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도 북한 엘리트, 중산층의 탈북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얘기 계속 나눠보겠습니다. 현재 북한 체제에서 북한 중산층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불만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안 됩니다. 북한은 여전히 이웃나라보다 훨씬 어렵게 사는 나라입니다. 북한에서 잘 사는 가정의 생활수준을 객관적으로 고려하면, 남한의 잘 못사는 가정보다 어렵습니다. 둘째로 중산계층 사람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면서 북한처럼 자유가 없는 사회에서 살기를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자유선거 등의 정치참여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개인 자유를 너무 귀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그들은 읽고싶은 책을 읽을 수 있고, 보고싶은 영화를 볼 수도 있고, 해외로 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셋째로 일부라도 자신이 하는 일 때문에 해외로 가고 싶은 학자와 기술자들이 없지 않습니다. 연구시설도 부족하고 국제 학계에서 고립된 북한사회에서 학자들이나 과학자들이라도 이들이 핵무기 개발이나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위한 연구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세계수준의 연구를 하기 위한 객관적인 환경을 제공받을 수 없습니다.
기자: 북한 엘리트 층이 내부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수 없는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남한 등 제3국으로 탈북할 것 같은데요. 김정은 정권이 엘리트층의 탈북을 원천 봉쇄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원천 봉쇄할 수 없지만 탈북 숫자를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물론 제일 믿을 만한 방법은 가족들을 인질로 삼는 방법입니다. 어느 간부가 해외로 간 다음에 도망친다면 그의 가족들은 다 정치범 관리소나 감옥으로 보내는 원칙은 많은 독재국가에서 볼 수 있는 정책입니다. 북한도 이 원칙의 예외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로 갈 수 있는 기회 자체를 국가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선 지금도 국가가 요구하는 사상에 의심을 표시하는 사람이면 해외로 못 갑니다. 그래도 최근 탈북 사건들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장성이나 엘리트 계층 등 믿을 만한 사람들 가운데도 해외로 가면 돌아갈 생각이 아예 없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외화를 필요로 하는 북한정권은 불가피하게 간부들을 가끔 해외출장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탈북을 완전히 봉쇄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 등으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아오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철저히 고립당한 상태인데요. 그럼에도 북한이 계속 고립의 길을 고집하는 까닭은 뭘까요?
란코프: 북한정권의 전략적인 목적을 보면 경제발전 및 경제성장은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북한 체제유지, 즉 현상유지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그들에게 고립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닙니다. 경제가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북한 정권은 체제유지를 위해서라면 지금처럼 고립의 길을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기자: 이처럼 북한의 고립이 심해지고, 체제불안이 계속될수록 엘리트 계층의 보이지 않는 불만도 클텐데요. 엘리트층이 이런 불만이 언젠가는 내부 봉기 등으로 표출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남한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지적하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북한 원로계층은 김정은 정권에 도전할 의지가 아예 없다고 생각됩니다. 왜 그럴까요? 쉽게 말하면 바로 밑에 남한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보통 집권계층이 독재자를 교체하면 영향력과 권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루마니아에서 1989년에 차우셰스쿠라는 독재자는 자신의 부인과 같이 피살되었지만, 지금까지 루마니아를 통치해 온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차우셰스쿠 시대 고급간부나 그 친족들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혁명이나 봉기는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권력층 사람들은 잠시동안 정권을 잡을 수 있지만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북한에서 엘리트층이 내부봉기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기자: 일부에선 북한체제에 반대하는 엘리트층이 있더라도 이들이 세력으로 뭉쳐 김정은 체제에 저항하는 새력을 형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체제의 균열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란코프: 앞서 말씀드린대로 북한 엘리트 계층은 흡수통일을 무섭게 생각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은 흡수통일의 경우 자신들이 기득권과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기회가 생길 때 도망칠 수 있지만, 혁명이나 봉기를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전문가들의 주류 의견이 아닙니다. 저의 개인 의견입니다. 대체로 말하면 그렇습니다. 지금 김정은의 정책에 반대하는 엘리트계층이 없지 않지만, 그들은 흡수통일을 초래할 수 있는 혁명을 무섭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아무 조직도 만들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때문에 바로 지금 북한에서 체제에 대한 도전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앞으로도 대규모 숙청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자신에 대한 공포보다 자신에 대한 저항을 야기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숙청 때문에 곧 희생될 수도 있는 권력계층은 설령 흡수통일과 국내 불안정이 발생한다해도 이에 대한 공포를 잊고서 체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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