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내년 1월 미국에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략적 인내'로 부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접근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전략적 인내'에 대해 평가해주시죠.
란코프: 저는 오바마 행정부가 펼쳐온 '전략적 인내' 접근 방식에 대해 이미 몇 년전에 많이 언급했습니다. 전략적 인내는 단기적으로 말하면 별 문제가 없는 대북접근 방법이지만 장기적으로 말하면 정책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책이라고 한다면 달성하려는 구체적인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략적 인내라는 방식은 사실상 북한이라는 나라가 이 세상에 없는 듯이 대해야 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해도 별로 과언이 아닙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방식을 시작한 이유를 객관적으로 말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과 핵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뜻인데요. 하지만 북한 집권 계층은 핵무기를 개발해야만 체제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에 비핵화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대가로 아무리 많은 보상을 받을 경우에도 그렇고 아무리 심한 압력을 받을 경우에도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태도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취해온 전략적 인내 접근방식은 사실상 북한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는 방법에 불과합니다.
기자: 사실 북한이 비핵화를 공약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과 핵협상에 나서는 건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북한은 비핵화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미 많이 표시하였습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6자 회담이든 북미 직접 회담이든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미국측은 이 유감스러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가로 인정한다면 매우 위험한 전례가 되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북한처럼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나라들이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말하면 북핵 문제를 영원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실행할 수 없는 비핵화 공약을 받아낼 때까지 10년, 20년 또는 영원히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특히 김씨 일가 정권이 존속하는 동안 비핵화는 있을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보니까 조만간 미국에 트럼프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과 회담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담 형식이 6자회담인지 아니면 직접회담이 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회담의 재개는 시간문제이지만 현 상황에서 미국이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미국이 6자회담에 대해 관심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회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요즘에 중미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미국측이 중국이 주도하는 회담에 참가를 기피할 것 같습니다.
기자: 트럼프 당선자는 후보 시절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며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에 대한 압박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있겠죠?
란코프: 트럼프 행정부는 첫 단계에서 북한과의 회담재개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미국과 북한이 타협을 이룰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비핵화가 아닌 타협을 받을 수 없고, 북한은 비핵화인 타협을 절대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회담을 시작할 수 있지만 매우 짧은 기간 이내에 북한에 대한 실망이 상당히 많아질 것입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압력을 다시 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문제는 트럼프의 측근들이 강경노선을 굳게 믿는 공화당 사람들이란 점입니다. 그들은 미국의 위대함과 정의로움을 굳게 믿고 미국을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필요가 있을 때 힘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우익적 사고방식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정말 매우 심한 압력을 북한에 가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트럼프 당선자는 후보시절 한국,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용인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북한이 마음놓고 핵무장에 나설 수 있어 핵문제 해결은 더욱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당시에 트럼프 후보의 이야기는 선거 때문에 하는 수사학적인 성격을 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후보 시절 때 트럼프 당선자는 북한은 중국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서 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협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중-미 대립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김정은정권을 너무 싫어하지만, 북한이란 지역을 쓸모있는 완충지대로 여길 것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은 지금도 쉽지 않지만 앞으로 훨씬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 강대국은 전세계 핵무기확산을 환영할 수 없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핵개발은 사실상 NPT 즉 핵무기 확산방지 체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입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가설적으로 말하면 트럼프가 진짜로 일본과 한국의 핵개발을 반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주장한다면 이들 국가는 1-2년 이내에 북한이 30-40년동안 추진한 핵무장화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들 나라가 보유한 우수한 핵 기술수준 및 발전된 경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핵을 개발하면 우리는 핵보유 국가가 매년마다 많아지는 세계에 살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핵보유국가가 많아진다면 핵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