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통치행태와 문제점에 관해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찰스 암스트롱 (Charles Armstrong)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나이도 젊고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교육도 받았기 때문에 선친 김정일과는 뭔가 다른 대외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지난 2월엔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핵실험을 강행해 유엔의 추가 제재와 고립을 자초했는데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김 위원장은 이런 도발적인 행동을 벌여 강경파라는 인상을 자초한 측면이 있죠?
암스트롱: 오히려 김 위원장은 스스로를 강경파로 비치게 해서 외부세계는 물론 국내에서 지도급에 있는 인사들로부터 자신이 강인한 지도자라는 점을 내보이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건 그의 선택이었죠. 그런데 지금 하는 걸 보면 이번엔 다른 쪽에도 신경을 쓸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지난 3, 4월 북한은 미국에 대해 핵 위협을 하고 남한에 대해서도 전쟁 불사론을 꺼내는 등 난리를 떨더니 뒤이어 남한에 대해 개성공단 재개 문제 등 여러 현안을 논의하자고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죠. 김정은은 도발적 언행으로 강경파의 모습을 보이다 지금은 긍정적인 변화에 필요한 협상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하지만 김 위원장이 그런 식의 도발적인 인상을 보여준 의도가 결국은 실패로 끝나지 않았나요?
암스트롱: 분명 김 위원장의 의도는 실패했습니다. 그런 도발적 행동으로 우호적 반응은커녕 오히려 유엔의 추가 제재를 불러왔습니다. 지난 7월15일 파나마에서 미사일 부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받은 북한 선적이 적발된 것도 그런 제재의 일환이죠. 김 위원장이 자신은 강경파임을 보여주려는 게 그의 의도였다면 그건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외부 세계와 손을 잡아보려 했다면 그건 실패한 겁니다. 오히려 더욱 일을 어렵게 만든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지금처럼 고립되고 빈곤한 나라로 전락한 데는 핵을 추구하기로 한 지도자들의 행태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까?
암스트롱: 맞습니다. 지금 북한이 당면한 문제들은 대부분 자초한 것들입니다. 공교롭게도 그가 외부세계에 강인하다는 인상을 보여주려 해 봤자 오히려 더 많은 고립과 문제를 자초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건 핵을 우선 순위로 둔 북한 체제의 속성이기도 하지요. 북한은 핵 억지력을 가진 강인한 나라임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그건 오히려 기존의 고립을 더욱 악화시킬 겁니다.
기자: 북한은 핵도 갖고 경제적인 발전도 꾀하겠다고 하는 데 이런 논리가 현실적으로 통할까요?
암스트롱: 글쎄요. 북한이 가진 세계관의 핵심이 모순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북한이 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와 외교, 정치,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가진 핵 국가론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순 없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어느 시점에 가선 핵무기를 가진 강력한 국가로 갈지 아니면 경제발전을 꾀해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쪽으로 갈지를 택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김정은 위원장이 한 행동을 보면 첫 번째, 즉 강력한 핵 억지력을 갖는 나라를 택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결국 핵도 갖고 경제발전도 꾀하는 등 양쪽을 다 가질 순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타협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은 과거 6자회담 회원국, 혹은 미국과 핵 협정 등을 체결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많았는데요. 그런 점에서 북한의 신뢰성이 앞으로 협상이 열리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암스트롱: 북한은 분명 외부세계에 신뢰성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핵 협정을 보면 완전히 다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론 성공을 거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94년 제네바 핵 협정에 따라 북한은 플루토늄에 기반한 영변 원자로를 8년간 동결했습니다. 그런 뒤 북한은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요. 이게 2002년에 발각이 돼서 북핵 2차 위기가 터졌죠. 그런 점에서 북한으로선 성공과 실패가 섞인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6자회담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 활동을 일정 기간 동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북한과 아무런 협정이 나오지 않으면 북한의 핵무기고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게 아주 위험하고 불안정하다는 것이죠.
기자: 북한은 자신들을 핵국가로 선언하고, 경제개발과 함께 핵개발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이걸 미뤄보아 지구상 어느 나라도, 심지어 우방인 중국조차도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봅니까?
암스트롱: 중국이라면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중국은 분명 북한에 막대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중국 지도부는 그걸 원치 않습니다. 그들은 북한에 압력을 가해서 바꾸려 하기 보다는 현재의 정권을 유지해서 북한에 안정을 기하는 걸 더 바랍니다. 물론 중국도 압력을 가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우선 순위는 북한이 온전히 남도록 하되 덜 도발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근래 북한이 동해 쪽에 미사일 기지 건설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요. 이건 중국의 압력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근래 중국은 북한에 대해 종전보다 더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행하는 데 조심스럽습니다.
기자: 근래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차가워졌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왜 그렇다고 봅니까?
암스트롱: 무엇보다 중국은 지난 2월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에 분명하게 사전 경고를 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했죠. 그래서 중국은 북한에 좌절감이 큽니다. 중국은 북한이 좀 더 이성적인 행동을 바라고, 외부세계와 충돌하기 보다는 국내적으로 경제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을 원합니다. 게다가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는 북한과 별로 가깝지도 않습니다. 서로 잘 모릅니다. 그래서 예전의 돈독한 쌍무 관계는 퇴색하고 있고,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를 자체 안보 차원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이 근래 보인 행동을 중국의 국익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중국은 한국전 때 북한을 도왔고, 그 후로도 강력한 후원국이 되면서 두 나라의 친밀한 관계를 입술과 입으로 비유한 '순망치한'의 관계로 묘사됐는데요. 이제 그런 말은 옛말이 됐죠?
암스트롱: 제가 볼 때 순망치한의 관계는 오랫동안 다소 과장된 것 같습니다. 두 나라 사이엔 그다지 따뜻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김일성 시절엔 그랬을지 몰라도 김정일, 그리고 지금의 김정은 시대에 들어선 그렇지 않았습니다. 양국은 서로를 유용하게 보지만 그렇다고 양측 관계가 아주 따뜻하다거나 감정적이라곤 보지 않습니다. 어느 쪽도 서로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전 두 나라 관계를 우호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이라고 기술하겠습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오늘의 북중 관계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암스트롱: 제가 볼 땐 양국 모두 전략적 이해에 기반한 것입니다. 북중 관계를 순망치한이다, 중국은 한국전 참전국이다 하지만 그건 다 말 장난이고 진짜 중요한 것은 서로가 상대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것이죠.
기자: 만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외교 고문이라면 당대 최대 과제인 핵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제안을 하시겠습니까?
암스트롱: 우선 북이든 남이든 한반도에선 핵이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다. 따라서 비핵화의 목표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뒤엔 다른 나라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미국, 일본, 한국 등과 관계를 맺어가는 시발점입니다. 또 도발행동을 중단하고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외부세계와 평화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북한은 사라질 것 같지도, 망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그런 기조아래 다른 나라와 교섭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따라서 제 충고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나라를 대하며 다른 나라를 북한의 위협으로 간주하지 말라는 겁니다. 또한 외부세계와의 활발한 교류는 북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입니다. 또한 외부세계는 북한을 위협하지 않으므로 외부세계를 적으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고 말입니다.
기자: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찰스 암스트롱 콜럼비아 대학 교수로부터 북한 김정은 체제와 핵문제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