 들어있다는 겁니다. 일부 한국언론을 보면 이런 조항이 들어있지 않다 혹은 약하다라는 보도를 제가 봤는데 실질적으론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잘못된 보도입니다. 특히 법안 가운데 204항을 보면 지금 말씀 드린 세컨더리 보이콧 내용이 아주 많이 담겨 있습니다.

기자: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잠깐 언급하셨는데요. 이 조항은 쉽게 말해 유엔 안보리 결의나 미국의 대북제재 규정을 어기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대해 제재한다는 게 골자인데요. 이렇게 되면 미국이 2005년 당시 북한과 거래하던 제3국의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제재함으로써 북한 정권에 압박을 줬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네요?

이성윤: 정상적으로 집행이 되면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더 큰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방금 말씀하신 방코델타아시아, 마카오 소재 작은 은행이었죠. 2005년에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를 주요 불법자금세탁우려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던 사람 혹은 기관들이 전부 돈을 인출해 은행이 위기에 처했죠. 당시 미국이 예측을 못 했던 것은 북한과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관과 인물들이 북한과 거래를 완전히 중단했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북한이 완전히 고립돼 국제금융제도에 더 이상 접근도 못해 고립됐죠. 결국 방코델타은행이 제재를 받은 지 3개월 만인 2006년 1월 김정일이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한테 이런 애기를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권이 몰락한다. 도와 달라'고. 김정일이 과장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북한이 역사상 처음으로 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현찰을 벌기 위해서 말이죠. 그것 하나만 봐도 당시 북한이 많이 타격을 입었다는 걸 명백히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이번 법안을 보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한 관리들에 대한 제재 조항도 담겨 있죠?

이성윤: 사실 북한체제를 생각할 때 혹은 김정은 정권을 생각할 때 북한이란 나라를 정상적인 국가로 보면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습니다. 북한 체제는 일종의 마피아처럼 불법단체처럼 범죄조직처럼 지금껏 정권을 유지해왔습니다. 암살이나 숙청이나 정치범 수용소 등이 필수적인 통치수단이 돼 왔습니다. 반면 가장 큰 모순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의 가장 큰 취약점은 무역처럼 정상적인 국가 간 거래가 아니라 범죄행위로 인한 수입에 의존한다는 겁니다. 즉 북한을 유지하는 것은 무역과 같은 정상적인 국가 간 거래가 아니라 범죄행위로 인한 수입 또는 불법 거래로 북한의 지도자 계층을 먹여 살리는 궁정경제 체제입니다. 또 하나의 북한 정권의 약점은 극심한 인권유린입니다. 그래서 이번 법안을 보면 인권유린에 대한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법안은 종전까지 볼 수 없는 색다른 법안인데요. 지금껏 미국의 대북제재 혹은 법안을 보면 북한인권 문제가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 데 이번에 북한 인민의 인권유린에 관여한 북한 관리들을 상대로 제재를 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상징적으로 인권유린에 관여한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인물들에 대한 제재를 실행해야 한다는 그런 조항이 이번 법안에 들어 있습니다.

기자: 북한인권 유린에 관련된 인사를 보자면 김정은에서부터 당과 정부, 군부 등 모든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다 해당된다고 보지 않습니까?

이성윤: 그렇습니다. 또한 법안의 내용이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북한의 국방위원회도 언급이 돼 있고 또한 노동당의 조직지도부 등등 북한의 고위 부서가 언급돼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을 포함한 소속 관리들, 북한의 최고급 관리들이 심적인 부담을 안 느낄 수가 없습니다.

기자: 일부에선 이번 법안의 목표가 결국은 김정은 정권을 몰락을 겨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견해를 어떻게 봅니까?

이성윤: 이 법안의 궁극적인 목표가 김정은 정권의 몰락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만일 이 법안으로 인해서 김정은 정권이 몰락한다면 어쩔 수 없다, 또 이런 태도가 이 법안에 담겨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