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이 최근 들어 국제무대를 상대로 자국의 인권상황을 적극 옹호하고, 입장을 설명하는 등 활발한 외교활동을 하는 것과 관련해 그 배경을 알아봅니다. 대담엔 북한인권전문가인 로베르타 코헨 (Ronerta Cohen)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한은 유엔 총회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보고서를 배포하면서 자국의 인권수준이 높다며 열을 올렸는데요. 이걸 보면 북한이 열악한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봐야죠?
코헨: 흔히들 북한은 외부세계의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고 하지요.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이 북한의 관심을 끈 게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해당 결의안 초안을 보면 처음으로 북한정권이 자행한 반인륜범죄를 언급했고, 범죄 가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J)에 넘겨 책임을 묻는 대목도 처음으로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점이 북한 지도부의 관심을 끈 것이고, 그래서 북한 고위관리들이 유엔을 찾아 결의안 채택을 차단하거나 그도 안 되면 기권 또는 반대표를 끌어내려고 했던 겁니다.
기자: 최근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10월22일 유엔에서 열린 북한 인권 토론회에 참석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반인도 범죄의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자국 관리들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문제까지 거론되자 북한이 부쩍 인권대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죠?
코헨: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북한 측이 자국 인권문제와 관련해 대화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인데요. 물론 북한은 이런 행동을 통해 유엔 무대에서의 표결에 영향을 주겠다는 것이죠. 북한이 인권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대신 유엔결의안과 바꾸려는 속셈이라면 안 될 말입니다. 유엔은 지난 10년 이상 이런 대화를 촉구해왔는데 이제야 북한이 반응을 보인 만큼 대화는 당연히 열려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결의안 문안을 바꾸는 수단으로 대화를 이용해선 안 되죠. 이를테면 북한인권을 감시할 유엔 인권사무소를 서울 대신에 유엔에 두려 한다든가 등등 말입니다. 인권대화가 열린다고 북한에 대가를 지불해선 안 된다는 말입니다. 또한 대화가 열리면 지금까지 다양한 유엔 장소에서 논의된 사항들이 의제에 올라야 합니다. 이를테면 대북인권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가 한 예입니다. 이걸 보면 여성과 아동, 장애인, 식량에 대한 권고사항이 들어있는데요. 또한 올해 초 발표한 유엔대북인권조사위원회가 조사해 발표한 권고안도 있습니다. 이 모든 권고안들이 대화의제에 포함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어느 나라든 자신들의 또 다른 목적을 거두기 위한 방편으로 이런 대화를 악용돼선 안 됩니다.
기자: 북한이 과거엔 국제사회의 인권비판에 대해 반발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처럼 인권대화도 제의하고, 북한 고위관리들이 적극 나서 북한 인권상황을 해명하려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코헨: 제가 볼 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요. 그 하나는 조만간 채택될 유엔대북인권결의안에 반인륜범죄에 책임이 있는 북한의 고위관리들에 대해 단순히 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이 들어있어 이게 북한 지도부의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북한 정권이 이젠 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정치적 혹은 경제적 도움을 얻는 데 있어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을 인식한 겁니다. 사실 아주 많은 나라들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반응을 보였지 않습니까? 이를테면 몽골 대통령이 최근 공개적으로 한 발언을 통해 독재와 경제성장 간의 관계 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일본정부는 북한이 재일 납북자에 대한 북한 측의 솔직한 정보 공개가 없는 상황에서 추가 경제지원을 미루고 있습니다. 또한 보츠와나는 북한인권을 문제 삼아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했지요. 지난 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의 특별보고서가 나온 뒤 프랑스 대사는 유엔에서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G-8 즉 서방선진8개국도 북한에 대해 자국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정치범 수용소의 폐쇄를 강력히 촉구해왔고, 인권상황을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과 근본적인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또한 남한 대통령은 북한인권을 감시할 유엔인권사무소를 유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과거 많은 나라들이 북한 인권보다는 핵 문제를 중시했고 지금도 그럴지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나라들이 과거에 비해 지금은 훨씬 북한 인권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는 점입니다.
기자: 그런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는 몰라도 세계식량프로그램(WFP)이 해마다 모금하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도 예년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2013년의 경우 총모금액이 1억5천300만 달러지만 실제 모금액은 약 8천6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들어 다소 호전되긴 했지만 여전히 지원식량은 부족한 편 아닙니까?
코헨: 그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사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도 지난 봄 특별보고서에서 북한 식량배급문제를 강하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걸 보면 북한 정권을 지탱하는 데 핵심적인 사람들과 북한 일부 지역의 주민들에게 우선 식량이 배급된다고 돼 있죠. 또한 배급되는 식량감시를 위해 유엔요원의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 등등 말입니다. 이런 요인들이 대북식량 지원국들에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북한이 해당 사항을 개선하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죠. 바로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유엔도 이젠 더는 북한을 가만 둬선 안 되겠다는 지점에 도달했고, 급기야는 국제형사재판소까지 거론하게 된 겁니다.
기자: 북한의 우방인 중국은 유엔대북인권결의안에 줄곧 반대해오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그럴까요? 코헨: 인권결의안에 반인륜범죄에 가담한 북한 관리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내용이 포함되면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하겠죠. 하지만 재판회부를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고려해야 하고, 정식 의제로 채택될 것이 요청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을 압박해 행동을 바꾸라는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또한 북한인권이란 문제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거기엔 단순히 인권범죄를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 연루자들의 책임을 묻는 게 포함돼 있습니다.
기자: 사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도 인권상황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모두 비난하는 북한을 무조건 두둔할 수 없어 난처한 입장이겠죠?
코헨: 그렇습니다. 그 점은 누구다 다 압니다. 우방인 중국은 그런 북한 때문에 어려운 처지입니다. 중국은 늘 북한에 대해 경제개혁을 종용했지만 북한은 따르지 않았지요. 중국은 북한에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말했지만 북한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중국과 남한과의 관계가 갈수록 좋아지면서 북한은 더욱 고립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대북인권결의안 같은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란 뜻은 아닙니다. 북한이 여러 문제로 고립감을 느낄 테지만 특히 유엔결의안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오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지난 봄 나온 유엔대북인권위의 보고서를 보면 시민적, 정치적 권리 문제는 물론 경제적, 사회적 권리, 나아가 경제 분야라 할 수 있는 식량권리 등도 다뤘습니다. 이런 광범위한 내용을 북한이 무시하긴 쉽지 않지요.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최근 북한이 자국의 인권상황과 관련해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 관해 로베르타 코헨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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