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북한의 뇌물 문제에 관해 계속 살펴봅니다. 김정은 시대의 특징이 소위 서구 자본주의에서 볼 수 있는 자본가, 즉 돈주들이 크게 활개를 치고 있다는 건데요. 돈주들이 돈이 많은 만큼 이들의 뇌물거래도 만만치 않겠군요?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북한 신흥 부자들은 즉 돈주들은 매우 모순이 심한 상황입니다. 북한 기준으로 보면, 그들은 잘 살고 있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처럼 잘 못 사는 나라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양식이라면 잘 사는 나라의 기준으로는 보통 생활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처럼 잘 못 사는 나라의 경우에는, 좋은 집이 있고, 컴퓨터와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매우 부자인 편에 속합니다.
기자: 네, 그 사람들은 아주 부자로 통하겠죠. 그런데 남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와 자가용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부자라고는 하지 않지요?
란코프: 물론이에요. 남한이든 일본이든 얼마전 공산주의 포기한 시장경제를 건설 중인 러시아이든 컴퓨터, 자가용이 없는 집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북한 기준으로 보면 이들은 아주 부자입니다. 그러나 이 부자들은 매일이 아니라, 매 분마다, 매 초마다 불법 행위를 해야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다 불법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그들이 하는 경제활동은 대부분의 경우, 사회 이익을 파괴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법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민들 모두 죄인으로 만들고 있는 겁니다.
기자: 장마당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사실상 모두 죄인으로 내몰리는 셈이죠?
란코프: 다, 죄인들입니다. 돈주들은 제일 위험한 죄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지위가 높거나 낮은 간부들에 조차도 엄청난 양의 뇌물을 상납해야 합니다. 김정은 시대에 이와 같은 관행을 더 뚜렷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게 김정은 시대에 처음 시작된 게 아닙니다.
기자: 혹시 김정은도 이런 뇌물구조를 알고 있을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 이런 돈주둘의 뇌물구조가 지금 말씀하셨듯이 북한의 권력층과는 어떻게 연계가 되고 있나요?
란코프: 사실상 북한에서 간부들은 개인 경제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때때로 자신의 부인들이나 다른 가족들을 대리인으로 하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는 외화벌이 회사에서 돈을 국가 기관의 이름을 빌리는 방법을 통하여 사실상 개인 회사를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간부들은 그냥 희생적인 생활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뇌물만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뇌물을 받고 그 대가로 개인 경제를 하는 사람들을 못 본 체 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 때문에 돈주나 부자들 가운데에는 이와 같은 간부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이 팽창해 있습니다.
기자: 간부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겠군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자신의 노동과 능력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이러한 간부들에게 실질적으로 돈도 주고,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도 많이 하지만, 정작 마음속으로는 그들을 무시합니다. 물론 부자들 가운데에서도 인민 봉기나 민주혁명, 또는 흡수 통일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은 간부들을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곤 합니다.
기자: '필요악'이라고 하는 건 이런 간부들이 없어져야 할 존재이지만 자기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뇌물도 주고, 상납도 해야 하니까 필요한 사람들인 말이죠?
란코프: 왜냐하면 북한에서 신흥부자들은 통일을 무섭게 생각할 겁니다. 통일의 경우 남한 기업과 경쟁하기도 어렵고 그들을 보호하는 간부들도 사업을 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들 간부들을 무시합니다.
기자 : 이런 뇌물로 인한 북한의 부패 양상이 지위나 신분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이를테면 고위층이나 중간간부, 일반 주민들이 겪는 부패 양상이 좀 다르겠죠?
란코프: 쉽게 말하자면, 김일성 시대 북한은 권력과 출신 성분에 의해서 움직이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돈, 장사와 뇌물에 의해서 움직이는 사회입니다. 물론 돈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권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 때문에 돈이 많은 사람들은 권력이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돈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은 힘이 별로 없는 사람들로부터 보호를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금 광산이나 석탄 광산을 국가 기관의 이름을 빌려 경영하는 부자의 경우, 단순한 지도원이나 도당비서에게, 즉 당중앙 고위급 간부에게 매월 중국 돈으로 수만 위안의 뇌물을 주곤 합니다.
기자: 수만 위안이면 미화로 얼마나 될까요?
란코프: 수천 달러로 보면 됩니다. 아주 큰 돈입니다. 반면 작은 장마당에서 두부 요리를 하는 아줌마는 그 마을 보안원에게 적은 뇌물을 줍니다. 쉽게 말하면, 권력과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뇌물의 규모가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뇌물 거래가 많은 나라는 모두 이와 비슷할 것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에선 뇌물규모가 크면 사업규모도 크고, 작으면 아무래도 뇌물규모도 작겠네요.
란코프: 맞아요. 대규모 사업을 하려면 고급간부와 결탁하고, 뇌물을 줘야 합니다. 규모가 작은 가게는 그냥 하급간부들에게 뇌물을 주면 됩니다. 문제는 장사를 하는 사람은 뇌물을 주지 않으면 못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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