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도 북한 당국의 철저한 해외여행 통제 문제에 관해 살펴볼까 하는데요. 교수님 지적대로 북한 당국은 체제안정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에 주민들의 해외여행을 금지해왔는데요. 북한 당국이 언제부터 이런 정책을 시작했습니까?
란코프: 사실상, 북한은 1940년대 인민공화국이 창설된 이후 모든 인민들에게는 마음대로 해외로 출국할 자유가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에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다른 공산권 국가로 간 사람들이 소수 있긴 했었지만, 일반 주민들은 출국할 수 없었습니다. 1950년대 말부터 북한은 과거보다 소련과 동유럽 국가로 북한 주민들을 덜 내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소련과 동유럽에서 사회주의 이념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소련과 동유럽은 군사력과 중공업 능력 보다 인민 생활을 많이 강조하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변화를 수정주의로 보고, 많은 비판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변화를 직접 본 일부 북한 사람들은 그들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 말까지 거의 20 여년에 걸쳐 소련이나 동유럽 국가로 유학을 가는 학생들에게마저도 출국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북한 간부들은 어땠을까요? 이들은 일반 인민들과 달리 해외로 많이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란코프: 물론, 북한의 지도층은 인민들에 비하면 해외를 자주 방문합니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고급 간부나 부자일 지라도 다른 국가의 권력자들에 비해, 해외 출국이 까다롭고 힘든 편입니다. 그렇지만 김일성 일가친척들은 해외를 별다른 문제없이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김일성의 장남인 김정남은 해외 유학을 마치고, 해외에서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그는 마카오에도 거주할 집이 있고, 중국에서도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의 얼굴은 지금 북경 고급 호텔에서 자주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평양으로 가지 않습니다. 현재 그의 아들은 유럽에서 대학에 재학 중 입니다. 김정은 제 1위원장도 어릴 때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의 가족들과 친족들은 마음만 먹으면 아무 때나 해외로 갈 수가 있습니다. 물론 북한 인민들이 보기에는 상상하지도 못할 크나 큰 자유입니다. 문제는 러시아에선 공장 노동자나 간부 심지어 버스 운전사라도 이러한 자유를 별다른 문제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아직까지도 이와 같은 해외여행의 자유가 극소수 권력 계층의 특권 중 하나입니다.
기자: 북한당국은 외화벌이 차원에서 많은 노동자들을 중국이나 러시아로 보냈는데요.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해외여행과는 상관이 없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그들은 해외여행을 하러 나간 사람들이 아닙니다. 해외여행이 아닌 노동을 하러 나간 사람들입니다. 북한은 공화국 창립 이전부터 이미 노동자들을 해외로 파견하고 있었습니다. 1946년부터 북한 노동자들은 구소련의 연해주, 사할린 섬, 캄차카 반도 등 여러 지역에서 노동을 하기 위해 파견되어 왔습니다. 당시에 그들은 벌목을 하기도 했고, 고기잡기도 하고, 여러 가지 건설 현장에서도 일하였습니다. 그 후에, 북한은 소련으로 벌목꾼들을 많이 보냈습니다. 지금도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수가 4만 명 정도가 됩니다. 중동에서 리비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노동자를 파견했던 정책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서, 외화 벌이를 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도 사실상, 돈을 잘 벌었습니다.
기자:이들이 비록 노동을 위해 해외에 나갔더라도 현지에서 가서 보면 이것저것 보고 듣는 게 많을 텐데요. 그런 점에서 이처럼 많은 해외노동자를 파견하는 것은 위험한 정책이 아닐까요? 북한체제에 위험한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란코프: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말하면 파견된 노동자들은 개인적으로 해외로 나간 사람들만큼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처럼 집단으로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파견 노동자들은 마음대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만날 수도 없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기숙사에서 아침에 공장이나 건설 현장으로 가서 일을 마친 후, 다시 기숙사로 곧바로 돌아옵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해외를 다니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런 엄격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동자들은 해외 생활에 대해 많이 배울 수가 있고, 귀국한 후에도 위험한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이야기는 북한 국내에서 해외에 대한 지식을 확산시킨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다 해도 노동자들의 집단 여행은 개인의 자유 여행만큼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북한 정부는 이들을 감시할 수 있을뿐 아니라 노동력을 수출함으로써, 외화 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주민들이 해외여행을 더 많이 하고, 해외교류도 더 많이 한다면 체제엔 부담이 되겠지만 북한의 국가이익 차원에서 보면 더 큰 혜택이 있지 않을까요?
란코프: 북한 사람들의 해외 출국이 지금보다 더 자유롭다면 경제 교류가 더 활성화되어 경제 관계를 잘 맺을 수 있고, 외화 벌이를 더 잘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 교류를 통해서 해외 기술을 더 잘 익힐 수 있다면, 경제 성장 속도가 가속화 될 것입니다. 물론 북한 지도 계층 입장에서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는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경제 발전 보다 특권과 권력 유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처럼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