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 순서에서도 요즘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살펴볼까 하는데요.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가 들어선 뒤 두 나라 관계가 특히 변화가 심한 것 같습니다. 양국관계가 예전처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 관계가 더는 아닌데요. 오늘날 중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들어줄 순 있어도 국제정치와 한반도 안정 차원에서 무조건 북한 입장을 두둔할 순 없겠죠?
란코프: 중국이 바라는 북한의 이상향은 현실세계에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국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북한정치는 핵무기를 포기하거나 적어도 핵개발을 중지하고 국내에서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을 하는 겁니다. 또한 북한이 대부분의 경우 중국을 패권국가로 인정해주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 것입니다. 물론 북한 김정은 정권 역시 중국의 이러한 입장을 받아들일리는 만무합니다. 북한은 핵무기 포기가 자살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식 개혁과 개방 역시 이를 북한에서 실시하게 된다면 체제붕괴를 가져오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또한 민족적 자신감 때문에 중국을 패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거듭 강조한다면 북한은 중국이 원하는 대로, 중국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현 단계에서 중국이나 북한이 이러한 타협을 이뤄나갈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기자: 여기서 잠깐 북중 두 나라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봤으면 합니다. 이를테면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 그리고 현재의 김정은 시대 각각 북중 관계를 간단히 평가해주실까요?
란코프: 중국과 북한관계 역사를 보면 서로 말로만 반제국주의 연합을 많이 강조하고 두 나라가 공유한 공산주의를 많이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김일성 시대와 김정일시대, 모택동시대와 등소평시대 양국이 제일 먼저 자신들의 국가적 이익을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니며 국제관계는 다 그렇습니다. 1960년대 역사를 보면 김일성 주석은 1960년대 초 중국과 소련이 대립하고 있을 때 북한은 처음에 완전히 중국편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시대와 달리 중국은 소련만큼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김일성주석은 1965년~1966년 이후까지 다시 소련편을 들었으며 중국과의 관계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1970년대 초부터 등거리외교, 즉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편에도 치중하지않고 중립을 지킨다는 외교를 거의 20년 동안 해왔습니다. 당시 북한이 등거리 외교를 추구한 기본적인 이유는 사상보다는 국가적 이익이었습니다.
기자: 지금의 김정은 시대에 들어 북중관계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비교할 때 가장 안 좋은 때라고 할 수 있을까요? 특히 김정은 시대인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양국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가장 동의하는 주장은 지금과 같은 북중 관계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당시 북한에 대해 3차 핵실험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경고를 많이 했지만 북한은 이와 같은 경고를 완전히 무시하였습니다. 또한 2013년 11월 중국과 가까웠던 장성택을 숙청한 것도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장성택 숙청은 왜 중요할 까요? 장성택은 북중 무역에서 국제적 협력을 주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장성택은 중국에서 어느 정도 신뢰도 받았기 때문에 그가 숙청된 뒤 북한에서 사업을 하던 중국회사들은 손해를 입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와 같은 터무니없는 처형은 북한 정권이 가진 비합리적인 성격의 측면을 보게 하였습니다.
기자: 중국은 대북관계를 바라보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일까요? 여전히 한반도 안정인가요?
란코프: 제가 생각하기에 중국지도부 안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모순이 없지 않습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의 태도는 한반도 안정이 핵 문제 해결보다 더 중요하다는 태도였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신세대 정치인들이 등장한 이후 이러한 태도는 바뀌었습니다. 요즘 중국측의 입장은 한반도 안정이 중요하지만 핵무기 확산방지와 북한의 비핵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것은 중국지도부가 이 문제에 대한 내부갈등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 문제에 대한 내부토론이 아직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과 달리 모든 정치가 최고 지도자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가 아닙니다. 중국에서 간부들이나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정치노선에 대해서 토론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 토론은 비공개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제가 아는 것은 지금 중국에서 북한을 완전히 포기하자는 입장도 있고, 북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완충지대로 지원하자는 입장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노선을 한 마디로 말하면, 한반도 안정도, 핵확산 방지도 둘 다 중요하지만 핵확산 방지를 조금 더 중요하게 본다는 점입니다.
기자:현재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오는 10월10일 당창건 70주년을 기념해 장거리 로켓을 시험발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중국의 의사를 무시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실험을 강행했는데요. 이번에도 그렇게 나온다면 양국관계가 조만간 회복될 가능성도 힘들겠죠?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이 이번에 진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또 다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면 기존의 중국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기미가 다소 보이기 시작하지만 만일 당 창건일에 때맞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중국과의 관계에도 아주 심한 위기가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인한 중국과의 심각한 관계적 위기로부터 초래되는 타격에 대해 북한이 인지하고 더 이상의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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