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충성자금 대신 세금 도입해야”

길가에서 쉬고 있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
길가에서 쉬고 있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 (Photo courtesy of Roman Harak/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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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서도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강제로 부과하는 '충성자금'의 이모저모에 관해 살펴봅니다. 세금이 없다고 하는 북한에서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국가에 바쳐야 하는 충성자금은 다른 이름의 세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충성자금도 내는 주체에 따라 액수가 다를 것 같은데요. 공정한 충성자금을 위해서도 누가 정확히 얼마나 버는지 등등 경제활동이 투명해야 하는데 북한은 그렇지 않죠?

란코프: 물론 맞아요.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무역 일꾼을 비롯한 외화 벌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이 비밀이어야 하고, 본인 외에는 그들이 하는 장사의 규모와 성격을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비율보다 일정한 금액을 중심으로 한 외화 시급 즉 충성의 자금이 결정됩니다. 소득이 높을 것 같은 일을 하는 무역 일꾼은 매년, 수만 달러를 내도록 하였고, 소득이 적을 것 같은 사람들은 수십이나 수백 달러만 바쳐도 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그들의 소득을 알 길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은 비 객관적인 방법입니다. 개인의 구체적인 소득을 몰라서, 이와 같은 충성 자금으로 알려진 북한 식 외화세금은 다른 국가들이 실시하는 '외화 세금'보다 매우 가벼울 수도 있고, 반대로 매우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것입니다.

기자: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선 주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돼 있지만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충성자금은 일종의 외화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자주 충성자금을 바쳐야 한다면 이게 곧 세금이나 마찬가지겠죠?

란코프: 우선 사회주의 국가이든, 자본주의 국가이든 어느 나라에나 세금은 있습니다. 소련이든 폴란드든 다 세금이 있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에도 세금이 있었다는 말이죠?

란코프: 70년대초까지 있었습니다. .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원래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선전했지만 사실상 세금이 존재하였습니다. 세금이 없다면 국가가 돈을 어디에서 확보할 수 있을까요? 국가가 나라의 발전과 사회의 복지 또는 국방 등의 국가 활동을 위해 필요로 하는 돈은 국민들이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과거이든, 현재이든, 미래이든 이것은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김일성 시대의 북한에서도 말로만 세금이 없었을 뿐 사실상 기업소는 번 돈의 일부를 국가의 예산으로 바쳐야 했습니다. 이것이 세금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또 당시, 개인의 충성 자금이라는 특이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사실상 다니는 기업소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금을 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은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충성자금을 강요하는 빈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북한 당국이 외화가 부족하다는 증거일까요?

란코프: 물론, 북한에서는 지금도 충성 자금에 대한 통계 자료는 모두 비공개입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당국자들조차도 정확한 충성자금의 규모를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통계 수집, 분석 체제에 문제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도 최근 충성 자금에 대한 요청이 과거보다 더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는 없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충성 자금을 바치는 빈도가 많아지는 것은 외화 부족과 직결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북한 경제는 요즘에 외화 부족이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북한경제 역사를 통틀어 외화가 필요 없던 시대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최근 북한에서 외화 문제가 10~15년 전에 비하여 많이 나빠진다는 뚜렷한 조짐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가설을 하나 들어보자면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대규모 오락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오락 시설은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여러 가지 장비와 소비품이 없으면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런 외국산 물품을 들어오려면 많은 외화가 필요합니다. 그 때문에도 충성 자금을 달라는 요청이 과거보다 잦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이런 충성자금은 아무래도 북한 내부의 주민보다는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근로자나 무역일꾼, 외화벌이일꾼에게 더욱 큰 부담이 될 것 같은데요?

란코프: 북한에서 힘이 있는 돈은 외화뿐입니다. 즉,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이 진짜 돈이며, 국내 조선 돈은 가치가 별로 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화를 벌 기회가 많은 외교관이나 무역 일꾼들은 불가피하게 내부 주민보다 충성 자금에 대한 요청을 많이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말하면 저는 그 사람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북한 특권 계층의 출신이며 충성 자금을 낸 후에도 평범한 주민 보다 매우 풍요롭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만일 충성자금을 제대로 안 내면 어떤 보복이나 처벌이 있나요?

란코프: 물론, 충성 자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처벌을 당합니다. 처벌이란 것이 무엇일까요? 제가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충성 자금을 낸 사람들은 대부분 무역 일꾼들입니다.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처벌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영광스러운 공화국 품속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들은 더 이상 외화 벌이 사업을 할 수 없거나 해외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매우 기피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충성 자금을 제대로 내야만 외화 벌이 일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에선 북한 김정은 체제가 존재하는 한 이런 충성자금도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객관적으로 말하면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대신에 보다 투명한 외화벌이 사업을 한다면 정상적인 세금제를 실시한다면 더 좋을 겁니다. 정상적인 세금제는 장점이 많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에서 앞으로 충성자금 대신 세금이란 명목으로 거둬들일 날이 올까요?

란코프: 현 단계에선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세금이란 말 대신 듣기 좋은 말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세금을 지속적, 체계적으로 해야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