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북한이 근래 부쩍 관광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로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했는가 하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근 원산과 금강산 지역을 국제관광지대로 정하고 이를 육성한다는 내용의 정령까지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관광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국제적인 경제제재와 상관없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외화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늘은 영국 킹스칼리지(King's College)의 라몬 파체코-파르도(Ramon Pacheco-Pardo) 교수와 함께 북한관광 문제를 살펴봅니다. 스페인 출신인 파체코-파르도 교수는 북한 문제로 런던정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북한 전문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요즘 들어 부쩍 관광 개발에 전념하는 것은 무슨 때문일까요?
파체코-파르도: 제가 볼 때 두 가지 주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선데요. 북한의 주변국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아주 가난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엔 그다지 어렵지 않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제개혁을 할 필요도 없고,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구축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면 그에 따른 위험도 있지요. 과거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베트남도 초기엔 경제 개혁을 하지 않고 그냥 나라를 외국인들에게 개방했습니다. 쉽게 말해 북한은 지금 현금 외화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 북한이 관광산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에 정치 개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북한의 관광산업은 경제개혁도 정치개혁도 필요가 없는 분야입니다.
기자: 일부에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실험 등에 따른 유엔의 경제제재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게 곤란해지자 관광분야를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봅니까?
파체코-파르도: 북한 관광산업의 핵심 문제는 이겁니다. 즉 유엔의 제재만 없었던들 관광 시설을 확충하는 데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했을 겁니다. 북한이 근래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도 관계 증진을 꾀하는 것도 결국은 외국 투자자들을 유치하려는 광범위한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런 나라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여서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것입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핵실험이나 인권탄압, 빈곤한 나라 등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해 북한의 여기저기를 다녀보게 한다면 북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또 관광객들 가운데는 어떤 사람은 북한에 대해 종전에 비해 다른 인식을 할지도 모릅니다.
기자: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정 장소를 안내하는 식으로 관광하도록 하지 그들이 원하는 곳은 마음대로 가보지도 못하는데요. 이런 마당에 과연 외국인들이 북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해줄 수 있다고 봅니까?
파체코-파르도: 말씀하신 대로 북한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은 모두 안내원이 따라 붙습니다. 특히 서방 관광객은은 대부분 정해진 일정에 따라 특정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반면 중국 관광객들은 좀 더 많은 곳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들도 좀 더 많은 곳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볼 때 북한 당국은 지금 두 가지를 실험 중인데요. 하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곳을 보게 하는 게 북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관광객들은 북한의 정치엔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가장 좋은 명승지를 보고 싶어 합니다. 두 번째로 북한 당국은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보다는 서방,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에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반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기자: 혹시 미국이나 유럽의 관광객들이 다녀가면 북한의 이미지를 더 좋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까요?
파체코-파르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국인 관광객이 주된 대상은 아니지요. 지금 북한 당국이 미국 관광객들을 억류해서 아주 큰 이미지 손상을 입고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북한은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을 체포하진 않았는데요. 이게 북한의 전략이기도 한데요. 북한은 실은 비서방국 사람들을 주된 관광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관광객들을 더 선호한다는 말이지요. 미국 혹은 유럽 관광객들이 북한의 선전탑이나 보려고 북한을 가고 싶어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홍콩, 동남아시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동북아시아의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차원에서 한번쯤은 북한을 가보고 싶어하겠죠.
기자: 방금 지적하신 대로 북한에는 케네스 배 씨를 비롯해 3명이 관광을 하다 붙잡혀 억류 중인데요. 이런 억류가 북한의 관광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아주 크겠지요?
파체코-파르도: 그렇습니다. 결국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게 되면 직면하게 될 것은 이 점입니다. 즉 북한은 이들을 통해 단지 외화를 얻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체로 들어온 관광객들 가운데는 정치적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도 끼어있을 겁니다. 이런 일은 북한뿐 아니라 과거 중국이나 베트남, 미얀마에서도 벌어진 겁니다. 북한은 외국 관광객들을 보면 이들이 가진 외화만을 생각한 것 같지만 실제로 이들을 더 많이 받아들이면 들일수록 북한 사회도 그만큼 열리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 하는 건 북한 당국에게도 어려운 과제일겁니다. 일단 미국 관광객이 억류된 이상 미국 언론에 북한은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겠지요.
기자: 북한은 2012년에 약 3천4백만 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외화부족에 시달리는 북한 현실을 감안할 때 큰 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을 병행한다면 훨씬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파체코-파르도: 궁극적으론 그렇게 해야 할 겁니다. 북한이 개방하지 않으면 관광산업도 결실을 맺기 힘듭니다. 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모종의 개선조치를 취한 것 같지만 과거 중국이 취한 것이나 미얀마가 지금 취하고 있는 개혁 조치에 비교할 바가 안 돼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처럼 관광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방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북한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면 아직도 취해야 할 조치가 많습니다. 관광산업과 연관된 경제분야의 경우 아직 북한은 이렇다 할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단기적으론 북한이 이럭저럭 꾸려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북한은 완전한 개방도 해야 하고 변화를 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 관광산업의 걸림돌이라면 어떤 걸을 꼽을 수 있을까요?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를 꼽지 않을 수 없겠죠?
파체코-파르도: 말씀하신 대로 그렇습니다. 북한이 관광분야를 좀더 개발하려면 외국의 전문기술과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북제재는 그런 것들을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또 하나 걸림돌은 북한에 대한 인식 문제를 꼽을 수 있는데요. 아직도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아주 부정적입니다. 바로 이 런 문제 때문에 북한은 세계관광기구와 함께 손잡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 겁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관광분야는 어디까지나 각 나라가 경쟁하는 분야입니다. 북한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힘 쓰듯이 한국도 그렇고, 중국 대만도 그렇습니다. 동북아시아 모든 나라들이 관광경쟁에 돌입했다는 겁니다. 관광특수가 경제에 주는 영향 때문이지요. 이런 나라들의 인상은 한결같이 경제 개발이 더 잘 된 나라이며 역사도 풍부해 관광객들을 많이 끌어들이고 있는데요. 이게 중요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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