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상화 통해 정권입지 강화”

0:00 / 0:00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 김정은이 요즘 부쩍 '백두혈통'을 통한 3대 세습의 정당성을 내세우면서 우상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 목적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세계의 모든 정권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당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하자면 그 나라 국민들이 "이 통치자는 우리를 통치할 권리가 정말 있을까?" 라는 질문입니다. 민주 국가의 경우, 통치자가 국민들에 의해 선거로 당선된 정권이므로 나라를 다스릴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국민의 투표로 지도자가 선출된 민주 국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북한 정부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나라를 다스릴 권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소위 '백두혈통'을 많이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 제 1위원장이 북한 지도자가 된 이유는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이유 단 한 가지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 언론은 김정은뿐만 아니라 그의 부친 김정일도,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도 극찬해야만 합니다.

기자 '백두혈통'의 본질은 무엇이며, 북한에서는 세습과 관련해 이처럼 유독 '백두혈통'을 주민들에게 강조합니까?

란코프: '백두혈통'의 본질을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기본 본질은 군주제 국가 즉 왕국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습니다. 백두혈통이란, 말 그대로 김일성의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북한은 김정은의 후계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서 백두혈통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백두혈통을 내세움으로써 김정은도 백두산 항일혁명가인 김일성과 그 핏줄을 이어받은 김정일을 뒤따라서 혁명위업의 계승자가 되었다는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우상화를 매우 많이 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김일성으로부터 내려오는 핏줄이 세습의 근거가 된다는 건데요. 이렇게 우상화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김정은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란코프: 글쎄요. 저는 그런 견해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상화는 김정은의 취약성과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물론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은 김정은을 볼 때 마다, 너무 젊은 사람이 나라를 잘 통치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의심이 없지 않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김정은 제 1위원장은 백두혈통 우상화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영광스러운 사람들의 아들이나 손자로서 나이가 젊음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별 문제 없이 지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기자: 현재 벌어지고 있는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에 비해 그 정도가 심하다고 봐야 합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김정은 우상화는 1960년대 말 이후 실시했던 김일성 우상화나 1990년대 김정일 우상화와는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차이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지금 김정은 시대 우상화는 너무 혼란스럽다고 한다면 적당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김일성을 가리키는 존칭에 대한 확실한 규칙이 존재했고, 그의 사진이나 동상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한 규칙이 존재하였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많은 것들이 변화하였습니다. 김정은에 대해 제가 개인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김정은 제 1위원장은 자신의 우상화를 매일 매일 지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상화에 대해서 기본적인 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관리하지 않는 조짐이 보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시대별로 우상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돼왔습니까?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 그리고 지금 김정은 시대를 비교해주시죠.

란코프: 물론 세월이 지날수록 북한 지도자의 우상화 성격은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에 북한 우상화 선전은 김일성이 만주 유격대 활동이나 군국 활동을 많이 강조하였습니다. 물론 당시의 출판물을 살 펴보면 왜곡과 과장이 매우 많긴 언급되어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실적 내용입니다. 이를테면 김일성은 1930년대 만주에서 일제와 싸웠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가 1945년대 말 북한 국가 건설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김정일 시대에 들어와, 북한 선전 일꾼들은 보다 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전쟁 시에도 싸운 경험도 없고, 어린 시절부터 북한 특권 계층의 청년으로 성장하여 별다른 큰 문제없이 살았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 선전 일꾼들은 김정일에 대해서 별 근거가 없는 환상을 바탕으로 하는 선전 이야기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김정일 시대에 북한 선전일꾼들이 김정일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많이 조작했다는 뜻이네요.

란코프: 네, 없었던 일을 많이 조작했습니다. 김정은의 경우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납니다. 지금 북한 잡지를 살펴보면, 김정은이 2000년대 초 이미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김정은이란 사람이 불과 20살 젊은이였음을 감안한다면, 참으로 이상한 주장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선전 일꾼들에게는 별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기자: 그런데 우상화 작업을 위해선 동상도 세워야 하고 그밖에 필요한 시설 등을 지으려면 많은 돈이 들어갈텐데요. 여기에 필요한 돈을 모두 주민들에게서 착취한다고 볼 수 있겠죠?

란코프 저는 어느 정도 동의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보겠습니다. 북한의 경우 이러한 선전을 위하여 지출된 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마 세계적으로 가장 높을 것입니다. 북한의 시골에서 날마다 증가하고 있는 동상들은 값싼 물건이 아닙니다. 당연히 이와 같은 돈은 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동상들은 북한의 선전 활동과 우상화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