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갈수록 깊어지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 문제에 대해 살펴볼까 하는데요. 지난 3월 유엔의 2270호 대북 제재결의가 통과된 뒤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의 동참입니다. 중국은 제재의 일환으로 자국 내 북한은행 지점을 폐쇄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도 아닌 중국의 동참이 계속될수록 북한의 고립 상황은 더욱 더 커지지 않을까요?
란코프: 물론 중국의 제재 동참은 북한의 미래를 결정하는 변수 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8월 말에 단동과 심양으로 갔다 왔습니다. 당연히 북한과 무역을 하는 사람들과 많이 만났고, 중국학자나 전문가들과 만난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생각보다 대북 제재를 엄격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철석이든 구리이든 북한에서 광물을 거의 수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수출에 대한 통제도 심합니다. 예를 들면 단동에서 한 회사는 북한으로 농업기계를 수출하는데, 요즘 옛날보다 더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중국 당국자들이 뜨락또르와 같은 기계는 북한군대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출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서 수산물이나 옷, 신발 등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의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 때문에 중국은 북한과의 무역을 완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현 단계에서 중국은 대북제재에 열심히 동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면 될수록 북한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대상은 누굴까요? 김정은을 비롯한 엘리트 층입니까 아니면 일반 주민들일까요?
란코프: 지금껏 대북제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북한권력자들을 겨냥하는 동시에 일반 서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지 않는 대책을 개발하려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권력자들만 겨냥하는 제재는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북한이 제재 때문에 돈을 벌 수 없다면, 간부집은 보다 더 좋은 자가용 승용차를 구매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재 때문에 서민들은 가장 기본적인 먹을 것마저 사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니까 대북 제재는 엘리트계층 뿐만이 아니라 일반사람들에게도 고생을 줍니다.
기자: 일부에서는 북한이 한국전 이후 사실상 국제적 고립을 면치 못해왔기 때문에 어떤 고립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지금 21세기는 전 세계가 서로 촘촘히 연결되는 국제화 시대이고, 경제발전도 그렇고, 무역도 그렇고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는데요. 북한이 과연 언제까지 고립을 견딜 수 있다고 봅니까?
란코프: 제가 개인적으로 대북경제제재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제재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북한 사회구조를 감안하면 북한 집권계층은 유엔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상유지를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속 핵개발까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제제재 때문에 북한상황이 많이 열악해질 수도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고생도 많고 굶주림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엘리트 계층은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서 현상유지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1990년대 말, 즉 고난의 행군 때 이러한 모습을 잘 보았습니다. 당시에 북한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었을 때도 북한정부는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적 고립 때문에 북한경제가 많이 어려워질 경우에도 북한 권력계층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수십만명의 농민이나 노동자들을 희생시킬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이 같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란코프: 방법이 2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비핵화입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는 비핵화가 집단자살과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들은 어떤 조건이라도 핵을 포기하지 못할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북한이 지금도 강대국들의 다툼을 이용하려는 희망입니다. 북한은 이미 1950년대 말부터 중국과 소련 등 이웃 나라들의 대립을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압니다. 실제로 지금 북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미-중 분쟁에서 희망을 찾으려 합니다. 이런 기대는 성공할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벌써 말씀드린 바와 같이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기를 결정할 경우에도, 전략 물자의 수출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미-중 대립을 이용해 북한은 중국의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취소할 수 없습니다.
기자: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난다 해도 김정은 정권이 지금처럼 공포정치를 휘두르며 개방, 개혁을 하지 않는 한 북한은 여전히 미개사회로 남겠죠?
란코프: 제가 보니까 김정은 정권은 개방을 하지는 않겠지만 소리없이 조용하게 개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은 해외투자입니다. 지금처럼 유엔의 엄격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북한은 해외투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에서 요즘에 경제상황이 어느정도 좋아졌습니다. 기본 이유는 김정은이 시작한 개혁 때문입니다. 개방이 없는 개혁은 가능할 지 모르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외투자가 없는 개혁도 가능하지만, 고도 경제 성장을 초래하지 못합니다. 그 입장에서 보면 비핵화를 기피하는 북한은 고도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낙후한 국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좋아하든 싫어하든 북한 지도부는 어떤 조건이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동적으로 해외투자의 길을 가로막고, 북한경제 복구를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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