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10주년, 국제사회의식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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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선 지난 10월을 기해 발효 10주년을 맞이한 북한인권법과 관련해 인권전문가인 로베르타 코헨 (Roberta Cohen)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2014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 발효된 지 10주년이 됐습니다. 사실 당사국인 남한도 아닌 미국에서 이런 법이 제정됐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인데. 이런 법이 미국 의회에서 먼저 만들어진 배경부터 잠깐 살펴주실까요?

코헨: 이런 법이 당시 통과됐다는 사실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당시 미 연방 의회는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충분히 힘쓰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북한인권 문제를 좀 더 부각시킬 필요를 느꼈죠. 의회가 북한인권법을 채택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 결과 미 국무부에 대북인권담당 특사직이 신설됐습니다. 현재 특사는 로버트 킹 대사가 맡고 있는데요. 킹 특사는 북한인권을 향상하기 위해서 각국 정부를 독려하고, 유엔무대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이 무엇보다 기여한 점은 행정부와 국무부, 백악관이 북한 인권문제에 관해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한 점입니다. 그 결과 괄목할만한 변화가 있었는데요. 이를테면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북한의 인권을 촉구한 게 그것입니다. 국무장관은 특히 북한에 대해 정치범 수용소를 폐지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사실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북한과 같은 특정국가의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자체가 미 행정부의 대북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것인데요. 국제사회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죠?

코헨: 맞습니다. 상당한 변화죠. 왜냐하면 과거엔 행정부 차원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지 않았거든요. 사실 과거엔 대북인권 문제와 관련해 행동보다는 말이 많았죠. 유엔에선 유엔인권위원회, 총회 등에서 대북인권과 관련해 각 나라들을 독려해 강력한 결의안을 채택하려는 노력들이 펼쳐져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장려했습니다. 또한 주요 8개국, 즉 G-8 회담 참가국들도 공동성명에 인권문제를 반영하도록 해서 2013년 사상 처음으로 대북 인권문제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작업이 있기까진 미국이 일정 부분 관여한 게 사실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북한인권법을 통해 미국은 앞서 지적하신 대로 대북인권특사직을 신설했는가 하면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취급해 미국으로 망명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등 여러모로 좋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럼에도 혹시 북한인권법 내용과 관련해 미국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 있을까요?

코헨: 그게 실은 북한 난민 문제인데요. 북한 난민문제에 관해 개선할 여지가 많습니다. 여기엔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가 있는데요. 여러 관련 당사국들과 유엔인권대표, 나아가 유엔사무총장이 모두 협력해서 중국의 북송 처사와 관련해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북중 국경을 건너온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않도록 전략을 짜내야 하는 데요. 그 과정에서 미국이 적극 나서 그런 전략을 짜되 남한과 유엔을 참가시키면 좋겠죠. 이건 단순히 중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가장 많은 탈북자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남한입니다. 다른 나라도 물론 탈북자 일부를 받아들이긴 하죠. 그런 점에서 강제북송이란 문제는 관련 탈북자들이 중국을 거쳐 넘어오는 라오스처럼 해당 아시아 국가 모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관련 국가들 사이에 탈북자들이 북송돼선 안 된다는 강력한 인식을 공유해야 합니다. 탈북자들은 중국이 주장하듯 경제적 이주자가 아닌 난민입니다.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도 뭔가 체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말로서가 아니라 유엔과 작업해서 어딘가에 그런 규정을 넣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미국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탈북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을 지 궁리해야 합니다. 제가 알기론 지난 10년 간 미국에 들어온 탈북자는 모두 171명으로 압니다. 아주 적은 숫자죠.

기자: 그러니까 좀 더 많은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올 수 있도록 미국 정부도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코헨: 그렇습니다. 격려해야지요. 물론 대다수 탈북자들은 남한으로 가고 싶어한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이유로 미국으로 오고 싶은 탈북자들도 있을 겁니다. 2013년 회계연도에 모두 17명의 탈북자가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온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까 남한으로 간 많은 탈북자들 가운데 고작 그 정도 숫자만 미국으로 온 것이죠. 따라서 탈북자들의 미국행과 관련해 좀 더 전향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모두에 말씀 드린 것처럼 북한인권법이 발효한 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당초 북한인권법이 나왔을 때부터 이를 비난하고 무시해왔는데요. 그럼에도 이 법은 북한 지도부에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봐야죠?

코헨: 물론입니다. 특히 이 법을 통해 북한이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려면 반드시 인권문제를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 북한 지도부에 분명히 전달됐죠. 과거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의 협상의제로 인권이 포함되진 않았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앞으로 북미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진하려면 인권문제를 다루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북한인권 문제가 북미관계 정상화의 장애물로 보진 않지만 반드시 다뤄져야 할 문제로 됐는데 북한 지도부도 이 점을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북한은 유엔에서 나오는 모든 대북인권 규탄이나 성명이 무조건 미국의 정치적으로 조작에 의한 것이라며 미국 탓으로 돌렸는데 이건 사실도 아닙니다. 많은 나라가 관여한 것이죠. 북한은 지금 분명 자기네 인권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적극 나서는 걸 민감하게 받아들입니다. 최근 유엔 총회 당시 막간을 이용해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인권에 대해 비판했고 동석한 한국,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 외무장관들도 아프간 현안, 중동 문제를 비롯한 국제 문제들을 유엔의제로 포함하기로 하면서 북한 인권도 다루기로 한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인권법 발효 10주년을 맞으면서 무엇보다도 북한인권 참상에 대한 일반 미국인들의 인식도 높아지지 않았나요? 실제로 지난 3월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 인권의 참상에 관한 방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뒤 미국에서도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는 바람에 미국 내에서도 반향이 크지 않았습니까?

코헨: 분명 그런 토대는 마련했다고 봅니다.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실제 대북인권 문제와 관련해 일부 의원들이 주도한 것도 있으니까요. 법이 연장될 때마다 더 많은 의원들이 동조했습니다. 대북인권과 관련한 청문회, 성명, 논의가 있었습니다. 결국은 올해 HR 1771로 불리는 대북제재강화법안까지 나오게 됐죠. 여기엔 북한의 금융을 제재하는 내용 외에도 인권침해에 가담한 북한관리들을 단죄하는 인권 조항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미 의회엔 북한인권에 대한 인식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언론 쪽을 봐도 그렇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북한 인권문제에 적극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 북한인권법을 치면 각종 언론 보도가 실려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강제수용소 생존자인 신동혁 씨의 증언이며 유엔대북결의안, 유엔대북인권조사위원회의 특별보고서 등은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됐고 결과적으로 미국인들도 북한인권 참상을 더 많이 알게 됐죠.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데는 분명 북한인권법이 한 몫을 한 게 사실입니다. 또한 이 법은 미국 정부에도 분명 영향을 끼쳤습니다. 미국 북한인권법은 다른 나라에도 하나의 모범이 됐습니다. 남한에도 아직 통과되진 않았지만 북한인권법이 상존해 있습니다. 이런 법은 다른 나라에 자극이 될 수 있죠.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이 시간에선 올해로 발효 10주년을 맞이한 미국의 북한인권법과 관련해 인권전문가인 로베르타 코헨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