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선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고무부로 그간 북한에서 사실상 권력 2인자로 군림해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전격 실각하는 등 최근 북한의 심상치 않은 사태와 관련해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오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한 것으로 북한 관영매체가 12월9일 공식 확인했습니다. 명목은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인데요. 우선 이번 사태의 성격을 어떻게 봅니까?
클링너: 사실 북한에서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숙청 작업을 보면 과연 이런 일이 궁지에 몰린 김정은이 여러 파벌을 상대로 투쟁하며 숙청을 시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단호하고도 자신감에 찬 김정은이 잠재적인 도전 요인들을 제거해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것인지 확실히 파악하긴 힘듭니다. 제가 볼 때는 후자 쪽, 즉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화하려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국정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고, 최고 수준의 관리들까지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김정은은 자신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장성택처럼 자신의 친척까지도 제거했단 말이죠?
클링너: 맞습니다. 김정은의 이런 행동은 김정일과 김일성이 취한 행동과도 맥을 같이하는 겁니다. 그들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친인척을 제거하거나 추방했습니다. 이런 식의 권력정치가 북한에선 극단주의로 흐른 겁니다. 북한에선 최고 지도자 외에 누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기자: 그래도 선친 김정일의 유일한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까지 제거한 것은 놀랍지 않습니까?
클링너: 김정일이 재임 시 장성택을 세 번이나 숙청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성택도 결국 김정일 치하에서 면책특권이나 무소불위의 힘을 갖지 못했던 겁니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와의 결혼해 인척 관계가 된 것이지 김 씨 가문의 피가 섞인 사람이 아닙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론 그의 권력기반도 김정은이 점점 더 직접적인 권력 통제권을 확보하면서 사라질 운명이었습니다.
기자: 김정은은 이번에 장성택을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를 이유로 숙청했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선 장성택을 위협인물로 느꼈을까요?
클링너: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직후 처음엔 장성택과 김경희에 아주 의존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장성택은 김정은의 도전자로 간주되거나 아니면 최소한 또 다른 권력 기반으로 간주됐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장성택에 대한 숙청은 김경희가 사망한 뒤 일어날 것으로 예측됐지만, 김경희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 벌어진 만큼 김정은이 재빨리 손을 쓴 것이죠.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아무런 국정 경험이 없는 김정은이 불과 2년만에 이처럼 최고 친인척까지 제거할 만큼 북한의 권력정치를 터득했다는 게 놀랍지 않습니까?
클링너: 제가 볼 때 김정은은 지금까지 수백 명을 숙청하고 그 가운데 일부는 처형한 것 같습니다. 그는 최고 지도자로 취임한 뒤 그 같은 숙청에 대한 반발도 무마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은 나름대로 북한의 권력정치를 이미 터득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경제적으로 인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이웃 나라들을 위협하지 않는 대외정책을 가지고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는 의문입니다. 이 부문에 대한 증거는 분명 없습니다.
기자: 장성택까지 숙청된 걸 보면 북한에선 최고 지도자 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클링너: 장성택은 북한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장성택은 이번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4번이나 숙청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그는 숙청을 당한 뒤 결국은 복귀했습니다. 그가 권력의 2인자임에도 이처럼 숙청을 당한 걸 보면 북한에선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장성택은 김정일 치하에서 세 번이나 숙청을 당했고, 이번엔 김정은에게 당한 겁니다.
기자: 장성택은 북한 안팎에서 개혁 정책을 찬성해온 개혁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장성택이 제거된 뒤 앞으로 북한의 개혁 작업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추측도 일고 있는데요.
클링너: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포용정책을 지지한 사람들은 종종 개혁파로 통했고, 그런 점에서 장성택과 일부 인사들이 개혁파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개혁파, 포용파다 혹은 강경파다 하는 식의 파벌이 존재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습니다. 문제는 언론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강경파가 제거됐다는 소식이 나오면 상당수 언론은 과거 김정일 때도 그랬듯이 김정은이 마치 점진적인 경제개혁이나 정치개혁에 관심이 있고 호전적인 대외정책도 누그러뜨릴 것이란 식으로 보도합니다. 그런데 이런 강경파들이 다시 권력에 복귀하고 개혁파 인사가 제거되면 비슷한 언론분석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즉 이런 일은 김정일 혹은 김정은이 종전에 비해 더 강경한 정책을 펼치려는 걸 의미한다는 식의 기사는 없다는 겁니다. 언론이 전체 맥락에서 개혁의 증거를 찾아야 하는 데 어느 한쪽만 치우쳐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입니다.
기자: 어떤 면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김정은이 장성택을 제거한 뒤 대남 정책, 대외 정책 등과 관련해 종전과 다른 정책을 취할지 여부 아닙니까?
클링너: 맞습니다. 현재 숙청 작업과 관련해 진짜 중요한 사실은 불가사의한 북한 내부의 권력 투쟁 보다는 이런 일 때문에 벌어질 향후 북한의 정책 변화여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북한은 여전히 정치개혁에 저항하고 있고, 소문과 달리 경제개혁도 추진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김정은이 등장한 뒤에도 북한의 대외 행동이 종전에 비해 완화됐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자: 장성택은 김정일이 사망한 뒤 국정 경험이 없는 김정은을 측근에서 도와온 보호자이자 조언자로 통했습니다. 장성택의 실각으로 혹시라도 김정은의 권력이 약화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클링너: 제가 볼 땐 오히려 김정은의 권력이 더 공고해졌습니다. 김정은의 권력이 가장 취약했을 땐 김정일이 사망한 직후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북한 내부에 어떤 권력투쟁이나 파벌간의 경쟁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김정은은 최고 권력자로 정해져 있었고, 그는 차츰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6개의 직책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직책을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김정은의 권력은 더 공고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잠재적인 도전자도 김정은에 맞선다는 게 힘들었습니다. 최고 지위를 확립한 김정은에 도전하는 것은 헌법에도 위배되기 때문이었죠. 지금 북한에서 단행된 숙청과 관련해 어떤 이유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숙청 대상자들이 김정은의 잠재적인 도전자일 수도 있고 혹은 이들이 힘이 너무 비대해 김정은의 권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숙청됐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개혁 등과 관련한 이념적 차이 때문에 이번 일이 발생했다곤 보지 않습니다.
기자: 김정은이 제2인자로 통하던 장성택을 제거한 상황에서 세계가 지금 김정은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2~3년이 김정은이 완전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판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어떻게 봅니까?
클링너: 장성택이 없어도 김정은은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권좌에 남아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정은은 지금껏 자신에 도전을 가했거나 가할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장성택조차 실각한 것을 보면 김정은은 자신의 절대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차원에서 최고 위선의 관리들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김정은이 권좌에 오래 못 있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전 반대로 상당히 권좌를 지킬 걸로 봅니다. 현재 북한엔 김정은에 도전할 만한 사람이 있다는 징후가 없습니다. 또한 설령 개혁파라도 북한 정권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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