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도 내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제7차 당대회의 이모저모와 관련해 살펴봅니다. 일부에선 7차 당대회에서 경제개방이나 개혁과 관련한 모종의 조치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도 있는데요. 궁금한 게 김정은 시대 들어 과연 경제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 하는 점인데요. 어떻습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김정은의 경제 정책은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분조관리제 즉 포전담당제입니다. 그 때문에 지방, 즉 시골에서 농업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포전담당제가 아직까지 전면적으로 제대로 실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 덕분에 식량 생산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농민들은 일을 열심히 하면,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장마당에 대한 태도입니다. 김정일 시대와 달리 김정은 정권은 장마당에 대한 단속을 거의 실시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개인들이 주도한 생산 활동은 보다 더 활발해지고, 경제 성장을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기자: 김정은의 경제 정책은 문제점도 있지 않습니까?
추가대답: 물론 그렇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강조하고 싶은 약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김정은 정권은 장마당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개인 경제 활동을 관리하는 규칙을 분명히 선언하지는 않았습니다. 바꿔 말하면 북한에서 경제활동에는 투명성이 없습니다. 둘째로 김정은 정권은 외부세계의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아직 잘 알지 못합니다. 말로만 투자를 유치하려 하는 데 사실은 어떻게 투자를 유치할지 모릅니다.
기자: 만일 당대회가 열린다면 김정은이 원로 세대를 갈아치우고 대신 신진 인사들을 대거 등용시키지 않을까요?
란코프: 이것은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정은 통치 시대에, 김정일 원로들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김정은 측근들은 여전히 노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의 평균 연령은 60~65세 정도입니다. 김정은과 같은 젊은 지도자는 조만간 그 원로 간부들을 퇴진시키고, 젊은 간부들로 교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아직 이와 같은 젊은 간부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제7차 대회 이후, 북한 지도부는 지금보다 훨씬 젊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모든 원로 간부들을 다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대체할 수 있는 청년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경제개방, 개혁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지만 선군정치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요. 김정은이 아직도 선군정책을 중요하게 봅니까?
란코프: 물론 선군정치는 북한의 경제 개혁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그러나 제가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선군정치를 포기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선군정치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이 지향했던 선군정치를 거절하는 것은 주민들의 사상에 많은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 정권은 사실상 선군정치를 내부적으론 버린다고 할지라도, 이 사실을 공게적으론 인정하지 않고, 말로만 선군정치를 그대로 지속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선군정치란 것은 사실상 유명무실화 될 것입니다. 제가 볼 때 북한에서 선군정치 유명무실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선군정치 말고도 다른 걸림돌이 적지 않겠지요?
란코프: 첫째로 제가 당대회에서 이러한 선언이 있을 수 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경제 개혁을 추진하기로 결정한다면 걸림돌이 매우 많을 것입니다. 제가 이미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현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확실한 경제규칙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에 경제규칙이 없다고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경제 개혁의 절대 조건은 경제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기업소가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릴 자유가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관한 규칙이 없으면 그들의 계획과 이익이 당국과 어느 정도 충돌할 수 있어 이와 같은 자율화는 경제 성장보다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해외에서 대규모 해외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다면,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철도망과 도로망이 열악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자신의 돈과 자신의 기술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해외 유치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북한 집권 계층은 자신들의 나라의 경제 매력에 대해 매우 과장된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상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외국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매력적인 나라가 아닙니다. 외국인들이 북한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먼저 분명하고, 투명한 경제 규칙과 법칙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둘째로 이러한 규칙을 세운 뒤엔 잘 이행해야 합니다. 실천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개혁, 개방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면 김정은이 통치기반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이냐 여부가 중요한데 어떻습니까?
란코프: 물론 현재 김정은 제1위원장이 권력을 100% 장악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도 최근 북한 경향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근거가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현재 경제 개혁을 통해서,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의 체제에 대한 실망은 과거보다 많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희망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가 바로 지금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룬다면, 북한 주민들로부터 많은 인정과 지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저의 희망은 김정은이란 북한 젊은 지도자가 이 기회를 허비하지 않고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만일 그가 경제적으로 성공한다면, 정치 개혁을 더 연장해도 된다고 봅니다. 북한 인민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 발전만큼 중요한 과제가 없습니다. 제7차 대회가 이러한 방향을 위한 걸음이 된다면 나라의 역사에서 매우 획기적인 행사가 될 것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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