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충성도에 따라 군 인사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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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행태와 국정의 문제점에 관해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연구소(CNA)에서 북한 지도부를 집중 연구하고 있는 켄 가우스(Ken Gause) 씨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젊고 국정 경험도 거의 없는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지 2년이 다 되갑니다. 그가 최고 권력을 이어받은 뒤 세간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그가 과연 단시일 안에 자신의 권력을 공고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었는데요. 흥미로운 사실은 김정은이 들어선 뒤 군부 인사가 비교적 잦았다는 점입니다. 혹시 군 인사와 관련해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습니까?

가우스: 글쎄요. 북한에서 군부 지도부의 인사를 보면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를테면 지난해 여름 리영호 인민군 차수가 교체됐고, 그로 인해 김정은 지도부에 반대하는 군부 고위인사들에 대한 퇴진이 이뤄지면서 군부 곳곳에 아주 주의 깊고 의도적인 인사가 단행됐습니다. 이를테면 국방부장과 인민군 총참모장이 3~4 차례 바뀐 것이 한 예입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지 지난2년 동안 인민군 총참모장을 포함한 핵심 요직이 최소 2~3차례 바뀌었고, 군부의 핵심 사령부의 여러 보직과 인민군 무력부 부부장, 총정치국 부국장 등 여러 요직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 마디로 교체의 폭이 상당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군부 인사는 5월에 시작됐지만 실제론 2012년 12월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하는데요. 김정은은 어려 핵심 요직에 다양한 사람들을 앉혔고, 종전까지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대거 중요한 자리에 기용했는데 근거는 김정은에 대한 이들의 충성도 혹은 김정은과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자: 방금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라든가 얼마나 가깝느냐가 하나의 인사 기준이 됐다고 했는데요. 어떤 인물을 꼽을 수 있겠습니까?

가우스: 최근 장정남이 인민무력부장에 기용된 것이나 리영길이 군 총참모장에 임명된 게 이런 예입니다. 이들은 직전까지도 핵심 지휘부에서 벗어나 있던 변두리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커다란 정치적 영향력이나 후견체제 같은 게 없기 때문에 김정은이 씨름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이들은 향후 어떤 정치적 골치거리를 제공하기 보다는 김정은이 제시한 노선을 묵묵히 따를 사람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분명 김정은의 경제 정책에 반기를 들다 숙청된 리영호 인민군 차수와는 다릅니다.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은 김격식 총참모장처럼 군부의 최고위직 인사들이 후진으로 물러나고 있는 겁니다. 남한 언론엔 그가 숙청됐다는 식의 보도가 많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저는 김격식은 리영호처럼 완전히 물러났다기 보다는 군사 고문 혹은 김정은 개인의 비서국 등으로 물러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김정은이 단행한 군 인사의 특징은 소장파를 전면에 등장시킨 아닙니까? 특히 50대를 전면에 많이 배치한 것 같은데요.

가우스: 맞습니다. 군에 대한 이들의 충분한 경험 때문이죠. 분명 젊은 세대를 중요 자리에 앉히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화하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정치적 힘은 별로 없지만 김정은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 군사 지식은 풍부한 사람들입니다. 즉 그들은 훌륭한 군사 자문관들이죠. 정권 차원에서 보면 그들의 주된 역할도 정치적 야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 자문관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군 지휘부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기도 훨씬 쉽습니다. 그 경우 선친 김정일과의 관계를 이유로 김정은의 국정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김정은은 자신의 입맛에 따라 기용한 사람들을 좀 더 쉽게 주무를 수 있고, 권력도 공고히 하기가 쉽습니다. 현재 나타나는 양상을 보면 김정은이 인민군과 이런 식의 관계를 잘 구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김정은은 2년이란 짧은 재임 기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장과 총참모장을 세번씩이나 교체했는데요. 그만큼 김정은의 군부 장악력이 취약하다는 방증일까요?

가우스: 우린 그 문제를 김정은이 현재 권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 있다는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은 군부와의 관계를 형성 중이고, 이를 통해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핵심 보직에 앉히고 있는 겁니다.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에 올라섰다고 해서 곧바로 인사를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하는 게 아니죠. 그 경우 군 지도부에 불안정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김정은은 단계적인 과정을 통해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처음엔 선친 김정일의 측근에 있던 사람들을 요직에 앉힌 뒤 나중엔 이들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고, 그렇게 앉힌 사람들을 자기에 충성도가 좀더 강한 사람들로 다시 교체하는 방식이죠. 이런 식으로 김정은은 지도부에 포진한 정치적 인물들을 교체하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정치적 인물이 아닌 군부 인사들을 앉힌 겁니다. 또 인사 교체 과정에서 김정은은 단계적이고 신중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기자: 그런데 궁금한 점은 별다른 국정경험이 없는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이런 인사를 혼자 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했느냐 하는 점입니다. 어느 쪽입니까?

가우스: 제가 김정은의 1년을 평가한 보고서를 막 냈는데요. 여기서 저는 김정은의 주위에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 그리고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가 포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그는 세 사람 말고도 주변에 오각교, 김격식 같은 자문 그룹이 있지요. 이런 사람들이 군과 당 내의 미묘한 인사를 어떻게 할지에 관해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단독으로 인사를 단행하진 않는다고 봅니다. 김정은은 군부 인사와 관련해 단계적이고도 전략적인 차원으로 인사가 이뤄지도록 이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고 있습니다. 정권 운영차원에선 장성택이 자문을 총괄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군부의 인사와 관련해서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이나 김격식, 오각교, 그리고 인민군 작전국장인 김용각 등의 조언을 주로 듣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모두 군부 내에 아주 강력한 후견체제를 갖고 있고, 연대급까지 군부 내 인사와 구조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 김정은이 군부 내의 아주 복잡한 후견 체제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김정은의 국정 운영에 아주 큰 도움을 주는 또 다른 사람이 고모인 김경희입니다. 그녀야말로 김씨 일가의 정치적 자산을 돌보는 사람인데요. 게다가 김경희는 군부와 보위부 등에 아주 끈끈한 인맥을 갖고 있습니다. 김경희는 조카인 김정은에게 인맥형성과 관리, 후견체제가 잘 굴러가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그 안에서 경쟁과 견제를 잘 유지해야 하는지 등등에 관해 잘 가르쳐줄 수 있는 것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 작업은 잘 되고 있다고 봅니까?

가우스: 아직까진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 2년이란 시간을 더 준다고 해도 권력 공고화 작업을 완수하진 못할 겁니다. 그가 단순히 권력을 확고히 다진다고 해서 지도자로도 곧바로 인정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요 궁극적인 정책 결정권자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두 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은 김정은이 정권 내에서 권력을 쥔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알아야 하는 데 이는 학습과정이 필요하지요. 선친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 권력을 다루고, 확실히 차지할 때까지 32년이 걸렸습니다. 반면에 김정은은 2007년이나 2008년경 후계자로 처음 지목된 뒤 2010년 널리 알려지기까지 권력을 다룰 줄 아는 경험을 쌓지 못했습니다. 효과적인 정책을 펼치는 데 어떻게 권력을 활용하는지 등에 대해 말입니다. 그런 점을 김정은은 앞으로 배워야 합니다. 물론 이 점에 관해선 장성택, 김경희, 최룡해 등이 그를 조언할 수 있을 겁니다. 또 하나 김정은이 배워야 할 것은 정권 전반에 걸쳐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