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 사람들의 해외여행 문제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바깥 세계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들의 지금 처지를 비교하게 돼서 불만이 고조될 수도 있고, 결국 이런 일이 잠재적으론 체제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오늘날 북한처럼 자기 나라 국민에 대해 이처럼 철저하게 헤외 여행을 통제하는 나라도 없죠?
란코프: 유감스럽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세계에서 북한만큼 국민들이 외국 생활을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정권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오늘날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민들이 해외로 가고 싶으면, 아무 때나 여권을 신청하고 해외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러시아는 해외여행에 필요한 여권 서류를 준비하는 시간이 1~2시간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서 1~2시간 정도 제출 서류를 작성하고, 경찰서에 신청하면 한 달 이내에 여권을 발급받게 됩니다. 여권을 발급 받으면, 세계 어디에나 갈 수가 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물론 여권 발급이 나오는 데 한 달씩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도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는 북한 사람들한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 대부분, 즉 독일이나 미국, 심지어 중국에서도 여권을 신청한 이후 발급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기간은 1달이 채 안 되고, 발급을 받으려면 열흘에서 보름 정도면 가능합니다. 아마도 북한 사람들에게 이것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 일 것입니다. 오늘날 북한만큼 해외여행을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통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고, 대부분 나라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아무 때나, 세계 어디든 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북한이 해외여행을 통제하는 전근대적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전근대적인 해외여행 통제 정책을 실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기본적인 이유는 국내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층의 입장에서 보면, 제일 큰 위협은 해외여행을 허용할 경우 북한 국내에 해외생활에 대한 지식이 퍼지는 일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잘 알 수가 없어야 국내에서 지금과 같은 체제 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북한 정부는 바깥 나라에 관한 지식이 흘러 들어올 수가 있는 길을 모두 가로 막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해외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 출판된 도서 대부분 역시 일반 도서관에서, 일반 사람들이 접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해외여행은 제일 큰 위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속담이 있습니다. 즉 한 번 보는 것이 백 번 듣는 것보다 낫다는 뜻인데요. 만일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북한 사람들이 해외 생활의 실태를 잘 파악한다면 해외 라디오 청취나 외국 서적 읽는 것 보다 훨씬 더 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아무리 해외 생활에 대해 들어도 직접 가서 체험하는 것만큼 효과는 없다는 뜻인데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남한을 비롯한 해외 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는 들었을 것 같은데요. 북한 당국은 왜 이처럼 해외에 대한 지식의 확산을 위험하게 생각할까요?
란코프: 북한 지도부는 1940년대말 인민공화국을 창설한 이후부터 인민들이 앞으로 늘 잘 살 수 있고, 과학기술이 발전된 나라를 건설하는 방법을 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1960년대 초, 김일성 주석은 북한 인민이 멀지 않은 미래에, 고깃국에 쌀밥을 먹을 수 있으며, 기와집에서 거주할 수 있고, 비단 옷을 입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였습니다. 당시에 북한의 이웃 나라인 중국과 남한은 북한 보다 훨씬 어렵게 살았습니다. 1960년대, 북한 인민들은 매일은 아니어도 종종 쌀밥을 먹을 수가 있었지만, 남한 인민과 중국 인민의 형편은 그들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이 중국, 남한보다 형편이 좋았다는 뜻이네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 이야기일 뿐 입니다. 어렵게 살던 중국은 개방, 개혁을 가속화한 덕분에 오늘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어렵게 살던 국가 중 하나였던 남한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남한은 오늘날 부자 국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기술 부문에서도 선발 국가로 발전하였습니다. 만일 북한 주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자신의 나라와 체제에 대해서 불만과 실망을 많이 느끼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북한 사람들은 귀국 후, 자신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수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로 인하여, 위험한 진실에 대한 지식이 북한 국내에서도 많이 확산될 것입니다.
기자: 하지만 요즘 북한에도 DVD, 즉 동영상이나 녹화기 덕분에 외국 생활에 대해서 더러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많지 않을까요?
란코프: 지금 많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녹화기 문화를 없애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해외여행은 외국 방송 청취와 외국 영화 시청보다 훨씬 더 위험합니다. 한 번 눈으로 본 것은, 훨씬 더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 외국 방송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영화에서 나온 생활도 진짜 실제 생활과 어느 정도 비슷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해외여행을 해 본 사람들이면,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해외 생활의 참맛을 알게 되고, 북한이 얼마나 낙후됐는지 더 잘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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