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붕괴 가능성은 여전히 실존”

지난해 7월 해임된 리영호 정치국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왼쪽).
지난해 7월 해임된 리영호 정치국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왼쪽).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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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의 잠재적인 붕괴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의 국방전문 연구소로 이름난 랜드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Bruce W. Bennett)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베넷 박사는 최근 <북한의 붕괴가능성에 대한 준비>란 장문의 논문을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주인공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공산권이 멸망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것이라 새로운 주제는 아닙니다. 이번에 다시 북한의 붕괴가능성에 관한 논문을 내셨습니다. 북한의 붕괴 가능성, 정말 현실성이 있는 겁니까?

베넷: 우선 한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제가 논문에 주장한 것은 북한의 조속한 붕괴가 아니라 붕괴가 일어나도 5년, 혹은 10년, 혹은 20년 안에 일어날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붕괴가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그 가능성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붕괴가 일어난 뒤엔 효과적인 준비를 하기엔 너무 늦기 때문입니다.

기자: 만일 북한이 붕괴한다면 어떤 형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요?

베넷: 제가 보기에 가장 가망성이 있기론 누군가 김정은 위원장을 암살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우린 과거 김정일에 대해 여러 차례 암살기도가 있었다는 걸 압니다. 작년 11월엔 김정은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보도가 최소 한 건 있었습니다. 따라서 암살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 저는 과거 김 씨 일가가 제2선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아주 능숙해서 어느 누구도 강력한 힘을 갖지 못하게 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이를테면 지난 2000년 장성택의 힘이 너무 강해지자 김정일은 그를 통제하기 위해 지도적 위치에서 몇 년 간 물러나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젠가 북한의 지도자가 암살된다면 제2선의 지도자들 사이에 후계자로 지정된 사람이 없기에 후계자와 관련한 분열이 벌어지고, 결국은 내란까지 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실제로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암살 기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베넷: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올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곤 할 순 없지만 아주 적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으로 20~30년을 내다볼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럴 가능성이 계속 존재한다고 봐야죠.

기자: 만일 누군가 김정은을 암살하려 한다면 그 동기는 무엇일까요?

베넷: 제가 보기엔 몇 가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권력을 장악한 뒤 많은 지도부 인사들을 신속히 갈아치웠습니다. 이를테면 지난 2년 새 국방부장과 인민군 총참모장을 세 번이나 교체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물러나면 호화스런 은퇴생활을 하는 게 아닙니다. 대신 감옥으로 가거나 총살되는 등 말로가 안 좋은데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잘 모릅니다. 많은 경우 이들의 가족들조차 감옥으로 보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이들을 지지해온 소장파 지도자들도 상관들과 똑 같은 운명에 처할까 우려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만간 그들 가운데 누군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김정은에 대해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봅니다.

기자: 지도자에 대한 암살 요인이 없고, 김정은이 오랫동안 건재해도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봅니까?

베넷: 제가 볼 때 현재 측근이든 아니면 제2선의 지도자 인사들한테건 김정은을 제거하려는 직접적인 위협은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상당히 건재합니다. 하지만 올해 3월 북한이 이런저런 성명이나 언사를 통해 남한과 미국에 대해 전쟁 위협을 한 것을 보면 김정은 정권 차원의 우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대외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데 실제론 그렇지 못한 것이죠. 따라서 설령 김정은에 대한 암살 기도가 없다 해도 만일 그가 경제를 되살리지도 못하고, 경제가 계속 엉망이고 그다지 훌륭한 지도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김정은도 어떤 식이든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내부로부터의 위협이죠.

기자: 사실 김정은 위원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정권을 확고히 장악한 선친 김정일에 비하면 여러모로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베넷: 김정일이 지도자로 있던 시기를 한 번 생각해보면 약 20년 통치하던 기간에 국방부장은 제가 기억하기론 세 번만 바뀌었죠. 그런데 김정은은 2년 도 안 돼 세 번이나 국방부장을 교체한 것과 같죠. 그가 계속 사람을 바꾸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불안정한 요인입니다. 그게 하나의 큰 차이점이죠. 또 다른 차이는 김정일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이런 저런 자리를 거쳐 지도자 수업도 받고 최고 지도자로 나서기에 훨씬 이전에 많은 사람들을 교체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미 1980년대초에 김정일은 여러 측면에서 김일성만큼이나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김정은에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세 번 째 차이는 지금은 외부세계에 관한 아주 많은 정보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정일은 남한은 망가진 나라요, 북한보다 훨씬 못한 나라라고 주민들에게 주장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쉽게 그럴 수 없습니다. 오늘날 많은 주민들이 남한 사정이 어떠한지 잘 압니다. 따라서 더욱 더 많은 정보가 북한에 흘러갈수록 김정은은 나라를 왜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지 설명하는 데 곤란을 겪을 겁니다. 왜 주민들에게 경제혜택을 제대로 못 주는지 등등 말입니다. 그게 중요한 차이죠.

기자: 이번 논문을 보면 북한의 엘리트 즉 지도급 인사들이 김정은에 반기를 들 수 있다고 했는데요. 기존 상식으론 이들은 김정은 정권과 한 배를 탄 사람들이라 감히 도전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지 않습니까?

베넷: 맞습니다. 그들은 같은 배를 탔지요. 하지만 실각한 리영호 인민군 차수를 봅시다. 그는 실각되기 한 달 전까지도 신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몰랐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그는 지도부 바깥으로 밀려나는 상황에서 김정은에 대해 선수를 쳤을 수도 있을 겁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이 최초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로 자리를 메운 뒤 다시 이들을 교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새로 자리를 맡은 사람들도 얼마나 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지 혹은 물러난 뒤 자신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관해 불안해 합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은 아주 이상한 상황을 조성한 셈입니다. 그의 경호 문제를 보십시오. 김정일은 거의 항상 사복을 입은 경호원을 주위에 데리고 다녔죠. 하지만 김정은은 자주 커다란 무기를 소지한 제복을 입은 경호원을 데리고 다닙니다. 그가 자신의 경호에 대해 좀 불안해 하는 것 같다는 뜻이죠.

기자: 이번 논문을 보면 북한의 붕괴를 촉진시킬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북한의 경제적 쇠퇴를 꼽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1990년대부터 만성적인 경제난을 겪어오지 왔지만 그럼에도 건재하지 않습니까?

베넷: 제가 볼 땐 이렇습니다. 우선 탈북자들과 북한을 드나드는 중국 무역상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 젊은 세대는 김정은이 집권하면 경제가 개발돼서 형편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가 지도자로 떠오르면서 뭔가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필요한 변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던 겁니다. 하지만 그가 지도자로 나선 지 2년 동안 젊은 세대가 기대했던 것들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탈북자나 중국 무역상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적지 않은 북한의 젊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게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하지만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과 관련해 1994년 김정일이 정식으로 최고 권력을 이어받을 때만 해도 북한 주민 상당수가 외부세계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주민의 4분의 1 정도가 비교적 규칙적으로 외부세계에 관한 보고를 듣는다고 합니다. 그게 큰 차이점입니다.

기자: 결국 북한도 종국에는 서독에 흡수 통일된 동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죠?

베넷: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동독의 경우 서독 정부가 동독의 붕괴 가능성과 통일에 대비해 많은 준비를 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동서독 간에는 규칙적인 연락이 존재했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독일이 통일되기 전인1988년 동독 사람들을 여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통일되면 자신들에게 더 좋아질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압도적이었습니다. 현재 북한의 상황이 그렇다곤 보지 않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