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선 최근 국제적으로 큰 논란과 비판을 불러온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한 북한의 연계 문제, 나아가 북한의 화학무기 실상에 관해 랜드 연구소의 국방전문가인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리아에 화학무기를 공급해왔다는 게 정설로 돼 있습니다. 요즘 시리아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북한의 화학무기 지원 문제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북한과 시리아 연계설이 사실인가요?
베넷: 사실 북한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연계는 오래된 일입니다. 근래 보도를 보면 이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이 북한이 시리아에 화학무기 시설을 만들어 관련 무기의 생산을 돕고 있다고 지적한 게 나오는데요. 제가 볼 때도 북한이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몇 년 전 시리아 미사일 기지에 폭발사고에 관한 보도도 있었는데요. 당시 그곳에서 북한 기술자들이 시리아인들에 화학무기와 스커드 미사일 생산과 관련해 도움을 주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만큼 양국 사이에 오랜 협력이 있었다고 봅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도 상당량의 화학무기를 비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2천5백톤 이상을 보유했다고 하는데요. 북한의 화학무기 어느 정도입니까?
베넷: 글쎄요. 확실히 알 순 없지만 한국 국방부가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최소 2천5백톤에서 최대 5천톤까지 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현재 시리아가 보유한 화학무기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양입니다. 이 정도의 화학무기는 일선에 있는 적의 방어선을 공격하는 데 충분한 양입니다. 물론 유사시 남한 병사들이 북한의 화학무기 공격에 맞서 보호장비를 착용하겠지만 그걸로 100% 안전을 보장받진 못합니다. 북한이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남한 병사들에게 상당한 손상을 입힐 수 있고, 더욱 위험한 것은 일선 지역이나 서울 지역에 살고 있는 민간인들까지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시리아에서 사용된 화학무기의 양은 약 1톤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은 그보다 2천배, 5천배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이처럼 무시무시한 화학무기를 북한이 시리아에 지원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베넷: 제가 볼 때 두 가지 정도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외화를 벌기 위한 목적이죠. 북한은 사실 어딜 둘러봐도 외화를 벌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왔습니다.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이런 무기를 지원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협력 수준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죠.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포함해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입장을 지원해주길 바라듯이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우방들에 맞선 자국의 행동을 다른 나라가 지지해주길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시리아의 연대는 동맹이라곤 보기 어렵지만 일종의 범죄적 카르텔, 즉 연합이라고 봐야지요. 그 뿐 아니라 북한은 반미주의를 고취하고 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데도 이를 활용합니다. 북한은 이런 식으로 미국에 반대하는 나라들과 이처럼 카르텔, 즉 연합을 맺는 게 좋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기자: 시리아가 2006년 원자로를 건설하다가 이스라엘 공군기의 폭격으로 파괴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북한 기술자들이 시리아 원자로 건설에 협력했다는 게 정설인데요. 하지만 북한은 이 같은 핵확산 활동과 관련해 국제사회로부터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는데요. 문제 아닙니까?
베넷: 정확히 맞는 얘깁니다. 실제로 북한이 2006년 10월 처음으로 핵실험을 했을 때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만일 핵확산에 개입할 경우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고 제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 이스라엘이 시리아 원자로를 폭격한 뒤에 원자로 건설에 관여한 북한에 대한 어떤 제재도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볼 때 이는 아주 우려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국제사회가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은 전 세계 다른 곳에서도 핵확산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줬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기자: 중동을 보면 시리아 말고도 이란이 군사 부문에서 북한의 주된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왜 그럴까요?
베넷: 북한 입장에서 보면 두 나라는 아주 귀중한 동맹으로 판명됐기 때문이지요. 시리아와 이란은 원유 수출로 외화가 풍부합니다. 두 나라는 북한에 대해 원유는 물론 외화를 대줄 수 있는 나라여서 아주 귀중합니다. 우린 시리아가 2005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실험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습니다. 북한이 만일 자국에서 탄도미사일을 시험할 경우 대외적으로 상당한 정치적인 문제를 야기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란이나 시리아에서 시험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어떤 압력이나 반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점에서 두 나라는 북한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주는 셈이죠.
기자: 다시 말해 북한은 이란과 시리아는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는 말이군요?
베넷: 그렇습니다. 세 나라가 모두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2003년 이란의 모처에 휴양지가 있는데 이걸 이용하는 전용 고객이 북한 사람들이었다는 보도가 있었죠. 당시 이 휴양지가 북한인들 전용이다 보니 많은 북한 사람들이 이란에 있었죠. 제가 볼 때 이들 북한인들은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과 필시 관련돼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자: 베넷 박사님 논문을 보면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한 것은 북한 정권이 강한 게 아니라 오히려 취약하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하셨는데요. 왜 그렇습니까?
베넷: 그런 주장을 한 것은 특별히 2010년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관련해 이런 관측이 딱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보통 그런 식의 공격이나 핵, 미사일 실험 등으로 도발을 하는데요. 그게 바로 북한 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낸 겁니다. 실제로 크게 보면 북한 정권은 취약합니다. 이를테면 김정일의 마지막 통치 기간에 그는 실제로 병약했기 때문에 허약한 지도자로 보였습니다. 북한 같은 나라에선 지도자는 진짜로 막강한 사람처럼 보여야 합니다. 당시 김정일은 북한이 세계 최강의 경제국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최악의 경제국이었죠. 그래서 김정일은 자신이 강력하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서 핵을 실험하고 보유한 9개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자랑했습니다. 김정일이 생전에 자랑할 수 있는 업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런 식의 실험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군사 도발을 통해 김정일은 자신이 강력한 지도자이고 군부의 힘을 얻고 있다고 떠든 겁니다. 그걸 보면 그가 취약한 지도자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만일 김정은의 외교 고문이라면 북한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충고를 하겠습니까?
베넷: 글쎄요. 참으로 어려운 과제가 많습니다. 북한 경제도 엉망이고 대외 관계도 엉망입니다. 북한은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한 가지 북한이 나갈 길이 있다면 중국이 과거 추구한 길을 따라 북한을 지금보다 개방하는 겁니다. 물론 그 길이 북한정권에 다소 위험하긴 합니다. 북한의 이웃에는 남한이란 아주 강력한 나라가 있습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같은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데 왜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더 부강할까요? 이런 점을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설명하기가 아주 힘들 겁니다. 만일 북한이 개방한다면 김정은은 이런 사실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겁니다. 그게 아주 힘들 긴 하겠지만 김정은이 성공하려면 결국 북한을 개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안 그러면 북한의 붕괴에 직면할 겁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김정은이 실각할 수도 있고, 아주 비참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그의 참모들도 김정은에게 개방과 관련한 어떤 권고도 하길 꺼려할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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