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립, 외교관 외화벌이 압박감 가중”

코뿔소 뿔 밀매 조사를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은 연구진에게 대사관 직원이 거칠게 위협하고 있다.
코뿔소 뿔 밀매 조사를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은 연구진에게 대사관 직원이 거칠게 위협하고 있다. (사진제공: The Global Initiative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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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지난 3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 2270호가 통과된 뒤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외교적,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의 국제적 고립감이 현재 얼마나 심각하다고 봅니까?

란코프: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너무 심각합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 이후 지금처럼 심각한 국제 고립에 직면한 적이 없습니다. 1990년대 초, 소련에서 공산당정권이 붕괴한 다음 새로 탄생한 러시아는 북한을 무시하게 됐고, 전통우방인 중국도 남한과 수교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은 지금처럼 어려운 국제 환경에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고립을 지금처럼 심하게 가져온 제일 중요한 요인은 북한의 핵실험, 탄도실험에 맞서 유엔의 엄격한 대북제재에 참가한 중국입니다. 실제로 제가 최근 중-북 접경지역, 즉 단동, 심양등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생각보다 대북제재를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남한에서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문에 중국의 대북 태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보지만 아직 중국의 태도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은 요즘에 사드 배치 때문에 남한과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많이 생겼고, 그 때문에 강경한 대북제재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완화할 수 있는 제재는 제한적인 것입니다. 예를 들면 중국은 북한에서 철광석이나 석탄을 다시 수입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으로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기계를 팔 수도 없고, 북한에서 금속광물을 많이 수입하지 못할 것입니다. 기본 적인 이유는 중국은 남한의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도 많지만 실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불만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기자: 지난 7월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과거와 달리 인접국 방문을 하지 못한 것도 북한의 고립감을 반영한다고 봐야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특히 지금 동남아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동남아 국가 대부분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가 심합니다. 특히 남중국해 위기 때문에 이들 나라의 걱정은 무척 심해졌습니다. 특히 우려가 제일 큰 나라는 동남아에서 강대국으로 볼 수 있는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은 중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금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에 경제지원 뿐만 아니라 군사지원을 약속하였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과거 베트남전 때 서로 원수였던 미국과 베트남은 이제 친구가 되고, 조만간 동맹국가가 될 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이 북한 이용호 외무상을 초대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태국도 비슷합니다. 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의 외교는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띄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북한과 무역을 해서 돈을 벌기는 어렵습니다. 결국으로 동남아 국가들은 북한 외무상을 초청했을 때 손해만 있고 얻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실익이 없기 때문에 이들 나라는 이용호 외무상을 초대하지 않은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대상이 바로 해외 주재 북한외교관들이 아닐까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외교관들은 해당국의 대표로 외교활동도 하고 나라에서 두둑한 월급도 받지만 북한 외교관들은 정반대로 외화벌이를 통해 국가에 적지 않은 돈을 바쳐야 합니다. 지금 국가에 바쳐야 하는 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본 이유는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을 어렵게 하는 유엔의 엄격한 대북제재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 정부는 해외에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보다 더 많은 돈을 바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나가있는 무역대표, 식당노동자, 파견노동자는 물론 외교관들조차 모두 다 국가에 더 많은 돈을 바쳐야 합니다.

기자: 북한 외교관들은 통상적인 외교활동 외에도 해외주재 무역일꾼들과 마찬가지로 외화벌이에도 적극 나서는데요. 북한의 국제적 고립으로 외화벌이가 예전만큼 안 되다 보니 이들이 느끼는 심적 압박감도 대단하겠죠?

란코프: 제가 보니까 이들의 심적 압박감을 초래하는 것은 국제적 고립보다는 제재 때문에 생긴 외화 벌이의 위기입니다. 사실상 어느 나라이든 외교관이면 상대국의 환경이 설령 적대적이라도 별 문제 없이 활동해야 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외교적 고립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 외교관의 경우 사정이 다릅니다. 외화벌이를 통해 나라에 바쳐야 하는 돈을 벌기가 옛날보다 어렵습니다. 그 문제 때문에 요즘에 외교관들의 생활이 많이 복잡합니다. 어떤 경우에 외무성 직원들은 해외출장을 가기 싫다고 합니다. 그들은 당국의 필요만큼 외화를 벌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 최근 뉴스를 보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무역대표부 소속 북한 외교관이 한국으로 망명했고, 앞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속 북한 외교관도 한국 망명길을 택했습니다. 이들이 망명한 동기도 이런 북한의 국제적 고립에 따른 심적 압박감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도 있을까요?

란코프: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외교관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제적인 고립은 별로 어려운 도전이 아닙니다. 제가 보니까 북한 외교관들이 요즘에 많이 망명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외화벌이 사업에 대한 심적 압력입니다. 그들은 국제제재 때문에 북한당국의 늘어난 외화벌이 요구에 맞게 돈을 버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둘째 이유는 북한지도부에서 몇 년 전부터 벌이고 있는 대규모 숙청입니다. 외교관이나 무역대표들은 평양에서 숙청을 당한 고급간부들과 관계가 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 봉건주의 사회와 비슷한 북한 사회에서 상놈출신이 외교관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식 양반으로 볼 수 있는 상류층 출신이어야만 외교관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불가피하게, 그 사람들은 숙청을 당한 사람들과 이래저래 관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귀국을 위험하게 생각하고 망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