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전략은 적화 대신 협박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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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 김정은이 최근 목함 지뢰사건을 일으켜 남북한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지 않았습니까? 김정은이 이처럼 무모하게 대남 군사공세를 펼치는 까닭이나 동기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 제가 이미 말씀을 드린 것과 같이 북한은 지금 군사 수단을 이용하여 남한에 압력을 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이 조작한 무장 충돌은 도발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무장 충돌로 이루고 싶은 것은 위기를 위한 위기가 아니라 필요한 양보를 얻기 위한 위기입니다. 최근에 북한은 남한에서도, 중국에서도 이러한 양보를 얻어야 할 필요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물론 경제 상황입니다. 북한 경제가 요즘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은 물론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북한은 해외로부터의 지원과 투자를 매우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 만의 힘으로 식량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는 있지만, 철도, 도로, 발전소, 건설 등은 그들의 자본만으로는 절대 이루어 질 수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공업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외에서 지원을 많이 받아야 합니다.

기자 : 사실 북한은 1950년대 한국전을 비롯해 지난 60년 이상 끊임없는 도발을 벌여왔습니다. 북한의 도발 양상을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등 시대별로 간단히 나눠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깐 북한의 대남도발을 보면 대체적으로 말해서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초까지 북한의 기본적인 목적은 남북한의 평화 통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1960년대와 1974년에도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였고, 1980년대 버마 양곤에서는 전두환 대통령과 그 일행에 대한 암살까지 시도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말, 북한은 남한 유격대로 위장한 인민군 특수 부대를 많이 파견하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당시의 북한 전략의 기본적인 목적은 국내에서는 반정부와 친북 세력을 촉진하고 남한에서는 정권을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김일성 정권은 1950년에 이루지 못했던 평화 통일을 달성하는 것에 대해서 꿈꾸었습니다. 1990년대 들어와 북한이 조작한 무장 충돌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국 국내 작전을 하는 것 보다 비무장 지대 및 바다에서 남한 군대에 대한 습격을 하였습니다. 기본적인 목적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남한에 군사적인 압력을 가함으로써, 남한의 외교 양보와 경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정부는 지금 평화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남한은 돈, 식량, 공업 시설을 공짜로 줄 수 있는 나라일 뿐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지금도 혹시 진짜 무력을 이용해 남한을 통일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고 봅니까?

란코프: 제가 이미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제가 보기에 북한 지도부는 통일에 대한 환상을 포기한 지 30 여 년이 된 것 같습니다. 1980년대 초에 들어와 남한은 북한 보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대단한 나라가 되었고, 또한 1990년 이후에 북한 지도자들도 무력을 이용하여 남북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1980년대 말 이후 북한이 대남 충돌을 하는 까닭은 통일 보다는 외교에 있습니다. 남한은 국제시장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그 때문에 남한은 한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할 때 마다 무역과 국제협력 관계 조건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할 때 마다 남한은 심한 경제적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의 무장 도발은 대남 압력을 가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무장 협박 외교로 볼 수가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이번 지뢰도발 사건을 통해 북한을 향한 남한 군의 대형 확성기 같은 심리전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게 드러났는데요. 이 같은 심리전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무얼까요?

란코프: 이번 북한의 대응을 보면 북한은 확성기는 진짜 문제로 삼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북한 측의 지배 계층이 국내에서 해외 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을 매우 큰 도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갈수록 북한 국내에서 남한을 비롯한 외국 국가들이 잘 산다는 진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이것 때문에 국내 안정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해외 생활을 잘 알 수가 없어야 국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원래 북한은 비무장 지대에 배치된 군인들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에 북한 지배 계층은 이 군인들도 남한에 대해서 많이 배우다면 체제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확성기는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질문: 남북한은 오는 10월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입니다. 어떤 면에선 이산가족상봉 사업이 남북관계의 신뢰회복을 가늠할 첫 시금석이 될 전망입니다. 이번 남북고위급 회담 결과를 계기로 앞으로 남북관계에 대해 전망해주시죠?

란코프: 제가 희망이 많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2~3년 동안 희망이 많았을 때마다 결국 실망은 희망만큼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도 희망은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반도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남북관계 정상화는 참 좋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가능할지 아직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