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도 북한이 올 여름부터 재개한 난수방송과 관련해 살펴보겠는데요. 일부에선 이 같은 난수방송이 남파 간첩을 위한 해독 훈련용이다, 남북 긴장을 조성하기 우한 교란용이다, 혹은 실제 지령을 내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등 여러 관측이 나옵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란코프: 저는 북한 정찰총국 간부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정찰총국 간부들 중에서도 진실을 아는 사람이 극소수일 수 있습니다. 북한 정보기관은 아마 이 세상에서 비밀이 제일 많은 활동이 아닐까요? 이 경우에는 가설도 세우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얼마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금까지 난수방송만큼 비밀지령을 보내기 위한 좋은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독 훈련용도 가능하고, 실제 지령을 내리는 목적도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난수방송 자체는 한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 때문에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보다는 실제 첩보 활동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기자: 지금 한국 사회가 대통령이 연루된 정치 스캔들로 인해 다소 혼란스러운데요. 혹시 북한이 이런 혼란을 틈타 난수방송을 더욱 자주 내보낼 가능성도 있겠죠?
란코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한국의 정치상황은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전례가 거의 없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지도부는 남한 상황에 대해 통상적인 상황보다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합니다. 그 때문에 당연히 북한 정보 기관은 남파간첩, 북한식으로 말하면 공작원들이 더 열심히 복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웃나라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면 세계 어디에나 정보기관이 할 일이 대폭적으로 많아집니다. 물론 남한에 있는 북한 공작원들은 지금 통상적인 상황보다 지령을 더 많이 받고 있습니다. 북한 간첩들이 난수방송으로 모든 지령을 받을 지 알 수 없지만, 여러가지 방법으로 평양에서 지령을 많이 받는 것이 확실합니다. 남한이 지금처럼 정치적 위기와 혼란을 겪고 있다면 난수방송을 통한 지령도 당연히 많이 있을 것입니다.
기자: 이런 난수방송이 남한에서 은거 중인 공작원, 즉 간첩들에게 보낸 것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지령을 내렸을까요?
란코프: 물론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 특징과 북한 대남사업의 특징을 고려하면 조금 가설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남파간첩들이 할 임무가 2가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으로 그들은 남한에 대한 정보, 특히 비공개 비밀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해야 합니다. 다른 편으로 그들은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남한 정치가 바뀌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은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세계 어느 나라이든 첩보기관은 대체로 말해 비슷한 과제 2개가 있습니다. 자료수집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세계 어디에나 첩보기관이면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어합니다. 특히 최근 한국 내부 정치문제 때문에 청와대 움직임, 여, 야당 움직임, 국군 분위기 등을 다 알고 싶어합니다. 북한은 이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싶어합니다. 정치적 영향을 언급하면 북한 최고의 꿈은 남한이 2000년대 초처럼 대북 유화정책을 실시하려는 정치세력, 즉 야당 후보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최근 북한 정보 기관들이 여당의 권력기반, 특히 청와대의 위력을 약화시키려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들이 할 수 있는게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이 남한 국내 정치에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는 시절이 벌써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1940년대 말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들은 물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런 지령을 통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거나 실제 테러를 감행하라는 지시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란코프: 글쎄요. 저도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러한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니까 그리 높지 않습니다. 왜 높지 않다고 생각할까요. 지금 북한측의 기본 희망은 집권 여당이 무너지고 가능하면 대통령 퇴진과 조기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탈북자에 대한 압력이나 특히 테러행위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탈북자 단체는 남한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요즘 청와대의 위기 때문에 정치 상황도 무척 불안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와 같은 테러행위가 남한 국민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인상을 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대해서 불만과 짜증이 많은 사람들도 탈북자 테러사건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북한의 위협을 새삼 깨닫고 내부적인 단합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압력이나 테러가 있으면 세계 어디에나 지도자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북한 간첩들은 지금 탈북자들을 압박하거나 공격하는 것보다 오히려 청와대를 반대하는 세력을 위해서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하려 할 것입니다. 요즘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11월8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러시아 입장에서 문제가 많은 후보자의 성공을 가로막으려 많이 노력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이와 같은 내정간섭은 대부분의 경우 효과가 없습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외국간첩의 활동 때문에 특정국의 정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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