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시간에도 최근 북한의 열병식과 관련한 배경을 살펴보지요. 열병식을 보면 김정은이 연설에서 인민이란 말을 수십번 사용하며 자신이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임을 부각하려 했는데요. 그 목적은 뭘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이번 김정은 연설은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군사력을 보여 주기 위해서 진행한 행사이므로 북한 인민군의 힘을 과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핵무기나 미사일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대신, 인민 생활이 개선되어야 하는 이야기와, 인민을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김정은 시대에 볼 수 있는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김정은 제 1위원장은 인민들에게 이제 더 이상 기죽고 살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 정권이 경제력과 군사력을 강조하는 병진 정책을 실시하여도, 주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이러한 정책을 실시한다 해도 체제 유지와 권력 유지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김정은이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를 어느 정도 변화시켜야 합니다.
기자: 이번 연설에선 김정은은 미국을 향해 '미제가 원하는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상대하겠다'면서 호전적 태도를 보였는데요. 미국을 향한 이 같은 메시지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이 메시지 기본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미국은 북한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북한 언론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 사람들이 북한 핵무기에 대한 공포심도 많으며, 대북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언론의 이러한 주장들은 아무 근거가 없는 환상일 뿐입니다. 사실상 미국은 원래도 북한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5년전 집권한 이후에는 원래 있었던 관심도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수많은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북한 문제는 수많은 작은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할 뿐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생각하는 평균적인 시간은 하루에 채 1분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런 사실을 북한 사람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죠?
란코프: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집권계층, 결정권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언론을 믿을 수밖에 없고, 또한 민족 자부심 때문에, 이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집권 계층은 이러한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기 위해서는 미국에 압력을 가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나라가 대외적으로 위험성을 보여주는 방법은 핵개발 같은 것 밖에 없습니다. 북한 지도자들은 결코 전쟁을 원하는 호전광들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들은 외부 세계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호전광처럼 보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협박외교를 성공시키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전후에서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압력도 작용했을까요?
란코프: 제가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자신의 군사력을 보여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에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중국으로부터 매우 심각한 경고를 받게 될 것이고,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이러한 중국과의 관계로 인하여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기자: 결국 중국을 의식해 자제했군요. 그런 점에서 이번 열병식에 중국은 서열 5위의 류윈산을 보냈는데요. 어떤 메시지일까요?
란코프: 제가 이미 여러 번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물론 경제 때문입니다. 중국과의 무역이 어렵거나 중국 지원이 완전히 끊긴다면, 북한 경제 성장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 수준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힘들 것입니다. 중국 역시 북한을 필요로 합니다. 많은 소문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개인적으로 김정은 제 1위원장을 싫어합니다. 그렇지만 국가 관계는 지도자들의 개인적인 느낌에 의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은 북한 핵 무기 개발에 대해서 불만이 많지만, 북한이라는 나라를 중요한 완충 지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남북한 통일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 한국이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중국 조선족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간도라는 지역을 비롯한 중국 동북 삼성지역에 대해서 과거 고구려 역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북한 내에서 국내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체제가 무너지고,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면 중국도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국 역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고, 류윈산 같은 고위 당 간부를 통해 시진핑 주석이 친서까지 전달한 것입니다.
기자: 이번에 시진핑 주석도 친서를 전달했는데요. 이걸 근거로 북한과 중국이 다시 관계를 개선하려는 쪽으로 간다고 봐도 될까요?
란코프: 중국이 북한에 대해 불만을 느낀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 때문입니다. 북한 핵 때문에 이 지역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중국은 테러범들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핵무기 확산으로 인해 테러 단체까지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해 불만을 가진 기본적인 이유도 바로 북핵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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