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북한의 붕괴 가능성 문제와 관련해 랜드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박사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장편의 논문에서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붕괴가능성에 대비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이 지금부터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만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암살이라든가 혹은 북한의 경제적 요인 때문에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에 직면할 때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궁금한데요?
베넷: 중국도 북한 보위부와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의 암살을 예상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김정은에 대한 암살이 벌어진다면 중국은 재빨리 개입해 북한 내 제2선의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를 구성하려 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경우 중국이 실제로 개입하기도 전에 이미 북한의 제2선 지도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심해 서로 다른 세력을 제거하지 않는 한 상황을 안정시키기가 어려울 겁니다. 개인적으로 진짜 의문은 과연 북한이 붕괴할 즈음 중국이 얼마나 활발히 개입할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중국은 유사시 다른 나라에 직접 개입해 통제력을 행사하지 않는 게 자기들 방식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북한의 경우 다를 겁니다. 중국은 북한 붕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근본적으로 북한에 개입해 통제력을 행사하려 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붕한이 붕괴를 촉진할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북한의 경제적 쇠퇴 문제를 꼽았는데요. 사실 북한은 1990년대 들어 공산권이 무너진 뒤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지금까지 중국의 지원으로 버텨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피폐해 붕괴 상황까지 갈 경우 중국이 가만이 보고 있을까요?
베넷: 아닙니다. 제가 볼 때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려 할 겁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십시오. 중국이 북한에 많은 식량지원을 했지만 그렇다고 북한에서 기근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북한에서 식량은 주민들에겐 삶의 질과 직결됩니다. 중국은 북한이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식량을 지원했을 뿐 결코 후한 지원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위기 시에 북한을 돕거나 지원하려 할 겁니다. 한 가지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지요. 2009년 북한이 화폐 개혁을 할 때였습니다. 화폐 개혁을 실시한 지 2개월 안에 물가가 무려 1000%나 치솟았습니다. 두 달 새 종전보다 10배나 물가가 오른 것이지요.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의 상황을 보면 화폐 가치가 300대 1, 400대 1로 떨어지면서 다시 화폐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와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화폐 개혁을 할 경우 과거와 똑 같은 결과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과거 화폐 개혁의 부작용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정권에 반발하는 소요가 발생하기도 했지요. 따라서 화폐 개혁이 재현되면 더 강력한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자: 만일 북한이 내일이라도 김정은 위원장이 암살당하든 아니면 피폐한 경제 때문이든 붕괴한다고 할 경우 중국이 어떤 식의 개입을 할지요?
베넷: 그 경우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경우를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지요. 아마도 중국이 가장 먼저 취할 가능성이 있는 조치는 선양지구 군대를 북한 국경에 파견해 일종의 완충 지대를 만드는 겁니다. 중국의 가장 큰 우려 요인 가운데 하나는 북한 사람들이 대거 중국 국경을 넘어오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중국은 북한사람들이 넘어오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현재 선양에는 8개 사단이 배치돼 있는데요. 이 정도 병력 규모로도 50~100km에 달하는 완충 지대를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즉 북한 사람들의 탈출행렬을 막기 위해 이 정도는 필요하죠. 북한 붕괴 시 시간이 흐르면서 수십만 명의 북한 사람들이 중국 국경으로 넘어가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하나의 가능성입니다.
기자: 중국이 그런 식으로 완충지대를 만들고 북한 붕괴사태에 개입할 경우 남한 정부가 가만 있을까요?
베넷: 제가 볼 때 만일 중국이 그런 식으로 북한에 개입한다면 남한 정부도 이에 맞서 북한에 신속히 개입해 되도록 많은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상당한 정치적 압박에 직면할 겁니다. 이런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북한에 붕괴가 현실화되면 남한이 먼저 개입을 결정하고 뒤이어 중국이 향후 북한에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자국 병력을 파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유사시 먼저 북한에 들어가 통제권을 확보해서 새로운 나라 혹은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가능성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말입니다.
기자: 그런 상황에서 북한 통제권을 놓고 남한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경우 한반도에 큰 이해가 걸려 있는 미국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베넷: 맞습니다. 이런 여러 상황의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가 북한이 붕괴하면 유럽에서 2차 대전이 끝났을 때 상황과 흡사할 것이란 점이죠. 당시 소련과 서방 연합국은 종전 뒤 주도권 확보를 위해 베를린으로 달려갔습니다. 북한의 붕괴 시 중국, 남한, 미국도 평양으로 달려갈 겁니다. 그 경우 각국 병력이 동시에 집결할 것이기 때문에 아주 위험할 수가 있습니다. 만일 서로 총격전이라도 시작한다면 상황은 급속히 통제 밖으로 벗어나고 이는 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미국이든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발적인 전쟁이 벌어지면 세 나라 모두 재앙이 될 겁니다. 바로 그런 상황을 미리 통제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혹시 한국과 중국, 미국 사이에 사전 협의 같은 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베넷: 사실 저는 올해 이와 관련한 여러 국제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한국 관계자들이 말하는 것도 들었고, 중국 관계자들이 말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물론 세 나라 혹은 두 나라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대화는 아니었죠. 그래도 관련국 인사가 북한 붕괴 시의 우려 사항들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사시 세 나라가 어떤 공동 대응을 할지에 관한 논의는 아주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런 자리에서 중국측 관계자들은 북한 붕괴 문제에 관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베넷: 제가 느끼기론 북한의 붕괴 상황에 관해 중국 내에도 상당한 의견 분열이 있습니다. 중국 지도자들 가운데는 구세대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원하지 북한의 소멸을 바라지 않습니다. 반면 북한의 재앙은 중국에겐 짐이 되기에 차라리 통일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지도자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런 식의 논쟁은 벌써 몇 십 년 째 계속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실제로 붕괴하면 중국이 어떤 행동으로 나올지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기자: 중국도 중국이지만 북한이 실제로 붕괴 상황에 직면할 때 북한을 탈출해 중국이나 남한으로 가려는 북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베넷: 제가 볼 때 상당수 북한 사람들의 경우 북한이 붕괴할 즈음에 한국과 미국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신속히 제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다면 북한에서 2009년 화폐 개혁 때처럼 우선 식량이 자취를 감출 겁니다. 북한 사람들은 식량을 쌓아두고 시장에 내놓지 않으려 할 겁니다. 이런 때 식량이 귀해지면 식량구입 비용이 하늘을 찌를 것이기 때문이죠. 그 경우 형편이 여의치 못한 북한 사람들은 굶주리게 될 것이고 이런 상태가 몇 주, 몇 달 지속되면 북한 군인들까지 개입해 주민들로부터 식량을 착취할 겁니다. 그들도 식량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그런 상황에선 식량 부족과 치안 부재란 두 가지 인도적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그 땐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이든 남한이든 탈출하려 할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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