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더는 유엔 인권압박 무시 못 한다”

0:00 / 0:00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지난 11월 유엔 인권위원회를 압도적으로 통과한 북한인권결의안의 배경과 의의에 대해서 미국의 북한인권활동가인 조슈어 스탠튼 변호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최근 미국 연방하원을 통과한 북한제제법안의 작성에 간여했고, 란 블로그를 운영하며 북한의 인권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해온 사람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주민들에 대한 인권유린을 자행해온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 제3인권위원회에서 11월18일 압도적으로 통과됐습니다. 우선 이번 결의안 통과의 의미를 살펴볼까요?

스탠튼: 제가 볼 땐 전 세계의 수백만 사람들이 이번 결의안을 보고 북한에서의 인권침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사실 북한 바깥에 사는 사람들은 김정은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비웃긴 해도 북한의 인권상황을 그다지 심각히 느끼진 않았을 겁니다. 심지어 남한 일부 국민들도 북한 인권상황을 최대한 축소하려 하거나 심지어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론 이런 일이 바뀔 것으로 봅니다. 특히 미국인들도 북한 주민들의 끔찍한 인권 상황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기 시작했으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랐죠. 하지만 지난 1~2년 사이에 변한 것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이런 인권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기자: 북한은 이번에 유엔인권결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막판까지 상당한 외교적 노력을 펼쳤지만 실패했습니다. 왜 실패했을까요?

스탠튼: 간단히 말하면 북한이 외교에 미숙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행동에 따른 결과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우방인 중국의 보호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다른 나라들이 유엔에서 펼치는 외교 기법을 전혀 배울 줄 몰랐죠. 북한 정부는 정상적인 정부가 아닙니다. 게다가 북한은 세계 다른 나라와 서로 교류하는 사회도 아닙니다. 세계 다른 나라들이 존중하는 가치를 어떻게 다룰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생각하는 방식은 다른 나라를 고려한 게 아닌 자신만 생각한 방식입니다. 북한은 어느 땐 제의를 내놓다가도 다른 땐 위협을 합니다. 협상하자고 하면서 위협하기도 하고, 아프리카 외교관에게 지지를 부탁하면서 모욕을 주기도 합니다. 미국에 대해서도 협상하자면서 핵실험 위협을 하거나 전쟁 위협을 합니다. 북한의 행동은 일관성도 없고, 외교는 아마추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외교가 미숙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도 되겠죠?

스탠튼: 그렇죠. 북한은 더는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유엔 총회 제3인권위원회가 대북인권결의안을 채택하게 된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유엔 총회는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거나 제재를 가할 권한은 없습니다. 아마도 그런 일은 오히려 유엔의 각 회원국 정부들이 해야 합니다. 대다수 회원국들은 중국이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 러시아도 동조할 것으로 봅니다. 일단 거부권이 행사되면 미국과 유럽연합, 한국, 일본 등은 다음 제제 수준을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죠. 즉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주민들을 위한 식량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고급 차나 스키, 보석 등을 구매하는 데 쓰는 자금을 제한하고, 주민들의 인권침해에 연루된 관리들의 자산을 동결할지, 나아가 북한 주민들이 이용하는 휴대폰 전화기를 추적하는 물품을 팔거나 이런 행위를 돕는 군사장비를 북한 관리들에게 파는 사람들을 제재할지 등등 말입니다. 만일 유엔안보리가 대북인권결의안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들을 각국 정부가 떠 맡아 할 수 있는 겁니다. 어쩌면 이런 일이 더 중요한 유엔총회 회원국들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유엔안보리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각국 정부가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네요?

스탠튼: 당연히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중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가담한 북한의 유엔제재를 시행한 적이 없습니다. 중국은 계속 미사일을 운반할 수 있는 차량을 북한에 팔고 있고, 자국을 거쳐 북한이 이란에 무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그런 화물에 반드시 하게 돼 있는 검사를 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대북인권결의안을 실천하느냐 하는 건 늘 농담에 불과했죠. 제가 보기에 미국은 북한을 돕는 중국 회사 일부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문제에 대해 종전보다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자: 유엔은 사실 2005년 이후 매년 북한의 인권침해를 규탄한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해왔는데요. 그런 점에서 올해 결의안은 예년과 어떤 점에서 다릅니까?

스탠튼: 당연히 예전 결의안과는 다릅니다. 우선 이제는 전 세계가 북한인권사정을 안다는 점입니다. 이번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북한인권에 관한 상당한 정보가 전 세계로 널리 퍼져나가게 돼서 북한 주민들 자신이 머지 않아 이런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호주의 재판관 출신으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 마이클 커비 위원장도 북한 주민들이 위원회가 올 봄에 발표한 북한인권보고서를 읽어보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도 어떤 식으로든 해당 보고서가 북한에도 배포돼서 주민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런 때가 오기 전이라도 저는 굶주림에 떨고 있는 평양 이외의 주민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당신들의 고통을 알고 있고, 북한 정권이 또한 당신들을 충분히 먹이고도 남을만한 돈이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는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심지어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0년대에도 북한 정권은 모든 부녀자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 여러분은 굶주릴 필요도 아사할 이유도 없습니다. 국제사회는 김정은이 군대와 자신의 궁정과 사치품이 아닌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데 돈을 쓰도록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기자: 사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게 북한엔 외부세계에서 떠는 인권문제가 없다고 선전하지요. 그래서 주민들도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유엔대북결의안이 널리 알려지면 그런 선전도 더는 못 하겠지요?

스탠튼: 아시겠지만, 미국에선 북한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미국 신문을 맘대로 볼 수가 없죠. 저는 매일 노동신문을 보면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뭘 얘기하는지 들여다보는 걸 좋아합니다. 북한 정부는 주민들에게 전 세계가 친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북한의 통치체제를 흠모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채택된 유엔 결의안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그런 말이 거짓이며, 국제사회는 절대 북한의 통치 체제를 흠모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국제사회는 오히려 그런 체제에 사는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끔찍할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죠.

기자: 북한 주민들도 지금쯤은 정부가 자신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탄압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지 않을까요?

스탠튼: 북한 주민들도 자신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주민들에게 인권문제는 다른 나라에도 있다고 선전합니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지구상에서 주민들에게 이런 비참한 인권유린을 강요하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아프리카에도 북한처럼 가난한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가난한 북한과 이웃한 중국도 북한보다 훨씬 더 잘 삽니다. 대부분 미국인들은 중국을 자유가 없는 독재국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비하면 중국엔 훨씬 더 자유가 많죠. 따라서 북한 주민들도 자신들의 상황이 아주 특이하며, 지구상 누구보다 못 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유엔북한인권보고서를 만들고 유엔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목적은 이런 현실을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