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 중산층, 엘리트 계층의 탈북과 관련해 살펴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북한에서 먹고 살 만한 중산층 사람들의 탈북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합니다. 우선 북한에서 '중산층'이라고 할 때 어떤 사람을 연상하면 되겠습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쉽게 말해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은 사람은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을 걱정, 입을 걱정이 없고 비교적 좋은 집에서 사는 사람을 그렇게 부를 수 있습니다. 장사를 잘 하는 사람, 중하급 간부도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런저런 개인적으로 돈을 잘 버는 전문직도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의사가 그렇습니다.
기자: 그럼 평양 시민들은 다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나요?
란코프: 북한의 다른 지역보다는 많지 않지만 평양 사람들 가운데 잘 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물론 평양에서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비율은 지방보다 아주 높습니다. 그렇다고 평양사람이면 무조건 부자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평양에 살아도 먹을 걱정, 입을 걱정이 없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약 280만 명으로 추산되는 평양 주민들 가운데 중산층은 얼마나 될까요?
란코프: 평양에선 절 반 정도라고 보지만 지방은 그 보다 훨씬 비율이 낮다고 봅니다. 지방은 5~10% 정도로 봅니다.
기자: 북한 인구를 약 2천5백만 정도로 볼 때 대락 중산층이 얼마나 될까요?
란코프: 대강 2~3백만 명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들 중 간부들도 있고 장마당 장사꾼도 있고, 개인 수입을 올리는 학교선생과 의사도 있습니다.
기자: 바로 이런 사람들이 김정은의 공포 정치 때문에 북한을 떠난다고 한다면 북한 정권으로서도 큰 일이겠군요?
란코프: 물론입니다. 특히 중산층 보다 더 높은 사람들, 예를 들어 그리 높지 않은 간부라도 이들을 보호하는 고급 간부가 숙청당하면 이들과 관계 있는 간부들도 모두 숙청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때 이들은 탈북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지난 7월 초 북한의 젊은 수학영재가 탈북한 데 이어 북한 현역장성이 가족을 데리고 중국으로 탈북해 제3국행을 원하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군부는 물론 나이 어린 학생까지 탈북하는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란코프: 물론 이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장성이 도망친 배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유를 가설적으로도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벌써 말한 바와 같이 김정은의 숙청에 대한 두려움 및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의 확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이 해외로 도망갈 이유가 많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젊은 수학 영재가 도망친 것은 외부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영재의 탈북은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원래 1960-70년대 구소련과 사회주의 진영 국가에서 제일 많이 도망친 사람들은 바로 젊은 지식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개인자유 및 정치적 자유에 대해서 꿈꾸고, 독재국가에서 벗어나기를 결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젊은 지식인들은 해외에서 자신의 능력을 훨씬 더 잘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때문에 홍콩에서 북한의 수학 영재 탈북 사건은 향후 탈북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젊은 지식인들이 탈북할 수 있다고 봅니다. 원래 탈북자 대부분은 함경북도 농장원 아줌마들이었지만, 앞으론 젊은 학자나 지식인들이 될 지 모릅니다.
기자: 아직은 북한의 지식인들이 대거 탈북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란코프: 지식인들은 앞도적으로 평양에 삽니다. 이들은 국경으로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인민군이나 국가보위부 등 특수 계층은 국경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학자나 대학생은 그렇지 못합니다.
기자: 그런데 지난 4월에도 중국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탈북해 충격을 던지지 않았습니까? 이걸 보면 현재 북한 엘리트 계층에서도 동요가 심한 것 같죠?
란코프: 물론 요즘에 남한 언론을 보면 북한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는 합니다. 이것은 사실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의심이 없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에서 도망친 사람들의 숫자와 사회적 배경을 보면 1960년대 말 소련과 어느정도 유사한 모습입니다. 당시 유명한 예술가 작가들이 많이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소련이 실제 무너진 때는 1960년대 말이 아니라 1990년대 초였습니다. 앞으로 탈북자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중산계층 탈북자들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벌써 말씀드린 바와 같인 북한에서 서민들보다 숙청에 대한 공포가 많고, 정치참여와 자유에 대한 갈망이 크기 때문에 탈북을 많이 합니다.
기자: 일부에선 유엔안보리 결의 2270호가 중산층의 탈북을 촉진시켰다고 보는데요?
제가: 그런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북한 중산층이 도망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숙청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특히 간부들이나 인민군 고위 장성은 숙청 대상이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을 잘 압니다. 따라서 자기들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 숙청될 경우 가장 확실한 반응은 탈북입니다. 지식인들은 좀 다릅니다. 그들은 더 보람있게,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나라로 탈북하고 싶어합니다. 사상교육을 받지않고,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을 보고 개인 생각을 자유롭게 표시할 수 있는 나라로 가고 싶어하고, 이런 나라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의 탈북 동기는 대북제재와 별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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