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2008년 이후 중단 상태에 있는 6자회담 문제와 관련해 조셉 디트라니(Joseph DeTrani) 전 6자회담 미국 특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중단된 지 8년이 다 되갑니다. 북한은 그간 핵무기를 포기하기는커녕 그들의 신헌법에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명시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대내적으론 핵개발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노선을 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과연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까요?
디트라니: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만일 북한이 2005년 9월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합의한 비핵화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6자회담에 아무런 조건없이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나온다면 다른 참가국들도 기꺼이 회담에 응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그렇게 나오지 않으면 제 생각으론 미국은 뚜렷한 목적도 없이 무한정 계속될 회담을 위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북한이 회담할 준비가 돼 있다면 회담에서 무엇을 논의할지 묻고, 만일 의제가 2005년 9월 비핵화 공동합의라면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를 의미있는 회담으로 간주하고 협상에 임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린 그런 소식을 북한 측에게서 들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헌법적 권리의 일부요 자신들을 핵무기 국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도 북한이 2005년 9월 비핵화협정을 실천하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어느 누구도 북한과 핵협상에 복귀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기자: 북한이 지금처럼 핵무기 개발과 경제개발이란 병진노선을 추구할 경우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남은 2년 동안에도 북한 핵문제에 진전을 볼 가능성은 희박하겠군요?
디트라니: 정확히 맞는 말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협상과 관련해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게 뭐냐 하면 우선은 북한이 '우린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것이요, 핵협상을 위해 회담장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고, 또한 미사일 실험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북미 양측간엔 신뢰구축을 위한 행동이고, 이게 바로 진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추후로 더는 핵 실험도 하지 않고, 미사일 실험도 하지 않는 것이며 비핵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죠. 거듭 말하지만 북한은 이런 것들을 명시적으로 대외에 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현재까지 저는 북한이 그런 입장을 표명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 최근 북한이 2명의 미국인 석방을 통해 미국에게서 뭘 노렸느냐 하는 점인데요?
디트라니: 클래퍼 국가안보국장이 북한을 방문한 핵심 목적은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하는 임무였습니다. 남한도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돼 있고, 일본은 북한과 납치자 문제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미국도 자국민이 북한에 억류된 상황에서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이들을 미국으로 안전하게 데려오는 겁니다. 그게 바로 클래퍼 국장의 전적인 임무였죠. 게다가 그는 북한 측이 원한 미국측 고위관리이기도 했습니다. 임무 수행을 위해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죠. 그 외에 다른 어떤 목적도 없습니다. 북한이 요즘 회담에 복귀하고 싶다고 하고, 중국도 근래 들어 6자회담 재개 문제를 언급합니다. 제가 볼 때 북한을 포함해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석에 5분, 혹은 10분 정도만 앉아 애기해보면 북한 측 진의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즉 북한에 물어볼 것은 이겁니다. "귀측은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나요? 지난 2005년 9월 합의한 비핵화 공동선언을 실천할 준비가 돼 있습니까?' 질문은 이처럼 간단합니다. 북측의 답변에 따라 의도를 우린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겠죠. 만일 북측의 협상 의도가 비핵화가 아니고 '우린 핵무기 국가이니만큼 군축을 논의하자'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북한과 협상할 이유가 없지요.
기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미국에 대해 아무런 조건없이 회담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디트라니: 북한에 무슨 전제조건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우린 조건부로 회담에 임할 용의가 있다"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제가 정부 관리가 아니기 때문에 사견을 말씀 드리면 미국은 2008년 6자회담이 중단된 그 시점부터 협상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6자회담 참가국인 북한과 다른 5개국이 서로 2005년 9월 비핵화 공동성명을 실천하는 문제이죠. 이 문제를 얘기하자는 이게 조건이 될 수 없죠. 그건 현실입니다. 과거 되풀이되는 문제를 논하기 위해 북한과 협상에 복귀할 순 없는 겁니다. 예전에 중단된 그 시점부터 협상을 재개하자는 것인데 이는 협상의 전제조건이 아닙니다.
기자: 하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미국이 전제조건을 요구해서 대북 협상이 안 열리는 것처럼 돼 있지 않습니까?
디트라니: 언론은 보통 자기들이 원하는 식의 보도를 하지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핵화 공동성명의 실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008년 6자회담이 열렸지만 이를 중단시킨 장본인은 북한입니다. 만일 북한이 회담을 재개하고 싶으면 당시 중단된 이후부터 다시 하자는 겁니다. 이걸 무시하고 처음부터 협상을 다시 새로 할 순 없습니다.
기자: 일부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가 2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뭔가 외교분야에서 실적을 남기기 위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모종의 태도 변화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디트라니: 제가 볼 땐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 핵문제의 핵심은 비핵화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전임 부시 행정부는 물론 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노선을 쭉 지켜본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앞으로 북한에 대한 협상이 있어야 한다면 그건 비핵화와 북한의 핵프로그램일 겁니다.
기자: 중국은 6자회담 초반부터 의장국으로 활동해왔습니다. 그간 중국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아는데요. 중국은 북한이 협상에 응하도록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까?
디트라니: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중국은 6자회담이 처음 열린 2003년부터 지도적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중국도 6자회담 일원인 미국, 일본, 한국,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한엔 핵무기가 없고 북한에 있지요. 따라서 참가국들은 모두 같은 목표를 갖고 있고, 중국은 6자회담의 의장국입니다. 아직 직접 들은 바는 없지만 중국도 6자회담을 재개해 진전시키고 싶어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국은 6자회담 재개 의사를 중국 같은 제3자가 아닌 북한에게서 직접 듣고 싶어 합니다. 회담의 진전이란 뭘 말할까요? 그건 비핵화의 실천입니다.
기자: 북한은 아무튼 이번에 2명의 미국인을 석방해 국제사회에 어느 정도 좋은 인상을 줬다고 보는데요. 혹시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에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해 어떤 점을 권고하겠습니까?
디트라니: 제가 보기에도 김 위원장은 지금 멋진 기회를 가졌다고 봅니다. 이번 석방 건을 포함해 김 위원장은 지난 두 달 동안 미국과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여러 변화된 모습을 보였죠. 지난 2년 반 재앙적 정책을 펼치다 이제야 미국인 석방을 통해 선의를 보여준 것이죠. 김 위원장은 이런 선의를 더 한 단계 끌어올릴 수 도 있습니다. 즉 "우리도 종전에 추구하던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협상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 즉 안보에 대한 다짐과 경제 지원, 궁극적으론 외교관계 정상화를 대가로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위해서 협상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라고 말하면 말입니다. 선친인 김정일은 2005년 9월 비핵화공동선언과 관련해 '우린 핵무기를 원치 않으며 해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중국과 국제사회에 공약한 바 있습니다. 똑 같은 소리를 김정은에게서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