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1771 발효시 중 금융기관 타격클것”

미국 연방하원에 발의된 대북 금융제재강화법안(H.R.1771. North Korea Sanctions Enforcement Act)을 작성한 조슈아 스탠턴(45·워싱턴DC)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4일 시카고 근교 노스브룩 힐튼호텔에서 열린 미 중서부한인회연합회 주최 '북한 인권 및 경제제재 조치에 대한 재외 동포의 역할' 세미나에서 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연방하원에 발의된 대북 금융제재강화법안(H.R.1771. North Korea Sanctions Enforcement Act)을 작성한 조슈아 스탠턴(45·워싱턴DC)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4일 시카고 근교 노스브룩 힐튼호텔에서 열린 미 중서부한인회연합회 주최 '북한 인권 및 경제제재 조치에 대한 재외 동포의 역할' 세미나에서 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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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최근 미 연방하원을 통과한 북한제재이행법안(HR 1771)과 관련해 터프츠 대학 국제대학원의 이성윤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법안의 골자는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북한의 불법거래에 방조한 국제금융기관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일텐데요. 일부 한국 언론보도를 보면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통상적인 제3국과의 거래까지 금지하는 이란 식 제재에 비하면 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성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한국언론이 어떤 근거로 그런 보도를 했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미국의 대이란 제재법안과 이번 대북제재법안은 상통한다고 봅니다.

기자: 만일 법안이 최종 발효되면 제3국, 특히 중국의 금융기관도 북한과 거래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겠네요?

이성윤: 그렇습니다. 사실 직접적으로 언급은 안 했지만 법안에 나온 제3국은 다름아닌 중국입니다. 만인이 알다시피 결국 중국이 북한체제를 지탱해주고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중국도 동의를 했지만 실제로 북한이 지금까지 핵실험을 세 번 했는데요. 2006년도, 2009년도 2013년도 세 차례인데요. 매번 핵 실험 이후 유엔의 제재에 중국이 동참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은 매번 핵 실험 이후 그 다음 해에 대북 물자의 양을 오히려 늘려왔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이 이중적인 외교 태도를 보여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기자: 그런 점에서 이번 법안이 최종 발효될 경우 미 정부 차원에서 철저히 집행하는 게 중요하겠군요?

이성윤: 그렇습니다.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 관료들이 얼마나 열심히 북한의 불법 거래활동 등을 차단하고 조사하고 압박으로 하느냐 하는 겁니다. 하지만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 관리들은 법적으로 집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법안이 통과하지 않은 상태보다는 대북제재 압박을 충분히 실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럴 때 만일 중국이 계속 북한을 도와주고 거래하고 무기 등 고가의 상품을 계속 수출해서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 제도에서 퇴출된다면 중국 입장에선 이런 생각을 해야 할 겁니다. 즉 김정은하고 계속 거래를 할 것이냐 아니면 미국하고 거래를 할 것인지 그 두 가지 선택 중에 하나를 택해라 이게 이번 법안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외에도 모든 국가들에게 '만일 당신이 계속 김정은 정권과 거래를 할 것이냐 아니면 미국과 거래를 할 것이냐, 이 선택을 제시할 때 중국은 아주 실리적이라 특히 금융 문제에 대해선 굉장히 현실적으로 판단하리라 생각합니다.

기자: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 말고도 북한 정권으로선 아주 아프게 느낄만한 조항이 바로 북한을 '주요돈세탁국우려'(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대통령이 강구할 것을 주문한 표현 아닙니까?

이성윤: 그렇습니다. 이번 조항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이란 나라를 주요돈세탁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하원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추천한다고 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 법안이 법률적으로 효력을 갖게 되면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돈세탁국가로 지정하지 않기가 정치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 조항을 대통령이 무시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미국은 과거 비슷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란, 시리아, 수단, 우크라이나, 나우르 등을 주요돈세탁국가로 지정한 바 있는데요. 지정한 뒤엔 항상 긍정적인 효과가 따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희망하기론 이번 대북제재법안이 효력을 갖게 되면 인권, 대량살상무기 확산, 불법거래, 마약, 밀수, 돈세탁 등 여러 측면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거래로 인한 돈줄을 차단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에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향후 상원 통과와 대통령의 서명이 남아 있습니다. 만일 최종 통과가 확실하다고 가정할 때 북한 정권에 주는 메시지는 뭘까요?

이성윤: 김정은 정권에게 계속 불법거래, 마약, 미사일, 대량살상무기를 세계 시장에 매매하고 거기서 수익금으로 정권을 유지하면서 많은 북한 인민들의 기본인권마저 유린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유지해왔는데 과연 이런 식으로 얼마나 더 갈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는 두려운 메시지를 북한정권, 나아가 북한의 존재적 위협을 가하는 법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일부에선 이번 법안이 결국은 북한 정권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 정권이 태도를 바꾸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담고 있죠?

이성윤: 그렇습니다. 이 법안으로 인해 김정은 정권을 몰락시킨다는 뜻은 아닙니다. 법안을 보면 북한의 상응조치에 따라 제재의 강도를 풀어줄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정치범 수용소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주고 식량도 잘 배급하고 잘 대우해주는 확실한 증거가 보이면 제재를 서서히 풀어주겠다, 이런 조항도 들어있습니다. 만약 모든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생하고 있는 죄수들을 다 풀어준다면 아예 제재를 완전히 취소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법안은 북한정권을 죽이겠다 이런 게 아닙니다. 인권유린을 하지 말고 불법 거래를 하지말라, 만일 그런 증거가 확실히 포착되면 우린 더 제재를 안 하겠다는 겁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이번 법안이 김정은 정권의 행동을 바꾸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까?

이성윤: 두고 봐야겠지만 지난 20년 이상 이어져온 대북 핵 협상이나 6자회담, 양자회담, 가끔씩 써온 채찍과 늘 사용해온 당근정책과 같은 정상적인 방법으론 북한정권의 성격이나 정책, 핵과 미사일 개발, 인권유린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미국이 풀 수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 법안을 집행해서 김정은 정권이 정말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껴야만 뭔가 물꼬가 트일 거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지난 25년 동안 단 한번도 믿을만한 채찍을 가동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당근과 채찍 얘기를 하지만 99%는 당근만 제시했지 채찍을 사용한 적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