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한의 목함 지뢰 사건으로 남북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다가 남북고위급 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해소됐습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 북측의 소행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는데요. 사실 이번 북한의 도발도 김정은의 결정없이 나올 수 없는데요. 북한이 왜 이런 무모한 일을 벌였을까요?
란코프: 북한의 목적은 먼저 의도적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그 후에 이 긴장감을 이용하여 자신의 전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북한 정권이 달성하려는 목적은 주로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북한은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남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압력을 가하려고 합니다. 그 후에 그 긴장감을 완화하는 대가로 국제 사회에서 양보를 받아낼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은 먼저 위기를 만들고, 그 후에 스스로 만들어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외 원조 및 외교 양보를 받아내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런 전략을 잘 사용한 전례가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한 후에, 미국에서 중요한 외교 양보를 얻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해외 원조가 많이 필요로 하였을 때, 이러한 전략을 많이 이용하였습니다. 무장 충돌을 조작한 이유는 또 한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지원을 받는 것 보다, 북한 국내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체제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하나는 대외적으로 벼랑 끝 전술을 활용해 원조를 끌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적으로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북한이 이번엔 이런 목적을 거뒀다고 봅니까?
란코프: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제가 보기에는 북한 측이 이번 위기를 만든 이유는 두 가지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남한 측은 벌써 몇 년 전부터 북한 압력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5.24 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대북 지원과 남북 경제 협력으로 위장한 대북 원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대남 압력을 가하고, 신경전을 많이 한다면 남한이 이와 같은 충돌과 위기를 기피하기 위해서, 대북 지원과 남북 경제 교류를 더 많이 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을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실제로 김정은이 막판에 김양건 비서를 통해 남북고위급 접촉을 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맞아요. 이 제안은 무장 충돌 직후에 나왔으니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메시지는 남한 측이 북한 압력을 그대로 무시한다면, 북한 측이 무장 충돌을 할 수도 있지만, 남한 측이 5.24 조치를 해제한다면 북한도 보다 더 적극적인 접촉을 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국내 문제 때문에도 이와 같은 소규모 충돌을 할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자기들 편이 아닌 군을 무시하고 군인들의 정치적 영향을 없애려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이번 사건은 김정은을 비롯한 노동당 지도부 보다 북한 군대가 조작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8월 4일 발생한 지뢰 사건은 김정은 허락이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충돌을 많이 지지하는 대부분의 세력은 군인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질문: 지금 북한이 5.24 조치를 해제하라고 남한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남한도 해제하고 싶지만 우선 책임있는 조치부터 취하라는 건데요. 이번 남북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남한도 5.24 조치의 해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현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은 남측 요구를 제대로 받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책임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북한은 절대 인정할 수 없을 겁니다. 북한은 1950, 60, 70년대에도 이 같은 도발행위를 벌였지만 한 번도 책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도 북한은 체면 때문에, 국내안정 때문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없을 겁니다.
질문: 하지만 이번에 북한은 지뢰폭파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지 않았습니까?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란코프: 이것은 저희 희망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표시는 전례가 되면 좋지 않을까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유감'이란 말은 별로 위험스런 표헌이 아닙니다. 북한은 지뢰사건을 일으킨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인도주의 입장에서 유감을 표시하면 충분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보니까 앞으로 북한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면 남북관계 정상화를 어느 정도 더 빨리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아직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유감 정도의 표시도 하길 거부하고 있죠? 란코프: 아직 없습니다, 사과보다 유감표시는 아주 좋은 타협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8.4 지뢰 사건은 김정은 허락 없이 나올 수 없었을 텐데요. 그런 점에서 김정은이 김정일이나 김일성에 비해 더욱 호전적이고 자제할 줄 모르는 지도자로 볼 수 있나요?
란코프: 제가 보니깐 김정은 시대가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에 비하여 이와 같은 충돌이 많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을 비롯한 대규모 사건이 많이 있었지만 김정은 시대에 아직 이와 같은 대규모 사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그러나 김정은 시대의 정책은 그 아버지 시대의 정책과 비교하면 차이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이와 같은 충돌 계획은 김정일 시대만큼 완벽하게 잘 계획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북한은 무장 충돌을 하였을 때 앞으로 어떻게 될 지를 잘 예측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 측의 반응을 보면 확성기 방송의 대응은 갑작스러운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남한 측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던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이만큼 급하게 남북 회담을 진행하고,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 측이 무장 충돌 즉 도발을 했을 때 마다 남한 측이 어떻게 대응할 지를 잘 알 수가 있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