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중순 지린성을 방문한 지 나흘 만에 이번엔 북한과 국경을 마주한 랴오닝성의 선양을 방문한 것으로 놓고 혹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그렇게 봐도 될까요?
란코프: 제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올바른 분석입니다. 지난 3년동안 북한은 중국과 사이가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중요하게는 북한 정부의 정치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은 중국입장에서 큰 문제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 때문에 동북아의 정세를 긴장시키고, 그 때문에 미국이 이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어 북한에 대한 불만이 클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은 북한에 대한 불만이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중국은 북한의 존재를 필요로 합니다. 이유는 북한은 중국 국경 옆에 위치한 중요한 완충지대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북한과 한반도에서 현장유지를 바람직하게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정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동북아 현상유지가 많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핵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북한 내부의 안정을 지킬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기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7월25일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에서 한국전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에 두 번이나 경의를 표했습니다. 또 27일엔 평안남도에 있는 중국인민군 열사능원에 본인 명의 화환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걸 두고 김정은이 중국과 화해를 모색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요?
대답: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중국처럼 아주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북한은 중국 입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대립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을 절대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별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은 중국문화와 중국사람들을 어느 정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중국의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지난 15여년 동안 중국은 사실상 북한 무역을 독점해온 나라입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이후 대북지원을 제공한 나라는 거의 중국이 유일합니다. 중국에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지금도 문제가 많은 북한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한편으론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기자: 북중 두 나라 관계는 현재 최악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입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11일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54주년이었지만 양국에서 아무런 행사도 열리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당시 행사가 열리지 않은 것은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지난 2~3년동안 중국과 북한 관계 역사를 보면 이와 같은 상징적인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중국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이 김정은 제1위원장한테 공화국창립을 맞이하여 축하전문을 보냈을 때 이 전문은 노동신문에서 5~6페이지 정도 게재될 뿐이었습니다. 반대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보낸 축하전문은 내용이 비슷하였지만 1페이지에 불과하였습니다. 이것은 중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잘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행동은 상징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 하지만 외교부분에서 상징적인 것은 너무나 중요한 것입니다.
기자: 만일 김정은이 이처럼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면 뭔가 정치, 경제적 이유가 있을텐데요. 그게 뭘까요?
대답: 현 단계에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진짜로 좋아질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제1위원장도 양국 관계개선에 대한 관심이 있음을 암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진짜로 관계개선을 원하는 것인지 현 단계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지난 2~3년 동안 중국은 북한도 관계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준 적은 없었습니다. 중국과 북한 사이는 언론 보도에 나오는 대로 좋지는 않습니다. 중국과 북한 관계 역사를 보면 지금처럼 안 좋았던 상태는 1990년 이후로 처음입니다. 1990년대 초 중국 대한민국과 수교를 맺은 것은 북한에게 상당한 충국을 주었지만 그 뒤 지금처럼 양국관계가 좋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기자: 문제는 양국에 서로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고 원하는 것이냐 아닙니까?
란코프: 우선 북한부터 살펴봅시다. 북한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중국의 태도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간단합니다. 북한 입장에선 중국이 북한에게 대가 없는 지원을 해주고 국제무대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북한을 절대적으로 지지해주고 특히 북한의 핵개발문제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해준다면 그 이상의 바람직한 태도는 없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이러한 북한의 바램을 충족시켜줄 이유가 없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주권국가이며 뿐만 아니라 강대국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외교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 제일 큰 외교 문제는 북핵입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국제적으로 핵 보유국가로 인정받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핵무기 확산을 허용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상 핵무기 확산이 중국과 같은 핵 보유국가의 특권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 있어 경제발전만큼 중요한 과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의 국제안정을 유지해야 경제성장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입장을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못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타협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북한의 희망하는 대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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