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경제 위해 선군 정책 포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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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서는 김정은의 섭정정치와 북한의 선군 정책이 경제발전에 끼친 해악과 관련해 비영리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센터에서 북한 지도부를 연구해온 켄 가우스 씨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이 세습 권력을 이어받은 지 2년이 다 되갑니다. 하지만 그가 직접 국정을 운영하기 보다는 고모부 장성택처럼 최측근 실세의 도움을 받아 하는 일종의 '섭정정치'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떻게 봅니까?

가우스: 분명 김정은은 국정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최종 결정권자이긴 하지만 일일 국정운영과 관련해 고모부 장성택을 사령탑으로 해서 많은 도움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 김정은한테 올라가는 보고들이 대부분 장성택을 통하고 있고, 따라서 그 과정에서 장성택이 자신의 의견을 내거나 보고내용을 바꿀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장성택이 중요한 결정 혹은 정책의 변화와 관련해 전략적 지도가 필요할 경우 김정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즉 결정은 김정은이 하는 겁니다. 다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주위에 장성택처럼 측근 보좌진을 두고 도움을 받는 것이죠. 이는 본인이 전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주관한 선친 김정일과는 다른 점입니다. 이런 구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만, 앞으로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로 확실히 자리를 굳히고 능숙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면 장성택과 같은 측근들을 밀어낼지도 모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김정은은 아직은 지도력과 관련해 학습 과정에 있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

가우스: 맞습니다. 김정은은 학습 과정에 있고, 이런 과정은 앞으로 1년 더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2, 3단계의 권력 공고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봐야죠.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2015년에 가서야 그가 선친의 그늘에서 벗어나 지도자로서의 독자적인 모습을 보여줄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이 취임한 뒤 권력이 군에서 당으로 이동 중이라며 김정은이 들어선 뒤 당 중심의 권한이 강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봅니까?

가우스: 글쎄요. 굳이 군부에서 당으로 권력이 쏠리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전 양측의 힘이 합쳐지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정치국을 살펴보면 여전히 군 수뇌부 인사들이 정치국원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룡해는 노동당 쪽 인사이지만 군에서 핵심 요직을 차지고 있지요. 그런 점에서 선당, 선군이 합쳐져 당이 군을, 군은 당을 도우면서 통합 효과를 냅니다. 이런 식의 당과 군의 융합은 북한에선 오래도록 없던 일입니다. 물론 당이 군에 비해 여전히 우위를 차지하는 건 사실입니다. 제가 볼 때 선군 정책은 김정일 시대처럼 지금은 북한의 지도적인 이념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당 최고 지도부 자리엔 보기 드물게 군부 인사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기자: 그럼 선군 정책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뜻인가요?

가우스: 물론 선군 정책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이제 주체라는 적절한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할 개념이지 더는 북한의 지도적이고 지배적인 이념은 아니라는 겁니다. 선군이란 이념은 1960년대초 북한을 떠받치던 여러 중심 이념적 기둥 가운데 하나였고, 김정일 시대에선 지배적인 기둥이었죠. 하지만 지금 김정은 시대에선 그 의미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선군 정책에 따라 군에 집중됐던 자원을 다른 분야로도 전환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죠.

기자: 만일 선군 정책이 축소됐다면 이게 혹시 북한의 경제개발과 관련이 있을까요?

가우스: 북한은 얼마 전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병행한다는 병진노선을 채택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 계획에는 선군 개념이 가미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개발도 그에 못지 않게 똑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김정일 시대엔 경제가 군에 2, 3단계나 밀려 있었지만 지금은 군과 동등한 비중을 차지한 겁니다. 이건 분명 긍정적인 사태발전이죠. 하지만 두고 봐야 합니다. 경제발전을 핵개발과 병진시킴으로써 근본적인 모순을 안게 됐기 때문입니다. 강성대국을 위해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외부원조가 필요합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이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선군 정책부터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죠?

가우스: 북한이 경제를 건설하려면 선군 정책을 축소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원들이 대부분 군 쪽으로 전환도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는 더는 성장할 수가 없고, 일반 주민들의 문제는 그대로 남을 겁니다. 아마 북한은 핵개발을 통해 억제력을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재래식 병력에 대한 지출을 줄여서 이를 경제 쪽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그런 북한의 구상을 허용하진 않을 겁니다.

기자: 북한이 원하는 대로 경제개발과 핵개발이란 목표를 둘 다 만족시킬 수가 있을까요?

가우스: 북한 정책당국자들의 관념으론 병진노선이 공존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걸 국제사회에 내보이고 실현하려면 무척 어려울 겁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에 맞서 아무런 원조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병진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지요. 물론 병진노선은 북한이 외부세계를 다루는 데 있어 내부적으로 보면 아주 일리가 있습니다.

기자: 북한 역사를 살펴볼 때 선군 정책이 북한의 경제발전에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쳤다고 봅니까?

가우스: 제가 볼 땐 완전 재앙이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이 처한 위기를 감안할 때 김정일이 왜 그토록 군사 부문에 중점을 뒀는지는 이해는 갑니다. 군부만이 그의 안전과 정권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군부의 지원 없이는 당도 무너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군부의 충성심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군에 집중했기 때문에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경제 부문에 훨씬 더한 재앙을 가져온 겁니다. 그 때문에 북한정권이 경제적 재앙에서 회복하려는 노력도 타격을 받았고, 아직도 그 여파가 남아 있습니다. 선군 정책은 북한정권의 보호 차원에선 이해할 만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그건 완전한 실패였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김정은은 지난해 여름 경제개혁과 관련해 모종의 조치를 취하는 등 나름대로 경제 개혁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과연 그가 군 중심에서 경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나요?

가우스: 글쎄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6월 농업 부문과 경공업 분야의 개혁과 관련한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물론 이 같은 조치는 지난 2000년 당시 김정일이 제시한 7.1 경제개선조치에는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7.1 개선조치도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제가 볼 때 당시 조치가 김정은이 취한 조치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김정일이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까닭은 확실한 국정 장악력에 지도부를 완전히 틀어쥘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김정은이 선친이 취한 것과 같은 수준의 개혁을 시도한다면 중대한 정치적 위험에 직면할 것입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진정 경제개혁을 취할 용의가 있는지 지켜보려면 앞으로 1~2년 정도 더 걸릴 겁니다. 아직까지 그가 취한 조치만 가지곤 알 수 없습니다. 김정은은 북한의 통제경제를 좀 더 잘 운용하고 싶은 의지는 보였지만 아직 극적인 개혁 조치를 취하진 않았습니다.

기자: 만일 김정은의 고문이라면 어떤 권고를 하겠습니까?

가우스: 우선 김정은은 권력을 완전히 공고히 다져야 합니다. 그는 또 국제사회는 통치적 관점에서 자기와 같은 시간대에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북한은 단기적으론 남한과 미국과 관계개선을 해나갈 기회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북한은 핵 계획은 물론 자신들의 입지와 관련해 정치적 위험을 수반할 겁니다.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다진 뒤엔 진지하게 경제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경제에 시장 요소를 통합하는 한편 경제특구를 활용해서 이를 북한경제의 엔진으로 삼으라고 말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