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이 요즘 열을 올리고 있는 관광개발 사업과 관련해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라몬 파체코-파르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파체코-파르도 교수는 북한 문제로 런던정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한 스페인 출신의 학자로 최근 미국의 북한 전문웹사이트인 '38th North'에 북한 관광사업 문제점을 지적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찾는 외국인들이 아마도 심리적으로 가장 두려워할 게 혹시나 관광하다가 일이 잘 못돼 당국에 억류되거나 체포되는 일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현재 북한 당국이 미국인 관광객을 3명씩이나 억류하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죠?
파체코-파르도: 당연히 그렇습니다. 북한이 지금 일본과 관계 개선을 위해 애쓰는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봅니다. 일본은 북한과도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북한은 일본을 대상으로 관광객도 끌어들이고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은 비단 관광객 억류 때문뿐 아니라 주변국에 대한 위협적인 행동 때문에도 부정적인 인상을 줍니다. 핵 무기 실험과 같은 위협이 그렇습니다.
기자: 사실 북한의 경우 핵 실험 등에 대한 국제제재로 달러가 유입되지 않는데다 석탄과 광물 등 수출할 물자가 별로 없어 외국인 관광을 새로운 수입원으로 선택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은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이 북한 측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외화 소득원일 텐데요. 하지만 2008년 7월 북측 병사가 금강산 관광을 하러 온 남측 관광객에 총격을 가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지금껏 중단된 상태 아닙니까?
파체코-파르도: 실은 그게 현재 북한이 처한 역설적인 상황이지요. 말씀하신 대로 금강산 사업은 북한에겐 주요한 외화 소득원이었습니다. 북한은 한편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도 이웃인 남한으로부터 주요한 관광 수입원이 있지만 북한은 관계 개선 등의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이게 북한의 역설이기도 한데요. 북한 정부는 한편으론 동북아 여러 나라에서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싶어하지만 이는 모든 나라에 다 통용돼야지 어느 특정국가에만 한정되면 안 됩니다. 북한은 다른 무엇보다도 남한은 물론 미국, 일본 등과는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 북한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나라들하고만 초점을 맞추려는 인상을 주는데요. 이게 실은 북한에겐 큰 문제가 될 겁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즉 북한은 남한 같은 나라는 무시한 채 다른 나라만 상대하는 전략을 추구해선 안 됩니다. 남한은 분명 최대의 관광 수입원이 될 수도 있는데 북한이 방치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내일이라도 금강산 피격사건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파체코-파르도: 당연하지요. 그런 비슷한 일이 개성공단에서도 있었죠. 북한 측 처사로 공장가동이 중단됐다가 나중에 재개됐지요. 물론 긴장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말입니다. 이게 바로 북한의 문제이기도 한데요. 이건 비단 남한하고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일본과 관계가 지금은 전보다 좋지만 과거엔 안 좋았죠. 앞으로 금강산 관광이 다시 재개될지 모르겠지만 아주 조심해야 할 겁니다.
기자: 사실 지금 북한에 들어가는 관광객들을 보면 중국 관광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 않습니까?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중국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다가 2014년 들어서 이들을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실제로 중국 관광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중국 관광당국과의 협력으로 지난 2002년 이후 12년만에 집안과 평양을 연결하는 관광열차 운행을 재개한 것을 비롯, '칠보산 관광'과 자전거 관광, '싱글족 자가용여행' 등 각종 주제별 관광 상품을 개발하여 중국인들을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면에선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라고 할 수 있겠죠?
파체코-파르도: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 북한은 여전히 중국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바랍니다. 투자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은 남한과 개성공단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도 투자를 받고 있지요. 지금은 일본과 더 좋은 관계를 갖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해선 의존도를 좀 줄이고 싶어하죠.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북한 사람들에게 묘한 대조거리를 제공한다는 겁니다. 즉 과거엔 북한이 중국보다 더 잘 살았는데 지금은 북한 사람들이 중국보다 더 못 산다는 걸 압니다. 이런 점이 일반 북한 주민들에겐 충격일 겁니다.
기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1년간 약 10만 명이었고 이 가운데는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무넺는 이들 관광객들은 자기들이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북한 측 안내원의 통제에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까? 그렇다 해도 외국인들이 북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면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겠죠?
파체코-파르도: 당연히 그러리라고 봅니다. 1980년대 미국과 유럽의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한 중국의 경우를 보면 중국인들은 이들을 이상하게 생각했지요. 물론 미국사람이든 유럽사람이든 하등 다를 게 없는 정상적인 사람들인데도 말입니다. 북한을 찾은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북한에 대해 아무런 적대심도 없고 북한을 전복하려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제가 살던 스페인을 포함해서 과거 많은 독재국들의 경우를 보면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온다고 해서 그 나라의 정치적 변화 혹은 사회적 변화를 몰고 오진 않았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설령 그런 생각을 갖고 북한을 찾는 관광객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정치적 변화 같은 것을 가져오긴 어렵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이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그럴 조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기자: 그러니까 북한 당국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와도 소위 이들의 사상 오염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군요?
파체코-파르도: 그렇지요. 하지만 이는 다소 복잡한 문제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이런 변화는 하루 아침에 일어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외국 관광객들과 접촉하다 보면 자유주의적 성향을 갖게 됩니다. 또 주민들은 외국에선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며, 자신들과 어떻게 다른지도 알게 됩니다. 북한의 경우 이런 생각이 주민들에게 박히게 되겠지만 평양 같은 수도의 경우 당국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중국의 베이징이나 베트남의 하노이 같은 대도시는 정부가 통제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북한도 국경 쪽 지방은 평양보다는 통제가 좀 덜하겠지요.
기자: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결국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을 겁내지 않는 까닭은 주민들의 사상 통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파체코-파르도: 제가 볼 때 북한 주민들이 사상적으로 오염될 위험은 아주 적습니다. 설령 어느 정도 위험이 있더라고 북한의 정치적 변화를 몰고 올 정도로 크진 않을 겁니다. 이게 중요한 점입니다.
기자: 만일 북한 관광산업과 관련해 김정은 제1비서의 고문이라고 한다면 어떤 충고를 하시겠습니까?
파체코-파르도: 글쎄요. 다른 분야는 몰라도 관광이란 특정한 분야만큼은 적극 개방하라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할 때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투자도 많아질 것입니다. 북한이 완전한 민주사회로 나가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미얀마나 베트남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외 개방을 했을 때 정권은 좀 더 유연해졌습니다. 김정은도 이런 문제를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든 관광 산업 측면에서 김정은이 생각해볼 점입니다. 북한이 대외 개방만 한다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투자가 들어올 겁니다. 중국보다도, 러시아보다도 지리적으로 더욱 가까운 남한에게서 엄청난 관광 잠재력을 찾아올 수 있죠.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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